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여성 10명 중 6명 직장인이지만 ‘노동 인과성’ 인정은 소홀
노동시간 길수록 유산 위험 높아…주당 61~70시간 땐 56% ↑
업무 연관성 입증 쉽지 않고 ‘유산 = 여성 개인 문제’ 인식도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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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12시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고 주방업체에 있는 음식점 간판이 뒤집어져 놓여 있다. |한수빈 기자.
“각종 언론에 소개된 OOOO죽!” 호쾌한 필체의 간판이 거꾸로 뒤집힌 채 경기 고양시의 한 중고 주방기기 업체 마당에 놓여 있다. 이 업체에서 일하는 김정훈씨(50)가 지난해 코로나19로 폐업한 한 가게에서 가져와 작업대로 쓰는 간판이다. 12일 찾은 이 업체에는 코로나19로 폐업한 가게들에서 매입한 냉장고 50여대와 의자 70여대가 가득 들어찼다. 고깃집에서 주로 쓰는 원통형 양철 의자가 창고 구석을 채웠다. 마당에 주차된 트럭 짐칸에도 나무 의자가 한 무더기다.
이렇게 물건은 들어오는데 사가는 이가 없다. 자영업 창업 수요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창고에는 계속 물건이 쌓인다. 자리가 모자라 마당에 내놓은 냉장고도 있다. 김씨는 “비 오면 전자제품은 고장나는데 볼 때마다 걱정”이라며 “모두가 힘든 상태다. 우리도 (매입 문의가 오면) 인건비만 나오면 다 구매해주려 하는데, 자영업자들도 자포자기하고 그냥 가져가라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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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낮 12시30분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중고 주방업체 물류 창고 마당에 쌓여있는 주방용품들. 코로나19로 판매량이 줄며 창고 공간이 부족해진 것이 원인이다. |한수빈 기자.
<img src="https://img.khan.co.kr/news/2021/08/13/l_2021081201001667600141895.jpg" class="__se_object" s_type="attachment" s_subtype="image" style="display: block; border: 0px none; vertical-align: top; max-width: 710px;" width="700" jsonvalue="%7B%7D" alt="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고 주방업체에 12일 업소용 주방용품들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picture>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고 주방업체에 12일 업소용 주방용품들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중고 주방기기 매입 업체나 고물상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올해 6월 자영업자 수는 전체 취업자(2763만7000명)의 20.2%인 558만명으로 통계 작성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장사를 접은 상인들은 한 푼이라도 손실을 메꾸려고 집기류를 판다. 먼저 폐업철거업체와 협상을 해 물건을 판다. 팔리지 않은 집기류는 중고가전 매입 업체로 간다. 도·소매상에서도 거절당한 물건들이 최후에 모이는 곳이 고물상이다.
크게 보면 코로나19 이후 중고기기 매입업체·고물상에 오는 물량은 오히려 줄었다고 한다. 폐업에 따르는 권리금·대출 등을 감당하기 어려운 자영업자들이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어서다. 그러나 한계가 오면 매입업체나 고물상 문을 두드린다.
김씨는 그 폐업들을 “눈물의 폐업”이라고 불렀다. 올해 2월 울산에 식당을 오픈하며 김씨에게 물건을 사 간 어떤 부부는 지난 7월에 김씨에게 다시 연락해 “물건을 다시 매입해줄 수 없냐”고 물었다. 물건을 매입해도 재판매할 곳이 없지만 여기저기서 오는 매입 문의 전화를 거절하기 어렵다고 했다. “폐업하는 분들은 그냥 만사 포기하고 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단돈 만원이라도 건져낼 수 있는 물건들은 다 파세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김씨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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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영등포구 한 냉장기구 도·소매점. 오른쪽에 보이는 냉장고와 왼쪽에 올려져 있는 싱크대는 세상을 떠난 곰탕집 사장이 지난해 11월 팔고 간 물건이다. |조해람 기자
“버티고 버티다가, 견디고 견디다가 마지막에 오는 곳이 여기예요.” 이날 만난 서울 영등포구 중고 냉장기기 업체 사장 이대영씨(61)가 가게를 둘러보며 말했다. 일렬로 늘어선 주방기기들 끝에 놓인 한 냉장고엔 식재료 대신 잡동사니가 들어 있다. 지난해 11월 폐업한 곰탕집 사장이 이씨에게 판 냉장고다. 코로나19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한 사장은 스트레스와 지병으로 세상을 떴다. 35년째 장사하며 골목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터줏대감 이씨지만 장사를 접고 떠난 사장님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른다. “여기 오는 사장님들 모두 억울하다고, 쫄딱 망했다고 해요. 죽고 싶다고, 시골 간다고…. 이젠 묻지도 않아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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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중고 주방업체 창고 앞에 12일 미처 창고에 들어가지 못한 업소용 주방기구들이 쌓여 있다. |권도현 기자
<img src="https://img.khan.co.kr/news/2021/08/13/l_2021081201001667600141894.jpg" class="__se_object" s_type="attachment" s_subtype="image" style="display: block; border: 0px none; vertical-align: top; max-width: 710px;" width="700" jsonvalue="%7B%7D" alt="12일 오전 9시쯤 서울 동작구 한 고물상에서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고물로 가져온 ‘광동제약’ 온장고가 눈에 띈다. |한수빈 기자." /></picture>
12일 오전 9시쯤 서울 동작구 한 고물상에서 분류작업이 한창이다. 고물로 가져온 ‘광동제약’ 온장고가 눈에 띈다. |한수빈 기자.
“경기를 알려면 통계청이 아니라 고물상에 와야 한다”고 자신하는 서울 영등포구 고물상 주인 김모씨도 얼어붙은 경기를 실감한다. 폐업한 가게 물건은 코로나19 이전보다 덜 들어온다. 그러나 김씨는 고물상에 가게 간판이 안 들어오는 것은 경기가 심각하게 안 좋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자영업 시장이 꽁꽁 얼었다는 증거예요. 시장이 활성화되면 창업도 늘고 업종도 자주 바뀌기 때문에 고물상에도 간판이나 집기류가 많이 오거든요. 지금은 폐업하면 돈은 없는데 권리금도 내야 하고 대출도 갚아야 하니까. 다들 버티는 거예요. 다들….” 18년간 영업했지만 주변 상인들이 이렇게 힘들어하는 건 처음이라고 한다. 김씨도 최근 매출 감소로 직원 1명을 줄였다. 한 칸짜리 사무실. 언제 켰는지도 모를 고장난 에어컨 아래로 선풍기 세 대가 더운 바람을 실어 날랐다.
등록 :2021-08-13 05:00수정 :2021-08-13 07:39
간호사는 보통 병원 안에서만 하루 1만보를 넘게 걷는다고 한다. 온 종일 바삐 병동을 오가며 서서 일해야 했던 ㄱ씨는 결국 임신 8주차에 유산했다. ㄱ씨는 유산휴가를 신청했으나 회사는 이 역시 반려했다. 근로기준법은 유산한 노동자가 신청하면 유산휴가를 주도록 하고 있으나 고용주는 이마저 거부한 것이다. ㄱ씨는 “임신 초기에도, 유산한 뒤에도 출혈이 있는데도 병원을 돌아다녔다. 임신 했을 때도 아무도 보호해주지 않더니, 유산도 오롯이 내 탓이었다. 최소한의 법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현실에서 어떻게 아이를 낳으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2016~20년 5년 간 유산을 겪은 여성은 45만8417명이다. 저출생 기조로 임신이 줄면서 유산 인원 자체는 과거보다 감소했으나, 임신한 여성 가운데 유산을 겪은 비율인 유산율은 오히려 증가했다. 특히 취업 여부에 따라 유산율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직장 여성 연간 유산율은 미취업 여성 유산율보다 7%포인트 높게 유지됐다. 노동 환경이 임신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노동 조건과 연관된 유산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같은 기간 산업재해(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 유산은 단 3건에 불과했다. 정부가 저출생 대책에 한 해 46조원(2021년 기준)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임신한 여성 노동자 보호, 유산의 노동 인과성 인정에는 소홀한 것이다.
<한겨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유산·분만 관련 진료인 인원 현황’(2016∼2020) 자료를 받았다. 지난 5년 해마다 평균 9만1600여명이 유산했다. 같은 기간 분만 여성은 평균 26만2700명이었다. 임신 여성 4명 중 1명이 유산을 겪은 것이다.

저출생으로 임신 자체가 줄면서 유산 인원 역시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취업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취업)와 피부양자(미취업)로 나눠 보면 감소폭은 달라진다.
미취업 여성 유산은 2016년 4만5515명에서 2020년 3만3877명으로 1만1638명(25.6%) 줄었다. 반면 유산으로 진료 받은 여성 취업자는 2016년 5만2101명, 2020년 5만893명으로 큰 차이가 없다. 이 때문에 전체 유산 인원 가운데 직장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같은 기간 53.4%에서 60%까지 증가했다. 유산을 겪은 여성 10명 중 6명은 직장인이라는 얘기다.
