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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사슴벌레님의 [난 언제 들키게 될까]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취향를 취향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
사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
여성으로서 닫힌 한국사회를 살아가려면 싸우며 부셔야 할 것들이 항시적으로 존재한다.
대학교3학년 동문회에서 생긴 일이다.(벌써 10년도 더 된 일이다..하~)
고향 친구들과 재경동문회라는 것을 빌미로 남녀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지던 시기였다.
그런 모임은 주로 젊은 청춘남여가 동향이라는 또는 다른꺼리의 핑계로 자연스럽게 만남을 가지는 것 이상아니다…모 친목도모라는 건 겉으로 내세우는 형식적 치장일 뿐..여하간…그때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 또한 멋진 선배들을 만나고 귀여운? 동기, 후배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으니..^^
대학3학년 여름즈음, 호기심에 담배를 시작했다.
대학1학년 들어왔을 때 실기실 저쪽 귀퉁이에서 2~3명의 재수삼수언니들이(참고로 우리과는 80명정원에 현역반 재수삼,사수생이 반이었다, 최고령은 32살 아저씨~)모여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내게 충격과 동시에 모든 의식과 사고의 전환이 된 계기였다.
여자도(“가” 아니다. 조사하나는 엄청 차이가 있다) 담배를 피우는구나.. 그게 과연 가능한건가? 얼마나 순진한 대학1년생이었던지…난 경상도에서도 젤루 보수적이라는 도시 안동에서 올라온 순진무구의 모든면에서 무지한 여성일 뿐이었다.
어찌나 꽉 막혔었던지…그렇게 보고 배웠을 뿐이었다.
대학4년은 나에게 새로운 세계로의 경험이었고, 완전히 다른 인간으로 거듭나는 인공의 자궁이었다.
담배를 배우고 한창 맛을 들여가던 시기.
동문회내에서도 동기친구들과의 모임만 따로 가지던 날이었다.
1차, 2차..술의 취기가 약간씩 몸에 배어있던 지라 난 머릿속으로 계산에 들어갔다.
동기에, 술에, 친분정도에..이 정도의 분위기면 친구들에게 커밍아웃?을 해야겠다.
그러고는 양쪽의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담배를 베어물었다.
그 모습을 보자말자 바로 앞의 친구(당근 남자지) 왈 “아니!! 어떻게 여자가 담배를 피워?” 그러고는 담배를 뺐어버린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당황해하고는…정신차리고..
“내 건강을 위해서라면 이해하겠다.하지만 그게 아니라 단지 내가 여성이어서 담배를 피워선 안된다면 넌 나쁜 놈이다!” 후자란다. 어이가 없어서 할말이 없었다.
논쟁(쌈이었겠지? 흐흐흐)을 한 5분, 아니 10분정도는 했나보다. 우씨..도저히 말이 먹히지 않는다. 분위기 나빠질까봐 그 자리를 피해버렸다.
나를 따라온 친구녀석이 난 이해하니 바래다 주고싶다…누구랑 같이 움직이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정중히 거절하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랬다. 울었다. 얼마나 속이 상했던지..억울하고..밉고…지는 담배피워도 되고 나는 안되는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래도 어느정도 지적수준에 사회적으로 관습화된 관념정도는 깨부실만한 아량?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친구가 너무나도 커다랗고 견고한 벽으로 느껴지면서 난 당황하고 한편으로는 슬펐다…그의 옹졸함에..그의 편협함에…그를 이해시킬 방법을 모르겠기에…
그 사건이 있는 1년인가 후에 그녀석은 정중히 나에게 사과를 했다.
여성학이라는 것도 배우고 나름의 의식을 깨쳐가면서 여성이 담배피는 것이 문제될만한 꺼리가 아니란 걸 알았고 자신의 행동이 잘못된 거라는 걸 깨달았다는 거였다.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며 둘은 웃을 수 있다.
한국여성이 길거리에서 담배피는 것은 경범죄에 속한다고 한다.
지붕이 없는 곳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우는건 죄라는데…믿거나 말거나…
웃을 뿐이다.
하지만 웃기만 하기에는 억울하게 당하는 경우가 아직도 여전히 잔존한다.
호주에 있을 때 자유로움과 물밀듯이 밀려오는 행복감을 느꼈던 건 길거리에서 담배를 피우며 돌아다니는 거였다. 그들은 실내에서 담배 피는게 오히려 불법이다. 그리고 여성이 거리에서 담배피는 것이 희귀한 풍경이 아닌지라 누구하나 거들떠 볼일이 아니다. 조그마한 동양여성이어서면 몰라도..^^
하지만… 한국의 중심가에서 여성이 담배를 피며 돌아다닐 수 있는가?
