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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장 주간2교대 투쟁전선의 그늘
(* 이 기사는 5월1일 사노신이 발행한 격월간지 <포커스>에 실린 기사입니다. [편집자])
필자| 이상욱 (기아 활동가)
2013년 3월 4일부터 기아자동차에서는 주간2교대가 전면 시행되었다. 8+9 형태로 시작하여 2016년 8+8완성을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한 주간2교대가 많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 기아자동차 주간2교대의 실상을 보면서 과연 주간2교대 요구가 많은 노동자들의 고된 야간노동을 대변하는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정규직 현장
노사 양측 모두 역사적이며 획기적인 사업이라고 자축했다. 이런 노조의 모습에 현장활동가그룹들은 비판적인 홍보물을 발행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임금하락, 노동강도강화에 따른 인원충원과 설비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 지적사항의 대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현장을 들여다보면 정규직 현장조합원들은 그게 반발하거나 저항하지 않고 있다. 이유를 찾아보면, 이미 “물량=임금”이라는 자본의 등식논리에 휩싸여 노조집행부 조차 노동시간이 줄어드는 만큼의 줄어드는 생산총량을 유지하겠다는 협상기조였다.
UPH UP으로 늘어난 노동강도를 보상하기 위한 신규인원 충원 요구는 노조집행부가 협상조차하지 않았다. 공장별로 상황이 각기 다르다는 이유에서 였다. 인원충원협상은 각 부서 현장 대의원들에게 맡겨져 분산되었다. 결국 신규인원충원 요구는 쟁점화 되지 않았다. 임금하락을 우려했던 비판도 힘을 잃었다. 4월 29일 정기상여월급봉투를 받아본 정규직조합원들은 몇몇 수당의 통상급전환 효과로 몇 십만 원 늘어난 보너스에 만족해하는 눈치들이였다. 임금 중에서 특근에 대한 할증률 문제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정규직 현장에서 향후 별다른 저항의 요소는 발견하기 힘들 것 같다.
외곽지대
주간2교대가 되면서 새벽 4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기에 아침을 집에서 먹기란 불가능하다. 공장밥을 먹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 배식 줄은 식당 밖까지 늘어선다. 그런데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노동자들은 도대체 몇 시에 출근을 해야 할까? 식당노동자들은 새벽 2시에는 일어나 4시까지 출근해서 6시 배식을 준비한다. 주간2교대 시행 전에는 쉬는 시간 달콤한 쪽잠을 청했던 그 시간에 출근하고 일해야 하는 힘든 처지가 되었다. 얼마 전 힘든 상황에 못 견뎌 식당노동자들의 저항이 있었고 현재 주간2교대 시행 전으로 돌아가려는 움직임도 있다.
식당노동자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자들은 보통 새벽 4시반정도에 일어나 출근준비를 하고 5시 반에 출근버스에 오른다. 대중교통이 없는 새벽에 출근버스를 타러 나오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 출근버스를 운행하는 버스기사노동자들에겐 야간노동 없애자고 시작한 주간2교대 때문에 오히려 고된 야간노동이 생기고 말았다.
주간2교대제 시행은 기아자동차 화성공장 주변에 있는 납품업체 노동자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다주었다.그 전에도 공장 정문 앞엔 납품업체 부품 트럭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었지만 주간2교대 시행 후 그 숫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 그 전에는 주야2교대에 맞추어 함께 야간을 하면서 야간에 납품을 하면 되었지만 새벽2시부터 7시 사이 텅 빈 공장에 납품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래서 7시 공장이 가동되기 전에 라인에 납품이 밀리지 않도록 대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면 이들 부품회사 노동자들에게 야간노동에 따른 수당이 지급되는가? 정확히는 알 수는 없지만 노조가 변변치 않은 부품업체에서 교대제 변화에 따른 추가 노동에 대해 추가 임금을 지급할리 없을 거라는 예상은 쉽게 가능하다.