만혼 경향으로 임신 연령이 높아지면서 유산율이 증가했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유산율은 취업(27.2%→31.3%), 미취업(20.3%→24.5%) 여성에게서 거의 동일하게 증가했다. 취업 여성 유산율 증가에 만혼 외 다른 원인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취업자와 미취업자 유산율 격차다. 지난 5년 간 취업자 유산율은 미취업 여성 유산율보다 꾸준히 7%포인트가량 높았다. 연도별 유산율 차이를 보면 2016년 6.9%포인트(27.2%, 20.3%), 2017년 7.1%포인트(28.4%, 21.3%), 2018년 7.1%포인트(30.2%, 23.1%), 2019년 7.1%포인트(30.8%, 23.7%), 2020년 6.8%포인트(31.3%, 24.5%)였다.
이런 격차는 이전에도 비슷하게 확인된다. 2016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06~15년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유산율을 분석했는데, 그때도 모든 연령대에서 직장가입자 유산율이 피부양자보다 높았다. 당시 연구팀은 “직장가입자의 근로 환경이 임신 및 출산 시 건강상태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유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취업 여성 유산율이 미취업 여성보다 7%포인트 높게 유지되는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노동 시간과 업무 종류, 태아에 영향을 주는 생식독성물질 사용 여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지만, 업무 연관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김새롬 시민건강연구소 젠더와건강연구센터장은 “과중한 업무, 일터 경쟁 심화가 직장가입자 여성의 유산율이 피부양자 여성보다 높게 유지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예훈 산부인과 전문의는 “일반적으로 과로, 교대·야간 노동 등이 임신 유지에 어려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원인 파악을 위해서는 보다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시간 노동이 유산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념은 이미 연구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2019년 이준희 순천향대 서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이완형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국민건강영양조사(2010~12년)에 참여한 19살 이상 여성 노동자 4078명의 유산 경험을 조사했다. 주당 50시간 미만 일한 여성과 비교했을 때, 61∼70시간 일한 여성은 자연유산 위험이 56% 높았다. 주당 노동 시간이 70시간을 초과하면 자연유산 위험이 66%까지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록 유산 위험이 높다는 인식이 학술적으로 증명됐다. 일하는 여성의 모성 보호를 위한 정책 근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노동 시간 뿐 아니라 ‘노동의 종속성’도 유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현주 우송대 간호학과 교수는 “피부양자 여성도 가사·돌봄 등 상당한 육체 노동을 한다. 그러나 고용주의 지휘·감독 등 통제를 받으며 경쟁적으로 성과를 내야하는 직장 여성과는 노동 양상도, 그로 인한 스트레스 양상도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직장가입자와 피부양자 간 7%포인트 격차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노동 자체뿐 아니라 이같은 노동 종속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산과 노동의 인과성을 드러내는 연구와 통계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유산은 여전히 여성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2016~20년 유산한 직장 여성 25만8646명 가운데 산재(업무상 질병)가 인정된 유산은 단 3건이었다. 애초 산재 신청 자체도 8건으로 적었다. 전문가들은 유산을 겪은 당사자와 판정 주체 모두 ‘유산=여성 개인 문제’로 인식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본다.

<한겨레>는 근로복지공단이 정춘숙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 받지 못한 유산 사례를 들여다봤다. 불승인 사례와 그 이유가 공개되는 건 처음이다.
불승인 사례 5건 중 2건은 임신 초기 자연유산이었다. 신청자는 음식점 종사자와 고객 상담원이었는데 이들은 각각 장시간 서서 일하는 노동 환경, 고객 폭언으로 인한 유산을 주장했다. 질병판정위원회는 임신 초기 자연유산은 흔하고 염색체 이상인 경우가 많으며 업무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승인 판정을 내렸다.
다른 2건은 조기양막파열이었는데 “조기양막파열은 현재까지 원인이 불투명하며, 업무 연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불승인했다. 나머지 1건은 자궁경부무력증이었다. 질병판정위는 “(신청자가) 과로나 장시간 근무를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불승인 사례 5건 가운데 4건이 자연유산과 조기양막파열이었다. 발생 원인이 의학적으로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다. 원인이 모호하기 때문에 노동과의 연관성을 찾는 일도 쉽지 않다. 문제는 이 어려운 입증 책임이 모두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된다는 점이다. 질병판정위원으로 활동하는 윤정원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전문의는 “태아 염색체 검사, 염증 검사, 감염 검사 등 모든 검사에서 이상이 없고 직업 스트레스 외에는 산모가 건강하다는 걸 본인이 입증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노동과 유산 연관 입증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삼성전자 백혈병 사망 사건 보상 문제 등을 처리하기 위한 중재판정을 통해 2018년 11월 독립기구인 ‘삼성전자 반도체·엘시디(LCD) 산업보건 지원보상위원회’가 만들어졌다. 근로복지공단 산재 인정과 별도로 삼성전자 작업장 노동자 질병보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2020년 6월까지 유산 173건, 사산 10건 등 모두 400건의 보상이 완료됐다. 지원보상위원회는 최소 기준(삼성전자 및 협력사 여성 재직·퇴직자 가운데 임신 3개월 전부터 출산(유산)까지 반도체 및 엘시디 라인 1개월 이상 근무 또는 출입한 자)만 충족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랬더니 한 사업장에서만 183건의 유산 관련 질병보상이 인정된 것이다.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 상임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지금 시스템에서는 유산을 산재로 인정 받으려면 근로자 개인이 까다로운 입증 절차를 거쳐 판정을 받아야한다. 입증 책임을 덜어주고, 보상 문턱을 낮추면 많은 여성이 유산을 업무상 질병으로 신청한다는 걸 삼성전자 지원보상위원회 사례가 보여준다. 판정을 거쳐야만 하는 산재보험 제도 자체의 전환을 고민할 때”라고 말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제도는 유산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여성 노동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격이다. 유산 산재 인정 절차 완화 등 관련 법 개정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은 “‘산재보험은 근로자 본인에게만 해당된다’는 규정으로 인해 유산, 태아의 건강손상 등이 산업재해로 인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회 환노위에서 논의 중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을 통해 유산이나 태아의 건강손상에 대한 보험급여 사항을 새로 규정하는 방안이 마련되길 바란다”고 했다.
유산의 산재 인정 만큼이나 중요한게 일터에서의 최소한의 모성 보호다. <한겨레>가 유산을 겪은 반도체 노동자 2명, 보건의료 노동자 3명을 인터뷰했더니 교대 근무, 야간 근무를 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근로기준법은 임산부 야간 노동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다만 야간근무 동의서를 제출하면 가능하다. 이현주 교수는 “만혼으로 30∼40대에 첫 임신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는 추세이기에 더더욱 직장 내 모성 보호가 중요하다. 그런데도 정부의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 포함된 유산 방지 대책은 임신 중 육아휴직 분할 사용 횟수 제외, 임신 중 유연·재택근무 활용 권고가 전부다. 임신 노동자가 자신과 태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직장 내 위험으로부터 피할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society/women/1007561.html?_fr=mt1#csidx32812e881f39b3383fbdc305a1f8fe0 
![8,15대회추진위원회는 8월 4일부터 청와대 앞에서 대표단 릴레이 1인 기자회견을 일주일째 개최하고 있다. 12일 흥사단 박만규 이사장이 첫 릴레이 1인 기자회견 주자로 나섰다. [사진제공 - 8.15대회 추진위]](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8/202825_84582_201.jpg)
‘광복76주년, 한반도 자주평화통일을 위한 8.15대회 추진위원회’(이하 8.15대회추진위, www.815action.net)는 8월 4일부터 시작한 청와대 앞 대표단 릴레이 1인 기자회견을 일주일째 계속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10일부터 위기관리참모훈련을 시작으로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시작했다. 8.15대회추진위 대표단은 남북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실낱같은 희망을 보였던 남북관계가 다시 위기에 처한 것에 우려를 표명하며 16일부터 시작하는 본 훈련인 연합지휘소훈련은 반드시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사단 박만규 이사장은 다가오는 76주년 8.15 광복절을 맞아 “1945년 해방을 맞이하기까지 자유로운 나라, 평등의 나라, 자주독립의 나라, 평화의 나라를 만들기 위한 애국투사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분단 76년 속에 아직 그 꿈이 온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만규 이사장은 “정전 68년이 되는 7월 27일 연결된 남북통신연락선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실시로 다시 메아리 없는 불통선이 되었다”며 “남북관계 정상화의 작은 불씨를 잃어버릴 어려운 시점”이라 개탄했다.