가능하다. 빰을 내놓고는 말다..ㅋㅋ..모르겠따..혹시 경찰이 잡아가진 않을까?
몇 년전 서울역앞에서 노동자대회 시위가 있었다. 시위인파속에 묻혀 서울의 중심가에서 담배를 베어물었을 때(ㅋㅋ 사실 부끄럽지만 시위나갈때마다 길거리행진때는 꼭 담배를 피웠던거 같다. 그때 아니면 길거리서 어찌 감히? 담배를 피겠는가...흐흠..) 저쪽 어딘가에서 시위를 구경하는 중년 아저씨의 시선이 느껴졌다. 순간 누군가가 길거리에서 담배피다 뺨맞았다는 얘기가 머리를 스쳐갔다…그 아저씨와 좀더 떨어지게 멀리 피해 걸어가는 나를 보면서 ‘내가 왜 이래야하는거지? 언제까지?’
미례씨가 댓글로 한가위 가사노동으로 아주버님께 잔소리?를 들으며 “몇 년동안 이렇게 살아야 할까요?” 그 말과 일맥상통한다.
요즘 홍대앞 반경1킬로내에서 통쾌한 풍경은 담배피는 여성들을 가끔 만난다는 것이다.(아직도 1킬로라는 벽이 잔존해있지만...)
대학시절 캠퍼스내 벤치에서 여성은 뒤돌아서 담배를 피웠다. 하~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리고 짜릿함을 느낀다. 그녀들에겐 그럴 권리가 있다. 너무나 당연한…
흡연은 취향일 뿐이다.
그런데 취향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 사회는 무언가?
언제까지 여성은 이렇게 억울해야 하는건가? 회사를 다니는 여성에게 담배피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인사고과에 마이너스로 반영된다.
외국계회사에서 마켓팅이라는 잘나가는 부서에서 일하는 유부녀친구,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최고의 상업빌딩(? Star tower)으로 이사가면서 회사에서는 담배도 안핀다..못피는걸꺼다..
그나마 그전 회사에서는 화장실에서라도 피웠는데 그 곳에서는 시선이 아무래도 더 부담스럽단
다. 좀더 권위적이고 좀더 잘 갖추어진 권력앞에서는 여자가 더 움츠러들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 한국 여성의 현위치인 것이다. 옘병할...그전 글에서도 썼듯이 최근다녔던 20층되는 울빌딩
에서도 드러내놓고 담배피는 여성은 꼴랑3명였다. 담배피는 그녀들은 어디로 갔을까? 으으으...
하지만 이런 불평등한 사건, 벽들로부터 머리썩히면 나만 손해다. 나만 바보된다.
가벼운 위트로 웃어 넘겨야 한다....
나 또한 가족에게는 담배에 대한 커밍아웃을 하지 못했었다.(지금은 건강상의 이유로 담배를 끊은지 3년째다) 싸우기 싫어서 말다. 싸움이 하루로 끝나는게 아니라 목숨이 다하는 그날까지 계속될 것 같은 두려움에 말다.
여성은 일상적인 투사가 되어야 한다.
돌처럼 굳어버린 그들의 머리를 어떻게 깨부술까?
딸들의 반란을 꿈꾼다.
>>사족
ㅠ_______________ㅠ
낼까지 나와야 할 작업이 한둘이 아닌데도 난 아직 이곳에 있구나..어쩔꺼나
또하나...트랩백을 걸었을 때 링크된 글의 제목을 고치면 원본글의 제목, 블로그main 포스트
리스트의 제목도 바뀌었으면~~진보네에 바라는 자그마한 희망~가능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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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ver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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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맛났던 담배를 기억하면 1991년 유럽여행이후 과언니가 건네중 네델란드담배잎에 담배마는 기계로 말아서 폈던 담배(유럽은 만들어진 담배보다 말아피는 담배가 더 쌈~). 어찌나 향이 부드러웠던지..&^^..유럽가면 꼭 다시 맛을 함 봐야지...담은 미국서 동생선배가 사다준 두툼하고 길쭉한 시가~물론 한번에 두번이상은 못빤다..독하니까..죽지..그래도 맛은 정말 잊을수가 엄따..하~~~부가 정보
redsea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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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일상적인 투사가 되어야한다"는 말에 만감이 교차하네요. 종묘공원에서 집회 시작을 기다리며 담배 피다가 할아버지들한테 지팡이로 얻어 맞았던 아픈 기억이...--;;;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