이처럼 주간2교대 시행 후 몇몇 사건들만 살펴보아도 주간2교대가 기아자동차 모든 노동자들에게 공평하게 혜택을 주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거꾸로, 정규직노동자들의 주간2교대를 위해 식당노동자들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하며 몇 시간 일찍 출근하고, 버스기사나 납품업체 노동자에게는 없던 야간을 보상도 못 받으며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로 내몰았다. 금속노조나 주간2교대를 준비해왔던 사람들은 이런 일이 발생할 것이란 걸 애초에 알고 있었다. 금속노조는 부품업체 노조를 모아서 몇 차례의 회의도 진행했다. 금속노조의 인식은 어떻게든 현대, 기아자동차에서 주간2교대를 시작하고 보자는 거였다. 대공장 정규직노조를 제외하고 주간2교대가 시행되면서 주변부의 비정규직, 사내하청, 부품사노동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는 정말 핵심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이 시행 후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여전히 현대, 기아차 정규직 노조집행부나 현장 활동가들은 임금하락을 벌충하기 위한 특근할증률을 비롯해 버스승강장부족, 간식 및 식사 실 개선, 주차공간 부족과 총무성 같은 문제점들에 초점을 맞추고 사측과 대립을 하고 있다. 정규직 노조와 현장조직들은 시행된 주간2교대가 부족하다고 한목소리를 내지만 정작 시행에 따라 임금이 삭감되고 노동강도가 증폭되며, 없던 야간노동이 생기는 부당함을 당하는 사내하청, 주변 부품사노동자들의 문제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4월 29일 현대차 울산공장의 정규직 조합원들 천여 명이 공장 곳곳에서, 그리고 노조사무실 앞에서 연좌하며 자발적인 비공인 파업을 벌였다. 그들은 노동조합집행부와 사측이 합의한 특근 할증률과 운영방식에 대해서 주간2교대 시행 전과 비교하여 불이익이 발생하는 것에 반발했다. 현장 조합원 대중들이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주간2교대 시행에 따른 공장 안팎의 노동자들 전체의 희생을 대변하려는 고려가 있었다면 좋았을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정규직노조 조합원들의 요구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저항의 불씨가 유지되고 확산되기에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정규직만의 주간2교대
국회에서 공휴일이 주휴일과 겹치는 월요일을 휴일로 하는 대체휴일에 대해 한창 논란이 있었다. 결국 자본가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지만 저임금과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일당직, 파견노동자들도 냉소적이기는 마찬가지 이었다. 대체휴일 이야기는 월급 꽤나 받는 정규직들 이야기라는 인식이었다. 가뜩이나 저임금에, 월3일도 못 쉬어 가며 일하는 우리들에게 꿈같은 얘기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 힘 있는 노동자들은 대체휴일에 일하고 특근 처리되어 임금 상승되는데 우리들은 그것도 쉽지 않은 얘기라며 힘 있는 사람들만 더 좋아지는 남일 같은 거라고 얘기한다. 주간2교대가 그 꼴 아닌가 싶다. 금속노조와 현대, 기아차가 추진해온 주간2교대를 바라보는 사내하청, 일용직, 파견노동자들과 주변 지역의 부품노동자들은 그림에 떡인 거였다.피해나 안보면 다행이라고 이야기하는 노동자들이 있는데 애초에 주간2교대제가 전체노동자들의 요구가 될 수 없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그것은 더 이상 많은 노동자들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현대, 기아차와 같은 금속노조의 대공장노조 중심의 투쟁이 자기 조합원들만, 정규직조합원들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조합주의에 깊숙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야간노동의 문제를 계급적으로 접근하지 않고 관료적인 접근을 한 것이 원인이다. 주간2교대제를 수년 동안 준비한 금속노조 상층과 현대, 기아차 집행부는 주간2교대제를 먼저 시행하고 나면 전체로 파급될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대공장에서 전체로 파급될 것이라는 망상은 노동운동에 한 치의 전진도 이루어내지 못하고 썩어가는 대공장 조합주의 운동의 모습만 드러내고 말았다. 주변으로 내몰리고 희생을 강요당한 많은 노동자들에게 배신감과 자괴감만을 안겨주었을 뿐이다. 그리고 우연치 않게 터져 나온 식당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저항과 같은 작은 희망조차 희생을 강요하면서 무력하게 만드는 비인간적인 모습마저 보인 것이 바로 남한의 대공장 노조 운동의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대공장노조 주변에 위치한 노동자들, 고용이 불안한 임시 일용직 노동자들, 부품사 노동자들을 조직하기란 쉽지 않다. 사내하청의 일용직 노동자들은 고용은 워낙 불안해 지역의 실업자 군으로 돌아가기 일쑤로 드나듦이 심하다. 파견노동자들이 정규직, 혹은 1차하청의 가족들이 일하는 경우도 많다. 함께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으로 조직되면 좋겠지만 거꾸로 관리자들의 친인척이라면 이야기는 정반대의 상황이다.현대모비스를 제외하고는 부품업체 노동자들의 수는 영세한 수준으로 노조 활동이 안정적인 곳이 거의 없다. 그나마 유성기업과 같은 금속노조의 중간 허리에 해당하는 중급 노조도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탄압정책으로 많이 파괴되었다. 이처럼 대공장노조 주변에 있는 열악한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만나기란 쉽지 않다.결국 장기적인 계획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공장 담벼락을 넘나드는 투쟁
그러면 금속노조나 민주노총에는 장기적인 계획이 있는가? 여전히 15만 조합원 중 12만을 차지하는 현대,기아차를 중심으로 놓고 주간2교대를 준비하고 시행했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도 미지수다.
금속노조가 이럴 때 공공부문에서 의미 있는 조직화 모습을 볼 수 있다. 여전히 한계는 있지만 과거 KT노조, 지하철노조, 발전노조 등과 같은 큰 사업장노조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점차 지역 노동자들, 불안정노동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고 있다. 그 결과 학교비정규직노동자, 콜서비스센타비정규직노동자, 간병인노동자, 대형마트비정규직노동자 등 그동안 노동운동의 주변에서 차별받아왔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새로운 조직화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주간2교대 시행을 큰 업적인 냥 떠들고 있는 금속노조와 대공장노조 집행부, 여전히 그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활동가들은 보다 넓은 시각으로 주변에 있는 노동자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단지 노동운동의 대의나 원칙이 아닌, 주변에 함께 살아가고 있는 더 많은 노동자에게 피해와 희생을 강요하며 쟁취한 성과로 생색을 내서는 안 된다. 대공장노조 운동이 처해있는 사회적 고립은 자본이 의도한 측면도 있지만 대공장노조운동 스스로 선택했던 것도 분명히 있다. 그 고립을 타파하고 조합주의 늪에서 빠져나와 사내비정규직노동자, 지역과 전국의 노동자와 함께 야간노동 철폐를 외치고 대안을 모색할 때 지지 받으며 새로운 희망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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