또한 “지금은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을 살릴 것인가, 남북관계의 단절을 감수할 것인가”의 기로에 다시 섰다며, 다시 한 번 문재인 대통령의 훈련중단 결단을 호소했다.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김종선 사무총장이 1인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 - 8.15대회 추진위]](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8/202825_84583_2022.jpg)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김종선 사무총장은 “10일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5015작전계획에 기반한 훈련으로 북에 대한 선제공격, 북 수뇌부에 대한 참수작전, 점령 후 안정화 조치까지에서 볼 수 있듯 일상적, 방어적 훈련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미중갈등이 경제를 넘어 군사 갈등으로 갈 우려를 낳고 있는 지금, 군사훈련의 중단은 한반도의 평화를 넘어 전 지구적 평화로 가는 필수 조건”이라 말했다.
또한 민예총의 많은 예술인들은 “예술 작품으로 전쟁의 아픔을 노래하고 평화를 촉구”해왔다며, “연합군사훈련은 전쟁의 연장이며, 전쟁의 목표인 ‘적의 섬멸’을 기준”으로 할뿐만 아니라 “미국의 동북아 패권연장에 남한이 협력자가 되는 것은 스스로 분쟁의 공범이 되는 것으로 전쟁연습의 동조자가 평화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의 연장이 아니라 종전평화협정의 체결”이라 일갈했다.
김종선 총장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고 있고, 날로 재앙으로 다가오는 기후위기의 사건들 역시 일상화 되고 있다”며 세계가 공존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모든 분쟁은 중단되어야 하며, 68년 지속해온 한국전쟁의 연장전도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이 유엔에 제출한 보고서에 의하면 북은 기후위기로 인한 흉작으로 현재 86만 톤의 식량이 부족하며, 특히 곡물 중 쌀의 부족분이 53만 5천 톤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지금 필요한 것은 전쟁연습이 아니라 공존을 위한 식량 지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민예총 김종선 사무총장, 2021평화통일시민회의 조원호 공동대표, 6.15청학본부 정종성 상임대표,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 [사진제공 - 8.15대회 추진위]](https://cdn.tongilnews.com/news/photo/202108/202825_84584_2043.jpg)
지난 8월 6일부터 10일까지 진행된 1인 기자회견에는 2021평화통일시민회의 조원호 공동대표, 6.15청학본부 정종성 상임대표,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2021평화통일시민회의 조원호 공동대표는 문재인 정부가 최근 ‘백신주권’을 이야기 한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왜 외교와 국방의 자주권은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가” 지적하며, “군사훈련이 과연 주권을 지키는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조원호 대표는 문재인 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지만 과거 노무현 정부의 10.4선언을 상기하며,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다시 한 번 남북정상이 만나 남북협력과 민족의 자주권 실현을 위해 나서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6.15청학본부 정종성 상임대표는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청년들은 전쟁의 최대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으며, 분단 역시 청년들의 삶을 옥죄는 문제”라며, “코로나로 청년들은 알바 자리도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었지만, 이런 청년들의 삶을 위해 쓰여도 모자랄 혈세는 국방비, 미군 주둔비를 비롯한 분단비용에 먼저 쓰이고 있다”고지적했다.
또한 “분단을 극복하면 등록금, 일자리, 복지, 군대 문제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해결될 수 있으며, 전쟁훈련 중단과 남북관계 개선은 청년들의 운명이 달린 문제”라 말했다.
정종성 대표는 얼마 전 남과 해외의 청년학생들이 온라인 토론회를 열어 한미군사훈련 중단 투쟁을 결의를 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겨레하나 이연희 사무총장은 “남과 북의 대화와 그 결실인 남북의 공동선언들은 북한을 적이 아니라 화해, 협력 나아가 평화와 통일을 함께 만드는 상대로 인정하는 일에서 시작되었고, 2018년 평창의 봄도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으로부터 시작되었음”을 상기하며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촉구했다.
또한 “미국은 한미동맹과 연합방위태세 구축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10만씩 발생하고 있는 미국이나 4단계 우리 방역단계를 보더라도 중단되어야 할 훈련”이라고 지적했다.
8.15대회 추진위의 대표단 릴레이 1인 기자회견은 8월 13일까지 계속되며 매일 11시 페이스북 라이브로 중계된다.
한편 8.15대회 추진위는 8월 15일 오후 2시 8.15대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6.15남측위원회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생중계할 예정이다.
여당이 물러섰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12일 오후 5시경 국회 소통관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공동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언론현업 4단체(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의 주장을 수용해 법안을 수정·삭제하겠다고 밝혔다.
언론중재법을 다루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문체위) 소속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언론중재법 대안에 대해 언론계와 야당의 반대 등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언론의 책임 강화를 위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허위조작보도 방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로 법 개정을 추진했으나 많은 오해와 일부 법 조항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의겸 의원은 “언론노조·방송기자연합회 등과 면담을 하면서 법안소위 통과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며 “언론계는 △징벌적 손배 청구가 의도와 다르게 권력자를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징벌배상 대상이 되는 고의·중과실 추정의 입증 책임이 언론에 전가되어 언론 보도를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 △열람차단청구 표시가 언론 보도 내용의 진위와 관계없이 낙인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문체위 여당 간사인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언론계의 우려 중 합리적이라 인정되는 대목을 수정하기로 했다”면서 “고위공직자·선출직 공무원·대기업 임원 등 대통령령으로 정한 사람들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도록 적용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원고)가 고의·중과실 주체임을 명확히 해 입증 책임에 대한 모호함을 없애겠다. 우려가 큰 (고의·중과실 추정 요건) 조항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또 “(개정안에 있는) 열람차단 청구 표시 조항을 삭제하겠다”고 말했다. “인터넷상에서 허위 조작 보도로 피해를 보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일부가 남용할 가능성, 낙인효과에 따른 언론 신뢰도 하락을 함께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당내) 수정안이 마련되는 대로 전면 공개하겠다. 국민의힘도 15일까지 안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다음 주에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으로 합의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민주당 결정은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법안소위에서 표결 처리한 뒤 어제(11일)까지의 모습에 비춰볼 때 다소 급작스럽다. 김용민 미디어혁신특별위원장은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열람차단 청구 표시 등 개정안을 향한 우려를 하나하나 반박하며 ‘사수’ 의지를 보였다. 윤호중 원내대표는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언론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설 만큼 우악스러운 법이 아니다. 무엇보다 압도적 다수 국민께서 법 처리를 바라고 계신다”며 “흔들림 없이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윤호중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 언론현업 4단체 대표자들과 비공개 면담을 진행한 뒤 반나절도 안 돼 기자회견까지 이어졌다. 언론현업 단체 의견을 전격 수용해 언론계의 강한 우려를 잠재우고, 어떻게든 8월 중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이 15일 자신들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내놓기 전에 선제적으로 법안의 약점을 보완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기자회견은 또 다른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언론인권센터는 “공인 보도라도 모두 국민의 알 권리에 포함되지 않는다. 공인이라도 고의·중과실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을 제기할 수 있어야 하고, 이 경우 악의에 대한 입증 책임이 소송을 제기한 측에 있어 언론의 역할이 위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민주당은 공인 관련 보도를 사실상 징벌배상 대상에서 제외해버렸다.
언론현업 4단체는 앞서 징벌배상 도입 시 공인이나 공공영역 인사의 보도는 그들(원고)에게 입증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입증 책임과 상관없이 전략적 봉쇄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입증 책임 전환보다는 아예 징벌적 손배 적용을 배제하는 게 실효적이라고 판단해 입장을 바꿨다. 어쨌든 민주당이 개정안을 수정하기로 하면서 추가적으로 여러 조항들이 삭제·수정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언론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강하게 요구하는 당내 강성지지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언론보도 피해에 따른 손해배상액을 현실화하겠다는 개정안의 애초 취지는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개정안을 비판해온 언론현업 단체도 위와 같은 취지에 동의해서다. 앞서 언론현업 4단체는 지난 6월14일 ‘언론 등이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보도하여 인격권에 중대한 피해를 입은 피해자는 해당 보도 언론사에게 손해액의 3배까지 배상액을 청구’할 수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공개 제안했다.
해당 개정안에 의하면 선거로 선출되는 정치인, 공직자(후보자), 대기업 관련 보도 및 공익신고법상 공익 관련 사안 등에 대한 보도는 배액 배상 청구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했다. 배액 배상 근거가 되는 ‘악의’는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의 내용 및 규모를 고려해 판단하도록 했다.
악의가 인정된 경우에는 △악의의 정도 △피해자 손해의 정도 △언론사가 해당 행위로 인해 취득한 경제적 이익 △언론사가 해당 행위로 인해 형사 처벌 또는 행정처분을 받은 경우 △언론사 재산상태 △언론사가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한 정도를 고려해 배상액을 정하도록 했다. 민주당이 언론현업 단체 의견을 대폭 반영한다면 이 같은 내용이 뼈대가 되는 개정안이 최종안으로 나올 수 있다.
