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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 미스, <힐러리에게 암소를> (녹색평론 2001년 3-4월 호)

 마리아 미스가 그의 동료 베로니카 벤홀트-톰센과 함께 쓴 The Subsistence Perspective:Beyond the Globalized Economy(1999)의 서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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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 4월 북경에서 '유엔 세계 여성회의'가 열리기 몇달 전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힐러리 클린턴이 방글라데시를 방문하였다. 그녀의 방문목적은 방글라데시 시골마을들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들어온 '그라민은행'(Grameen Bank=풀뿌리 민중의 자립적 삶을 지원하기 위해 가난한 시골마을 사람들, 특히 여성들에게 소액의 사업자금을 무담보로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 . 운영중에 있는 은행 ― 역주)의 사업이 정말 소문대로 잘되고 있는지를 몸소 확인하려는 것이었다. 그라민은행의 소액대출은 방글라데시에서 농촌여성들의 상황을 놀랄 만큼 향상시켜온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클린턴 부인은 정말 이 여성들의 힘이 소액대출 때문에 커졌는지를 알고 싶었다. 그라민은행이나 개발지원 기관들에게는 '여성의 힘이 커진다'는 것은 한 여성이 자기자신의 소득을 가지고, 얼마간의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힐러리 클린턴은 마이샤하티 마을을 방문하였고, 거기서 그곳 여성들의 상황에 대하여 몇몇 여성들과 회견을 가졌다. 여성들은 대답하였다. "네, 우리는 이제 우리 자신의 수입이 있어요." 그들은 얼마간의 '자산'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암소, 닭, 오리 등이라고 했다. 아이들도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그들은 말했다. 이러한 대답을 듣고 클린턴 부인은 만족스러웠다. 마이샤하티 마을에서 여성들의 힘은 분명 커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하는 사람이 방글라데시 여성이 되고, 힐러리 자신이 대답을 해야 될 차례가 되었을 때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질문과 대답은 다음과 같이 이루어졌다.
"아파[자매님], 당신은 암소가 있어요?"
"아뇨, 나는 암소가 없는데요."
"아파, 당신은 자기 소득이 있어요?"
"실은, 전에는 내가 직접 벌었는데요, 그런데 남편이 대통령이 되어 백악관으로 옮긴 다음부터는 내가 직접 돈버는 일을 그만두었답니다."
"아이들은 몇 있나요?"
"딸 하나예요."
"아이들을 더 갖고 싶진 않나요?"
"네, 하나나 둘쯤 더 갖고 싶긴 해요. 하지만 우리는 우리 딸 첼시와 함께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마이샤하티 마을 부인들은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참 안됐네! 힐러리 부인은 암소도 없고, 자기 소득도 없고, 아이도 딸아이 하나뿐이라는군." 방글라데시 농촌여성들의 눈에 힐러리 클린턴은 결코 힘이 있는 여성이 아니었다. 그들은 그녀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 [녹색평론] 2001년 3-4월호 中 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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