2021 제19회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21.08.12 08:01최종 업데이트 21.08.12 08:01박현국(aoyama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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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제 19회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 포스터입니다. 국제한국어교육재단 누리집 화면을 편집했습니다.? | |
| ⓒ 박현국 | |
지난 9일부터 사흘 동안 국제한국어교육재단과 교육부가 주관하는 '2021 제19회 재외한국어교육자 국제학술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어 교재, 한국어 교육의 미래!'라는 주제로 세계 44개 나라에서 400여 명의 한국어 선생님과 행정직원들이 참가했습니다.
해마다 여름방학 때 재단법인 국제한국어교육재단에서는 세계 여러 나라에 있는 한국교육원이나 대사관, 영사관을 통해서 한국어 선생님과 행정직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학술대회를 열어왔습니다. 지난해와 올해는 코로나 감염증 확산으로 이동이 자유롭지 못해서 줌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학술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번 행사 첫날인 9일에는 이금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개회식을 열었습니다. 개회식에서는 임영담 이사장님의 개회사와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인사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축하공연으로는 바흐와 베토벤의 곡과 아리랑 환상곡이 연주되었습니다. 점심시간 이후 기조 강연에서는 강승혜 연세대학교 교수님께서 '한국어 교재, 한국어 교육의 미래!'라는 제목으로 교재의 중요성, 역할, 한국어 교재 개발의 역사와 현실 들을 소개하셨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시민기자는 교토에 있는 류코쿠대학 국제학부에서 우리말과 민속학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안종주의 안전 사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파력이 기존 바이러스는 물론이고 다른 우려 변이형보다도 더 강력한 델타 변이형의 확산 속도가 예상보다도 훨씬 더 빠르다. 델타형은 이미 변이형의 왕자 자리를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곧 전체 코로나 바이러스 위에 우뚝 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백신 접종 속도는 더디다. 모더나 백신 확보는 대국민 발표한 것과 달리 구멍이 나 8월 중 맞히기로 한 것이 반토막이 났다.
접종을 마친 국민의 비율은 15% 남짓하다. 부끄럽게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꼴찌다. 최근 부산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종사자와 입소자 가운데 무려 41명이 집단으로 돌파감염 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전 국민의 70%가 접종을 마쳐 집단면역만 형성되면 코로나 유행을 잠재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예측은 사실상 사라졌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부산 등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가운데 가장 높은 4단계를 시행하고 있음에도 확산 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전문가들은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하루 3천명, 4천명의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새로운 방역 전략, 전문가들마다 다른 목소리
전문가들 가운데는 더 강력한 방역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려 사망자가 더 증가하지 않는 선에서 시민의 자율적 방역에 더 무게를 두는 완화 전략을 펴야 한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이 있다. 집단면역 목표와 전략을 전면 재수정해야 한다는 전문가도 있다. 어떤 정책과 전략을 펼지 정부도 골치 아플 것이다. 시민들도 어디에 손을 들어야 할지 헷갈린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전략과 백신 접종을 통한 집단면역 달성 등 많은 부분은 델타 변이형의 공격이 두드러지지 않았을 때 짜거나 세워 시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한계가 이미 드러났다. 4차 대유행의 끝이 언제가 될지 모른다. 바이러스가 확산될 여지가 큰 여름휴가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얼마 있으면 추석 연휴와 단풍놀이의 계절이 온다. 이 또한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릴 위험한 시기다. 그리고 지난 3차 대유행 때 보았듯이 겨울이란 환경은 바이러스가 확산되기 안성맞춤이다.
이 모든 지표와 상황은 방역 패러다임을 새롭게 잘 전환기가 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다. 아니 이미 늦었다. 방역 당국은 물론이고 전문가 등이 집단지성을 발휘해 공동체에서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방역 전략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굵고 짧게’ 끝내겠다는 전략은 완전한 실패로 판명됐다.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필요하다.

휴지조각 된 4단계 거리두기, 새 버전 만들어야
코로나 유행 이후 고치고 고친 끝에 지금의 4단계로 나눈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7월 초 제대로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형해화(形骸化) 됐다. 기준에 맞춘 거리두기 단계 발령은 이미 휴지조각이 됐다. 1단계와 2단계 기준에 속하는 지역인데도 3단계, 4단계 발령을 내린다. 3단계 요건인데도 4단계를 선제적으로 발령하는 곳도 많다. 2단계와 3단계, 3단계와 4단계를 마구 뒤섞어 정체불명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곳도 있다.
원칙이 사라진 곳에서는 불만만 넘쳐나고 효과는 반감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마찰할 소지만 키운다. 일반 시민은 물론이고 전문가들도 지금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단계별로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외우고 있지 못하다. 실제 현실에서는 전혀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자체마다 그때그때 다르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헷갈린다. 사회적 거리두기 안을 새롭게 만들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두 번째로 집단면역 목표와 달성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 영국의 백신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백신을 맞아도 집단면역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명돈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장도 최근 한 언론과 인터뷰를 해 정부가 집단면역 프레임에서 벗어날 것을 권고했다. 1차 접종을 확대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50대 또는 60대 이상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 완료(2차 접종)를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델타변이 대유행, 집단면역 전략 수정 불가피
인구 70%에 대해 접종을 마치면 감염병의 유행을 잠재울 수 있다는 이른바 집단면역 전략은 코로나 유행 초기인 지난해 봄에 나온 것이다. 이 전략은 변이형, 특히 텔타 변이형의 등장과 더불어 빛을 잃어가고 있다. 돌파감염이 접종 백신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일어나고 있으며 그 선봉장을 델타변이형이 맡고 있다.
이스라엘은 세계가 인정하는 백신 접종 모범국이다. 전체 인구의 약 60%가 두 차례 백신 접종을 끝냈다. 하지만 최근 델타 변이형이 크게 유행하면서 지난 9일 집계된 신규 확진자 수는 인구규모가 우리의 6분의 1밖에 되지 않음에도 6,275명이었다. 지난 2월 8일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많았다. 감염자 증가에 따라 중증 환자 수와 사망자 수도 덩달아 늘었다. 집단면역이 최종 목표나 구세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초기 충분한 백신 확보에 실패하는 바람에 한두 가지 백신을 접종하는 이스라엘, 일본, 세 가지를 접종하는 미국 등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다양한 종류의 백신을 맞고 있다. 이들 백신은 종류에 따라 항체 형성률과 델타 변이형 대응 능력이 크게 차이난다. 우리는 연령별로도 접종하는 백신이 서로 차이가 난다.
백신별 접종 후 항체 지속성, 변이 대응력 등 조사해야
따라서 접종 완료 후 일정 기간 지난 뒤 중화항체 형성률과 지속 정도, 델타형 등 변이형에 대한 효과 등을 연령별, 백신별로 조사해야 한다. 그 결과를 근거로 해 맞춤형 3차 추가접종(부스터샷)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맞춤형 방역 메시지 소통을 해야 한다. 방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과 메시지 개발, 그리고 소통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런 작업을 하고 있으며 그 중간 결과가 어떻다는 정부 발표는 없었다.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은 비변이형이든, 변이형이든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의 경우 돌파감염이 생기더라도 위중증으로 가거나 사망하는 사례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이다. 물론 델타형에 이어 람다형 등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는 유행이 지속하는 한 앞으로도 계속 나올 것이다. 이들 바이러스 가운데 돌파감염과 함께 독력(毒力)이 강한 종류가 생기는 것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끝으로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앞으로 몇 달 뒤, 특히 대부분의 접종대상자에게 백신을 2차까지 맞힌 뒤, 그리고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추가접종까지 한 뒤에는 또 한 번의 방역 전략 전환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기초 위에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 완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런 전환에는 반드시 전문가 의견뿐만 아니라 시민의 여론을 충분히 듣는 과정이 중요하다.
‘청주간첩단’으로 알려진 사건이 최근 사례였다.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북한 공작원 지령을 받고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F-35A 도입 반대 등의 활동을 했다’며 지난 2일 3명이 구속된 사건이다. 이후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사건 수사자료 내용이 매일 단독 기사로 보도됐다. “F-35 반대 일당 USB엔 北지령문·충성맹세 혈서 사진”, “충북간첩단, 국정원 요원들 실명도 알아냈다” “‘간첩 혐의’ 청주 활동가들 ‘북한 지령 받고 반보수 투쟁·정당·여성노동자에 접근’“ 등의 헤드라인이다.
지난 5월엔 이정훈 4.27시대연구원 연구위원의 구속과 ‘세기와 더불어’ 출판사 압수수색 사건도 있었다. 이 연구원은 반국가단체 표현물 소지 및 회합·통신 등 혐의로 구속됐다. 세기와 더불어 출판사는 ‘이적표현물’을 제작한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세 사건 모두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이관 중인 국가정보원과 경찰의 합동 수사 사건이다.
진천규 대표는 이 사건들을 보도한 언론에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것을, 그들의 말을 충분히 듣지도 않고 어찌 그리 단정적으로 보도하느냐. 대한민국 공권력이 지고지선의, 최고의 판단을 내리는 결정권자냐”라면서 “수십년 전의 인혁당이나 통혁당 사건 모두 재심에서 무죄판결 받았지만 그 시절엔 사형이 선고됐다. 사법살인이었다. 40년 징역 살고 나와 아직 고통속에 사는 이들도 있다. 40년 뒤 재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 뭐하느냐”고 물었다.

진 대표는 자신도 위축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언론을 향해 “최근에 가장 많이 방북 취재를 다녀온 사람으로서, 어느 날 갑자기 (정보·수사기관이) 들이닥쳐 나를 가둬 놓고 2~3달 동안 아무것도 없이 ‘진천규 간첩’이라고 했을 때, 여러분 어떻게 보도하실 거냐”고 물으며 “모골이 송연하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모든 분들이 나의 일이란 생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색깔론·검열·편견·무지 모두 벗어나야” 제안
토론회 발제를 맡은 원희복 민족일보기념사업회 이사장(전 경향신문 기자)도 언론이 국가보안법에 길들여졌다고 진단했다. 원 이사장은 그 결과를 ‘3맹 9혹’으로 설명했다. 3개의 무지(3맹)는 북한과 미·중·일 등 주변국과 한반도 정치를 모른다는 뜻이다. 9혹은 “북한은 사람 살 곳이 못된다”거나 “한미 동맹은 지고 지선”이라거나 “반공이 정치적 효과가 있다”는 등의 “편견과 환상”을 말한다.
원 이사장은 한국 언론이 자국의 국가보안법에 거리를 두지 못하지만 타국의 국가보안법은 비판한다고도 꼬집었다. 2020년 홍콩에서 국가보안법이 통과될 당시 한국 언론엔 비판 보도가 지배적이었다는 것. 반면 지난 6월 박지원 국정원장이 “국정원이 유관기관과 공조해 간첩을 잡지 않는다면 국민이 과연 용인하겠는가”라며 국보법 존치 주장을 했을 때 이 발언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언론이 거의 없었다는 지적이다.
맹찬형 연합뉴스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은 언론인의 자기검열 문제를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대놓고 국보법을 적용하진 않지만 아이템 선정부터 코멘테이터(취재원) 선정, 기사 내용 작성이나 제목, 데스킹 등에서 검열이 작용한다”며 “‘편향되고 친북적으로 글을 쓰는 게 아닌가’라고 문제제기할까봐 스스로 검열하게 된다”며 현 상황을 꼬집었다.
맹찬형 부소장은 2011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을 때 보도를 예로 들었다. 당시 제네바의 UN 유럽본부는 각 국가의 국기를 모두 내리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조기를 게양했다. 이를 본 맹 부소장이 ‘UN 유럽본부 조기 게양’이라고 기사를 썼으나 기사 제목은 ‘조기 게양 논란’으로 수정돼 보도됐다.
대다수 매체가 국가명을 객관적으로 쓰고 있지 않는 점도 예다. 1991년 양국이 UN 동시가입을 했음에도 북한의 공식명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살려 쓰는 매체는 드물다. 맹 부소장은 “공식 명칭이 너무 길면 조선으로, 북은 우리를 남조선이 아닌 한국이라고 부르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옳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원희복 이사장은 “기자들이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급 취재원에 의존하거나 북에 대한 편견, 사회전반의 보수화 등의 문제를 기자 스스로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 이사장은 “기자들이 냉전적 사고를 버리고 평화통일을 이룬다는 신념을 가지면서, 한반도 정치와 관련해 주체적인 시각을 가지는” 평화저널리즘을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병호 내일신문 외교통일팀장도 한반도 정치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자가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장 팀장은 보도가 편향된 이유로 2001년 한국전쟁 당시 미군의 민간인 학살 책임을 묻기 위해 미국에서 열렸던 ‘코리아 전범 재판’을 예로 들었다. 그는 “역사적으로 굉장한 의미를 가진 사건을 연합뉴스만 짧게 단신 처리했다. 국보법과 무관하게 한국 언론 풍토가 한미관계에 대해 성역으로 취급되는 현실을 보여준다”며 “차분히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많아져야 한다. 국민이 알면 바뀌니, 우리부터 공부하고 알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영흠 협성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 교수는 “젊은 세대 경우 민족주의에 뿌리를 둔 통일의 당위성보다 경제주의적 접근에 따라 분단체제의 평화적 관리를 주장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반공 교육과 국보법이 요인이라 할 수도 있지만, 기성세대와 다른 역사적 조건 속에서 비롯된 변화기도 하다”며 “평화저널리즘의 내용도 한국의 고유 맥락을 반영해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제훈 한겨레 선임기자는 언론·출판물 개방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에선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 등 북측 매체 홈페이지조차 접속할 수 없다. 국가보안법을 이유로 정부가 접속을 차단해서다. 이 기자는 “민주주의에서 정보개방은 매우 중요하다. 매체, 출판물에 대한 개방은 한국 민주주의를 심화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북한이 ‘괴물’이라거나 접근하면 안 된다는 오래된 인식을 고쳐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선 방식 두고 갈등 심화, 윤석열 “토론회 참석 적극 검토하겠다”지만 여지 남겨

최대 쟁점은 '경선 방식'이다.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는 지난 10일 회의를 통해 2차례의 컷오프를 거친 뒤 10월 8일 본 경선에 나설 후보 4명을 압축하기로 결정했다.
8명의 후보를 압축할 1차 예비경선은 봉사활동과 비전 스토리텔링 프레젠테이션(PT), 압박 면접, '올데이 라방(라이브 방송)' 방식으로 이뤄지며, 2차 예비경선은 압박 면접 형식의 청문 토론회와 방송사 토론회 등을 진행한다. 최종 4명의 후보가 경쟁하게 될 본 경선은 1대1 맞수토론회 등 총 10회의 토론을 진행하기로 했다.
예비경선이 시작되기 전인 오는 18일과 25일에는 각각 경제 분야와 사회 분야를 주제로 한 정책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경준위가 준비한 경선 밑그림이 발표되자, 윤 전 총장 측과 이 대표 사이 '페북 설전'이 벌어졌다. 윤 전 총장 측은 당 대선 후보로 공식 등록하기도 전에 토론회를 여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전해진다.
'친윤석열(친윤)계'인 정진석 의원은 11일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글을 인용해 "남을 내리누르는 게 아니라 떠받쳐 올림으로써 힘을 기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진정한 현실 민주주의"라는 글을 남겼다.
그러자 여름휴가 중인 이준석 대표는 페이스북 글을 통해 "돌고래를 누르는 게 아니라 고등어와 멸치에게도 공정하게 정책과 정견을 국민과 당원에게 알릴 기회를 드리는 것"이라며 "돌고래 팀은 그게 불편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앞서 정 의원은 "체급이 다른 후보들을 한데 모아 식상한 그림을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다"며 윤 전 총장을 포함한 당 대선주자들을 멸치·고등어·돌고래로 표현했는데, 이 비유를 그대로 따와 반박한 것이다. 여기서 돌고래는 윤 전 총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다른 대선 주자들도 가세하면서 당내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같은 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경준위는 경선 일정과 방식 등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 사안에 대한 우리 당의 최고의사결정 기구는 최고위원회다. 최고위는 후보 토론회를 포함해 경선의 일정과 방식, 프로그램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해 결정해주길 바란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반면, 유승민 전 의원 측에서는 이 대표에게 힘을 실으며, 토론회 참석에 소극적인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유승민 캠프 종합상황실장을 맡은 오신환 전 의원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 "당에서 정해진 공식적인 일정이나 경준위가 마련하고 있는 토론을 후보가 굳이 거부하면서 보이콧하려고 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그것을 기피하고 거부하는 후보는 스스로 준비가 안 돼 있고 부족하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 조율이 되지 않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tbs라디오 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우리 당의 당헌당규에 대통령 후보자 선출에 관한 사안은 최고위에서 의결하게 돼 있다"며 "합동 토론회를 하는 것은 (곧 출범할) 선거관리위원회의 업무"라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경준위 본래 취지와 전혀 맞지 않고 권한 밖의 행위인데 그것을 끝까지 강행하려는 의도도 이해가 안 된다"며 "전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공격하는 마당인데 (당장 토론회를 열면) 던져놓고 구경하려는 것 아닌가. 굳이 경준위가 왜 이러느냐"라고 발끈했다.
논란이 커지자 윤 전 총장은 토론회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윤 전 총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캠프 관계자로부터 아직 얘기를 못 들었다. 아마 당에서도 공식적인 요청이 없었던 것 같은데 얘기가 있으면 제가 한번 (토론회 참석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다만, 윤 전 총장은 '경준위가 발표한 경선 방식이 정치 신인에게 불리한 게 아니냐'는 질문에 "저 혼자 결정할 문제는 아니고 캠프 측에서 같이 논의할 문제지만, 어떤 이슈나 방식의 검증에 대해 당당하게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정치 관행이라든지 여러 가지 고려할 사안이 있으니 구체화되면 캠프 관계자들과 논의해보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도 일단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전 원장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가 공식적으로 통지받지는 못했지만 통지가 오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아직 공식적으로 통지 받지 못해서 캠프 내에서 의견 수렴이 안 된 상태다. 공식적인 통지를 받은 후에 더 논의해보겠다"고 밝혔다.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에 경향신문 “우려된다”
경향신문은 지난 10일자 1면 “‘페미니즘 공격하라’ 좌표 찍고 몰려가는 ‘댓글부대’ 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반여성주의 성향의 단체 ‘신남성연대’가 회원들을 동원해 온라인 기사에 악성 댓글을 달거나 공감 비율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을 시도해 온 정황을 보도했다.
이 기사에서 경향신문은 신남성연대에 ‘좌표’ 찍힌 기사들을 소개했는데, 이 같은 내용을 보도한 경향신문 기사도 댓글 반응과 내용을 보면 이 단체에 ‘좌표’가 찍힌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신남성연대는 지난 2일부터 익명 기반 메신저 프로그램 디스코드에 ‘우리가 남성연대 쉴드다’라는 대화방을 운영 중이다. 신남성연대는 보수 성향 유튜버 ‘왕자’(실명 배인규)가 지난 4월 만든 단체로, 네이버 공식 카페에 가입한 회원이 1만30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 이 단체가 만든 디스코드 대화방에는 3만8000여명(지난 9일 오후 2시 기준)이 참여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신남성연대 운영진은 자체적으로 판단하거나 제보를 받아 기사를 고른 뒤 디스코드 대화방 내 ‘언론정화팀’ 채널에 공지했다. 운영진이 언론정화팀 채널에 기사 링크를 올리면 회원들은 악성 댓글을 달거나 ‘화나요’ 등 부정적 감정을 표현했고, 단체 의견과 비슷한 댓글에 추천을 몰아줘 ‘베스트 댓글’을 선점하게 했다”고 이 단체의 여론조작 시도 방법을 설명했다.

이에 11일자 경향신문은 이 단체를 우려하는 사설을 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시민은 누구든 언론 보도에 의견을 제시하고 댓글을 달 권리를 갖는다”면서도 “문제는 의도적 여론몰이로 공론장을 왜곡한다는 데 있다. 콘텐츠를 이용하는 일반 시민의 합리적 판단을 저해하고 실제 여론과 동떨어진 가짜 여론을 조성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향신문은 이어 “전문가들이 지적한 대로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남녀를 적대적으로 보는 태도는 특히 우려스럽다. 이 단체 운영진은 ‘페미니스트들이 먼저 여론조작을 했기 때문에 대응하는 것’이라며 자신들의 행태를 한국전쟁에서 낙동강 전선까지 후퇴했다 반전에 성공한 ‘인청상륙작전’에 비유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수만명을 조직적으로 동원하는 이들의 행태는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트위터로 지지를 당부하는 기존 남초·여초 커뮤니티의 수준을 넘어섰다. 이들의 도발에 일부 여성들의 과격한 맞대응이 이어질 우려도 다분하다. 극소수의 혐오표현이 과잉 대표되면서 혐오가 악순환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한 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여론조작행위가 민주주의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의당도 반대하는 언론중재법, 조선·동아는 정연주 방통심의위원장 비판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손해배상을 물리도록 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정의당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에서도 배액배상제 조항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10일 오후 2시부터 전체회의를 열고 7시까지 약 5시간 동안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며 언론중재법 개정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27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문체위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이날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정의당은 잘못된 언론보도로 인해 평범한 시민이 피해를 받는 것은 적극적으로 막아야 하며 권력에 대한 언론의 견제 감시 기능은 확고하게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것이 언론개혁의 핵심이라고 본다”면서도 “현재 이 법안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지 못하는 법을 졸속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언론 중재법 밀어붙이기, 민주당 가치와 맞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의 법 개정 의도가 언론계가 우려하는 대로 재갈 물리기가 아니라면 이런 요구(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헌법 학자들의 의견 청취 등)를 거부할 명분이 전혀 없다. 여당 의원들조차 법안 내용을 제대로 모르고 정부 인사와 전문위원들이 법안 심사 당일에서야 민주당의 법안 수정안을 볼 정도로 졸속으로 처리할 이유도 없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민주당이 언론 자유의 가치와 권력 견제 기능을 존중한다면 그동안 제기된 여러 우려에 대한 해소 방안을 내놓으면서 가짜 뉴스 피해 구제를 논의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개정안을 졸속으로 처리한다면 민주당이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6면 기사에서 “민언련 등 친여 단체도 반대하고 정부 내부에서조차 과잉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입법을 강행하겠다는 태세”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정의당조차 민주당의 법안에 반대 입장을 낸다”면서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려 전면적 통제에 나서겠다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가속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25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이날 해당 법안을 상임위에 상정했다. 언론인은 물론 야당과 시민단체들도 반대하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인터넷과 SNS 인기투표에 따라 정부 광고를 나눠주는 방식으로 언론사들을 정권 편에 줄 세우겠다는 발상의 미디어바우처법도 곧 강행 처리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주 신임 방송통신심의위원장도 등장했다. 지난 9일 제5기 방통심의위원장으로 선출된 정연주 전 KBS 사장은 취임사에서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라는 이름 아래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은 채 거짓과 편차, 왜곡을 일삼는 행위에 대해 위원회에 주어진 책무를 주저함 없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이를 두고 벌써부터 심의권을 통한 언론 겁박에 나섰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사실 거짓·편파·왜곡은 ‘정연주 KBS’의 핵심 속성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회 본회의장에서 울부짖는 여당 의원들 모습을 반복해 보여주며 하루 10시간 이상 ‘탄핵 반대 방송’을 했는데 탄핵 반대와 찬성 인터뷰 비율이 ‘31대1’이었다. 모든 언론을 15년여전의 ‘정연주 KBS’처럼 만들고 싶은 게 이 정권의 속내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어느 방송이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거짓 편파 왜곡을 일삼고 있다는 건가. 권력 감시 등 언론 본연의 책무에 헌신해온 언론사와 언론인에 대한 모욕이자 협박”이라며 “방심위를 통한 보도 제재, 전대미문의 ‘언론악법’ 등장이 곧 현실화할 수 있지만 똑똑히 기억할 게 있다. 언론은 장악되지 않는다”고 썼다.
한겨레·한국일보, 이재용 가석방에 입장 없는 청와대 비판
법무부는 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이 사안에 대해 법무부가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으며 지난 10일에도 입장이 없다고만 말했다.
한국일보는 8면 기사에서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 필요’와 ‘특별 사면으로 재벌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원칙’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가석방’이라는 절충안을 택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면 그 배경을 설명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그러나 청와대는 법무부에 화살을 돌릴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이어 “침묵하는 청와대의 논리는 ‘이 부회장 가석방은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가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는 책임 회피”라고 지적한 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댕학원 교수의 입을 빌려 “이 부회장 가석방은 이 정권의 또 다른 내로남불”이라고 했다.
한국일보는 “청와대가 최근 이 부회장 가석방 기류에 대한 보고를 받지 않은 것도 아니다. 대통령제하에서 청와대와 내각은 한몸이다. 청와대는 각 정부 부처를 사실상 지휘한다. 행정부 인사권도 청와대가 갖고 있다. 청와대 따로, 법무부 따로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은 문재인 정부 지지자들을 실망시켰다”며 문 대통령이 육성으로 이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결자해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전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이번 결정과 선을 긋는 청와대의 태도를 두고도 ‘정치적 책임 회피’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우리가 이런 모습을 보려고 촛불을 들었나’라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국민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진솔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본다”며 “청와대가 아무리 형법 조항을 들어 ‘대통령과 무관한 결정’이라고 설명해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국민은 많지 않다. 가석방이 불가피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국민에게 솔직히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북한은 10일부터 시작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대해 연일 규탄 입장을 밝히며 한국과 미국이 대결을 선택한 이상 자신들도 강대강의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여정 당 부부장 담화에 이어 김영철 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오전 담화를 발표해 "우리(북)는 이미 천명한대로 그들 스스로가 얼마나 위험한 선택을 하였는지, 잘못된 선택으로 하여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밝혔다.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고 했다.
10일부터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시작된데 대해서는, 지난달 27일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반전의 기회'가 마련되었으며, 남측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지만 '남조선 당국'이 이를 외면하고 북을 적으로 간주하는 전쟁연습을 또 다시 진행했다고 지적했다.
이것은 북의 권고를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정책의 원칙으로 밝혀 온 '선대선 강대강'에서 강대강의 선택지만 남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북의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북한은 전날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 전문을 이날 [노동신문] 2면에 실어 눈길을 끌었다.
일부 언론에서 일반인의 열람이 자유로운 [노동신문]에 한미연합군사훈련을 비난한 김 부부장의 담화를 실은데 대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있으나, 국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에 게재된 기사 중에서도 대남, 대미 메시지를 담은 주요 기사에 대해서는 내각 부장급 간부들이 먼저 열람한 후 아래로 전파하는 방식으로 공유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과도한 해석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있다.

“방역법(감염병예방법) 때문에 구속영장이 청구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양 위원장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다음 날인 10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가진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3년의 임기가 아직도 한참 남았는데 구속이 될 위기라니, 양 위원장의 머릿속은 복잡하다. 2015년 취임해 그해 9월 총파업을 거쳐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됐던 한상균 전 위원장의 모습이 그의 얼굴에 겹쳐 보인다.
경찰은 노동자대회 바로 다음 날인 지난달 4일 52명 규모의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에 착수한 뒤 양 위원장 등 23명을 입건했고,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고 혐의를 인정한 양 위원장에 대해 ‘재범의 위험성’ 등을 이유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영장을 청구했다. 11일 오전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치면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결정된다. 인터뷰 바로 다음 날이다.
양 위원장은 노동자대회 전후 일련의 상황을 보면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는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계속 집행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법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짜여진 시나리오’의 시작점은 김부겸 국무총리로 지목됐다. 김 국무총리가 노동자대회 전날 일방적으로 민주노총에 찾아와 ‘방역 상황이 엄중하다’며 집회를 취소할 것을 요구하면서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부정적인 시선이 쏠리게 됐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당시 정부의 방역 지침은 ‘완화’ 기조였다. 백신 수급에 실패하고 방역 완화로 인해 바이러스가 훨씬 더 확산되는 과정이었다”며 “그런 상황에서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 마녀사냥을 하지 않았으면 아마 정부에 대한 책임 여론이 굉장히 높았을 것이다. 그 흐름을 민주노총으로 돌렸던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노동자대회 이후의 과정도 마찬가지라고 그는 지적했다. 집회 다음날 경찰이 특수본을 구성했고, 급하게 소환조사를 잇따라 요구했고, 체포영장을 청구했다가 반려됐는데도 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이다. 그는 “일련의 과정들을 봤을 때, 정부의 책임 회피를 위한 시나리오가 필요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이유로 ‘감염병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집회를 열었다는 중대성과 재범 위험성’을 거론한 데 대해서도 양 위원장은 “영장 청구할 때 사유로 도주의 우려나 증거인멸의 우려, 이 두 가지를 주로 뽑는데, 그것에 대한 우려가 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서 언급된 ‘재범의 위험성’이란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모이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7.3 노동자대회 여파로 한 차례 연기돼 이번달 말 개최될 예정인 대의원대회, 10월 20일 총파업, 11월 13일 노동자대회 등이다. 양 위원장을 소환 조사한 경찰은 과거의 7.3 노동자대회가 아닌 미래의 총파업 등을 캐물었다고 한다.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질문했던 것이 ‘민주노총 총파업 투쟁의 전초전 성격으로 7.3 노동자대회를 한 것이 아니냐’, ‘그래서 대의원대회도 철저히 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들이었다. 이것이 수사의 초점이었다”며 “정작 당일 집회와 관련한 사실관계 다툼은 없었다. 다 진행된 사항에 대해서는 저도 인정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대의원대회도 연기하고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29일에도 세종시에서 집회를 열려고 했는데 취소했고,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 집회도 1인 시위와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했다. 10.20 총파업도 대규모 집회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그때 방역) 상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런 얘길 다 했고, 사안에 따라 우리가 충분히 판단하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우려하는 ‘재범의 위험성’, 즉 방역을 어지럽히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피력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경찰은 이를 계속 추궁했고 구속영장까지 신청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노동자들의 문제, 불평등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고 그걸 사회 공론화하고 여론화하는 것에 대해서 (경찰은) 어떻게든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깔려 있다고 본다”며 “파업이란 건 생산을 멈추는 건데,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 게 방역과 직결된다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이를 막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되는 동안에 대규모 집회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에는 공감을 표했다. 다만 그는 “민주노총이 이 시국에 꼭 집회를 해야 하느냐는 이야기는 역으로 말하면 전쟁통에 인권이 뭐가 중요하냐는 이야기와 똑같다고 본다”며 집회 자체를 모두 차단하는 것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
그는 “국민들의 건강권 문제와 함께 시민권이나 집회의 자유도 동등하게 취급되고 보장돼야 하지 않나”라며 “정부는 노동자들이든 집회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안전하게 집회하도록 어떻게 보장할지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런데 그걸 굉장히 과도하게 제한하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호도하고 있다. 공포정치라고 생각한다. 혹자는 ‘코로나 계엄’이라고까지 표현하던데 실제로 그러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그는 “어제 같은 경우 건강보험공단 노동자들이 1인 시위를 70미터씩 떨어져서 (하는데도) 경찰이 두 명씩 붙었다. 길거리에 직장인들이 두 명, 세 명 어울려 다니는 건 (방역과) 무관하고, 집회를 통해 의사 표현을 하려고 하는 사람은 한 명씩만 가능하고 거기에 경찰 두 명이 붙는 건 정말 방역 때문인가”라며 “그런 걸 냉정하게,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정부의 방역 방침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가 확산되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렇다면 (정부는) 어느 공간에서 어떻게 확산되는지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총리가 나서서 민주노총 집회 참가자 중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전수조사를 받으라고 호도했다. 질병관리청은 오히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계속 이런 태도를 취하니 국민들도 그렇게 인식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그런 여론을 이용해서 악의적으로 (민주노총을) 조리돌림하고 마녀사냥 하는 행태는 큰 문제이고, 이것이 민주주의 질서를 훼손한다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왜 7.3 노동자대회를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정부가 주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감염병 문제가 있다는 걸 우리가 모르겠나. 민주노총 조합원들도 코로나 확산이 두렵고 그것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모순이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생존이 불가능한 상황이라서 (거리로) 나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노동자들이 집회 때 ‘코로나로 죽으나 일자리에서 해고되어 죽으나 비정규직으로 고통받아 죽으나 똑같다’고 절규했다. 실제로 한 해 평균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산업재해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며 “그런 상황에서 보장돼야 할 집회를 가로막고, 민주노총이 요구한 내용에 대해 깊이 있게,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 정부의 태도는 정말 비판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오히려 민주노총의 집회가 집회의 자유에 대한 공론화를 촉발한 계기가 아니었나 싶다”며 “사실 그동안에는 집회의 자유나 시민들의 기본권 영역은 방역이란 미명하에 완전히 억눌려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한 계기였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던 날, 법무부는 ‘국정농단’ 공범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가석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동자 대표는 단지 ‘모였다’는 이유로 구속될 처지에 놓여 있는데, 재벌 대표는 죄를 짓고도 풀려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이재용 가석방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평가가 마무리됐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촛불 정부를 표방했고 촛불의 가장 큰 수혜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국정농단)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용과 함께 삼성전자를 방문하고 인도도 가고 평양도 갔다”며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의지가 실종된 사건이었고 그 완결판이 이재용 가석방이라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얼마나 논리가 군색했으면 경제 문제, 반도체 문제를 얘기하는 건 그럴 수 있다고 쳐도 구치소가 비좁아서 가석방을 한다는 것을 법무부 장관이 나와서 말하는 걸 보면서 정말 비루한 변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그래서 삼성공화국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토했다.
그는 “정권이 재벌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것 같다”며 “그러니 노동자들에게는 입 닫고 있으라는 (정부의) 태도는 자연스럽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민주노총은 ‘불평등한 세상을 바꾸자’며 10월 20일 110만 조합원의 총파업을 결의했다. 양 위원장은 ‘탄압 속에서도’ 7.3노동자대회를 성사시켰다며 “그 기세를 더 크게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5대 핵심의제와 15대 요구안을 제시하며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민주노총이 제시한 5대 핵심의제는 △재난시기 해고금지, 고용위기 기간산업 국유화 △재난생계소득 지급 △비정규직 철폐, 부동산 투기소득 환수 △노동법 전면개정 △국방예산 삭감, 주택·교육·의료·돌봄 무상이다.
이를 두고 보수언론에선 “대한민국 헌법과 정체성을 공격하는 전형적인 이념 투쟁”, “궁극적인 목표는 체제 전환”이라고 비판하는 어느 한 인사의 인터뷰 기사도 나왔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그들이 생각하는 체제가 불평등 체제라고 한다면 저는 동의한다”며 “불평등 체제를 바꾸자는 총파업”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주택의 문제, 예산의 문제, 기간산업 국유화의 문제, 교육의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가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만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사회 구성원이고 육아를 하기도 학 집도 있어야 하고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권리도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노동자의 삶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보수진영의) 그들은 노동자는 현장에서 임금 문제, 노동조건 문제만을 가지고 활동해야 하는 한다는 편협한 인식을 가진 것 같다”며 “하지만 전 세계 어느 노동조합도 그러지 않는다. 사회 전반에 대해서 관여하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각종 제도와 정부의 정책들이 현재 조건에서 굉장히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서 총파업을 하려는 것”이라며 “그것에 대해서 정치적이라고 비판한다면, 오히려 노조에 대해 후진적인 인식을 갖고 있는 게 문제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보수진영이 민주노총을 “기득권 노조”라고 하거나 “좋은 직장을 이미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조롱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체제 전복을 위한 파업을 한다고 하면서 (한편으론) 기득권을 유지하는 파업이라고 매도하는 건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민주노총 내 정규직 조합원이 비율이 높고 그 정규직 임금 수준이 높다는 게 비판의 골자인데,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조도 못 하도록 만든 자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민주노총 내 비정규직 비율이 35%이고 정규직이 65%인데, 한국사회의 노조 조직률에 비춰보면 민주노총 비정규직 비율은 훨씬 높은 수준이다. 그런 지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양 위원장은 또 “민간의 일자리를 전부 비정규직으로 만들어서 (과거에) 임금이 제조업 사업장보다 낮았던 교사와 공무원은 이제는 괜찮은 직장을 가진 사람이 됐다”며 “그렇다면 이들이 괜찮은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게 문제인 건가, 아니면 비정규직이 확대돼 그들의 삶이 더 열악해진 것이 문제인 건가. 어디에 주목해야 할지를 봐야 하는 건데 (‘귀족노조’라고 하는 건) 민주노총을 악의적으로 매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노총은 노조 밖 노동자를 외면한다’는 보수진영의 주장도 단호히 일축했다.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제기하는 최저임금 문제, 5인 미만 사업장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문제, 이런 건 다 전체 노동자를 위한 것”이라며 “민주노총 조합원에게만 무상주택을 달라고 하거나 임금을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지 않나”라고 비판했다.
양 위원장은 “임기 초에도 공개적인 자리에서 ‘총파업 전날에라도 정부가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 중단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며 지금도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양 위원장은 취임 후 줄곧 정부에 ‘노정교섭’을 요구해왔다. 사회적 대화로 불리는 ‘노사정 교섭’ 이전에 노동자와 정부가 먼저 만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7.3 노동자대회 일주일 전에 김부겸 총리 공관에 가서 직접 면담도 했다.1시간 정도 논의하면서 노정교섭에 대해 일정 정도 교감도 하고 진전도 시켰다”며 “그런데 (김 총리가) 그걸 전부 걷어찬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실에서 김 총리가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참여해줄 것을 민주노총에 제안했다는 내용만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압박하고, 나아가 7.3 노동자대회를 계기로 민주노총과의 대화는커녕 공격만 가해왔다는 것이다.
양 위원장은 “경찰 조사를 받으러 나갈 때도 대화할 준비, 투쟁할 준비도 다 돼있다고 말했다. 이건 총파업 준비만 하는 게 아니라 열린 자세로 정부와 대화할 준비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역에 대해서도 충분한 대안을 가지고 논의하자고 했지만, 대통령이든 총리든 노동부 장관이든 어느 누구도 민주노총과 대화하자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에는 재벌의 편에 서고 자본의 편에 서면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차단하고 노동자들이 제기하는 문제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라며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는 투쟁을 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촛불을 들었던 우리 국민들의 의지는 적폐를 청산하고 사회를 개혁하자는 거였고, 그건 기득권에게 집중돼있는 권한을 분산하고 재벌에 집중돼있는 자본을 분산하자는 거였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문재인 정부도 비정규직 문제를 제기했고 소득주도성장을 제기했고 최저임금 문제를 제기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런 초심을 잃는 정부에 대해서 이제는 국민들이 또는 노동자들이 비판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시점”이라며 “모두가 숨죽이고 있을 때엔 그런 역할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민주노총이 해야 할 책임과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저에게 가해진 어려움도 있고 민주노총에 가해지는 어려움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야 할 이야기, 꼭 필요한 이야기는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노동자가 처한 현실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생명 있는 목숨들의 죽음은 슬프다. 천명을 누리지 못한 채 일찍 져버린 목숨이라면 더 슬프게 가슴에 와 박힌다. 그래서 요절(夭折)이라는 낱말은 언제나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을 동반한다. 만 스물여덟의 나이에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윤동주의 요절이 그렇고, 천재적인 재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한 채 만 스물다섯의 나이에 이승을 떠난 가수 유재하의 요절이 그렇다. 몇 살 이전에 죽어야 요절이라고 할까? 딱히 정해진 기준은 없는데, 요절에 해당하는 나이들을 가리키는 낱말이 국어사전에 있다.
중상(中殤): 12세부터 15세 사이에 죽음. 또는 그런 사람.
이 낱말을 보는 순간 상상(上殤)과 하상(下殤)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찾아보았더니 예상대로 두 낱말이 표제어로 올라 있다.
상상(上殤): 열다섯에서 스무 살 사이에 장가들지 않고 죽음. 또는 그런 사람.(=장상)
하상(下殤): 여덟 살에서 열세 살 사이의 나이에 일찍 죽음. 또는 그런 사람.
상(殤)은 스무 살 이전에 당하는 죽음을 이르는 한자이며, 상상(上殤)이라는 말도 쓰긴 했지만 그보다는 장상(長殤)이라는 말을 더 많이 썼다. 그런 사실보다 내 눈길을 끄는 건 중상과 상상에 걸쳐 있는 열다섯이라는 나이였다. 열다섯에 죽으면 상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중상이라고 해야 하는지 셈이 서질 않았기 때문이다. 더 심한 건 중상과 하상에 함께 걸려 있는 나이였다. 열두 살과 열세 살을 중상과 하상 중 어디에 위치시켜야 할지 난감하지 않은가?
어린 나이의 죽음을 가리키는 용어는 중국 사람들이 만들었다. 위 용어들은 중국 고대에 관혼상제의 격식과 절차 등을 정리해서 기록한 『의례(儀禮)』 「상복전(喪服傳)」에 나오며, 그 후 명나라 때 나온 『주자가례(朱子家禮)』 등에도 그대로 원용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중국식 의례를 따랐으므로 위 용어들을 그대로 받아들여 썼다. 조선 시대에 신식(申湜)이 『주자가례』를 한글로 풀이한 책인 『가례언해(家禮諺解)』에 나오는 내용들이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그렇다면 어린 나이의 죽음을 굳이 몇 단계로 나눈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하는 의문을 가져볼 수 있다. 그건 나이에 따라 제사의 방식과 상복 입는 걸 달리했기 때문이다. 상상(上殤)의 풀이에서 장가들지 않고 죽은 사람을 가리킨다고 한 건, 장가를 들었으면 성인으로 쳐서 일반 상례에 따라 처리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국어사전에서 제시한 나이가 맞느냐 하는 점이다.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이 똑같이 풀이하고 있는데, 둘 다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 문헌에 따르면 상상은 열다섯 살이 아니라 열여섯 살부터고, 하상은 열세 살이 아니라 열한 살이다. 그래야 서로 나이가 겹치지 않으니 이치를 따질 것도 없이 너무 당연한 구분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자명한 사실을 놓치고 엉뚱한 나이를 가져왔을까?
이쯤에서 한 가지 더 의문을 떠올릴 수도 있다. 여덟 살 미만의 죽음을 가리키는 말은 없었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해당하는 용어가 국어사전에 있다.
무복지상(無服之殤): 상복을 입지 아니하는, 일곱 살 이하의 어린아이의 죽음.
여기서는 다행히 정확한 나이를 제시했으며, 줄여서 무복상(無服殤)이라고도 하지만 이 말은 표제어에 없다. 너무 어린 나이의 죽음이라 상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며, 그 위의 나이는 그래도 죽음에 대한 예를 갖춰 상복을 입도록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무복지상보다 더 가여운 죽음을 이르는 낱말로 요혼(夭昏)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국어사전에는 없다. 태어나서 이름을 짓기도 전에 죽은 경우 혹은 태어난 지 석 달 안에 죽었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이른 죽음과 관련한 낱말 하나만 더 살펴보자.
팽상(彭殤): 오래 삶과 일찍 죽음.
상(殤)이 일찍 죽는 걸 가리키는 한자라는 사실은 위에서 밝혔으니 팽(彭)은 오래 산다는 뜻으로 쓰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팽(彭)을 옥편에서 찾으면 아무리 봐도 죽음과 관련한 뜻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팽(彭)이라는 한자를 끌어오게 된 다른 사유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중국의 옛 기록에 따르면 팽조(彭祖)라는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고대의 인물로 기공(氣功)과 양생법(養生法)에 능해 700살이 넘도록 살았다는 도인이다. 당연히 지어낸 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테지만 장수한 인물로 동방삭(東方朔)과 함께 거론되는 가공의 인물이다. 팽상의 팽(彭)은 바로 팽조에서 가져왔다. 이런 사실을 국어사전 풀이에서 다뤄주면 안 되는 걸까? 친절한 국어사전을 바라는 게 나만의 욕심일지는 모르겠으나, 낱말이 형성된 이유를 밝혀주면 더 이해하기 쉽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리란 건 분명하다.
시인 (pih6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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