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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미국 정치의 사슬 끊고 '동굴'에서 벗어나야

이경렬 전 대사

kylee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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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다수당 누가 되든 한국을 전략자산 취급

미 중간선거 결과의 한반도 영향 분석보다

‘숭미 굴레’ 벗고 외교적 자율성 확보가 최우선

주한미군 주둔은 미국 아닌 우리가 쥔 카드

전략적 유연성은 한국을 태평양 병참본부화

전작권·호르무즈 파병·대미 투자 등 현안

‘우리가 갑’ 인식 갖고 주권국 권리 행사 필요

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동굴의 죄수들은 쇠사슬에 묶인 채 벽에 비치는 그림자만 바라보며 산다. 그들은 그림자를 실재라고 믿고 그림자의 출현 순서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사람에게 명예와 상을 준다. 죄수들 사이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은 동굴 밖으로 나갈 방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동굴 벽에 다음에는 어떤 그림자가 나타날지 가장 잘 맞추는 사람이다. 동굴 밖의 세상을 보고 돌아온 사람은 그림자를 제대로 식별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조롱당한다. 쇠사슬을 끊을 생각은 하지 않고 그림자를 예측하는 데 몰두하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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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다. 텍사스와 캔자스, 사우스캐롤라이나와 아이오와처럼 공화당의 아성으로 여겨졌던 지역까지 민주당이 휩쓸었다.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이란전쟁, 물가상승에 대한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자 한국에서는 한미관계에 어떤 변화가 올 것인지 분석하느라 분주하다. 방위비 부담은 줄어들까, 대미 투자 약속은 어떻게 될까, 북미대화에는 유리할까, 핵추진잠수함에 대한 영향은 없을까. 저마다 미국의 새 정치구도가 가져올 변화를 예측하는 데 열을 올린다. 동굴 벽의 그림자를 예측하는 호사가들의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백악관에서 진행 중인 연회장 공사 현장을 둘러보던 중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6. 11. 04 [AP=연합뉴스]

‘숭미 굴레’ 벗어날 때 우리가 쥔 에이스 카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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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정치적 변화를 분석할 필요는 있다. 요는 그러한 분석 이전에 우리가 물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따로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은 언제나 우리의 굴종을 강요해 왔고 우리는 언제나 순응해 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민주당은 트럼프의 대 한국 투자 압박과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를 들어 한미동맹의 훼손을 비판했다. 그러나 그들의 걱정은 한국이 부당하게 당하고 있다는 애정에서가 아니라 미국의 자산이 약화되면 결국 미국에 손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임을 잊으면 안 된다. ‘한미동맹의 강화’를 유일한 외교 목표로 삼아 온 한국은 미국의 귀중한 자산이다. ‘한미동맹의 강화’란 미국의 요구에 순종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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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든 복싱이든 스포츠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제일 먼저 자신의 기본기를 갖추어야 한다. 체력과 기술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상대의 전술과 경기 운영을 분석하는 것은 어쭙잖은 호사다. 외교의 기본기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정을 관철할 힘이다. 그리고 ‘외교’란 자주독립국의 전유물임을 주지해야 한다. 사대와 굴종을 일삼아 온 한국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하루 빨리 ‘숭미의 굴레’를 벗어나 외교적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국의 정치지형 변화와는 전혀 무관한 영역에서 우리가 스스로 결심해야 할 자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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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이 두려워하는 막강한 카드를 손에 쥐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숭미의 굴레를 쓰고 앉아 미국의 하찮은 겁박에도 압도적인 패를 접어 왔다. 먼저 우리가 쥐고 있는 에이스 카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력이다. 자동차, 배터리, 조선, 원전, 반도체 분야의 대체불가 능력을 미국이 얻지 못하면 미국 경제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다. 거기에 우리는 로열카드를 더 가지고 있다. 우리가 이곳에 미군의 주둔을 허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인이 쓴 수많은 극비 보고서들이 지적하듯 주한미군은 미국의 생명줄이다. 그 생명줄을 쥐고 있는 우리는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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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전작권 행사하고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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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비밀을 알아차렸다면 이제 우리는 당당하고 늠름하게 미국에 맞설 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우리보다 카드가 미약한 캐나다와 스페인이 미국에 ‘맞장’을 뜨고 있음을 보는 것도 좋다. 맞선다는 것은 충돌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행사해야 할 주권을 주장하고 마땅히 받아야 할 존중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민주/공화의 이분법적 정책 차이에 상관없이 우리가 먼저 벼락같이 깨닫고 행동에 옮겨야 할 자주의 의지요 결기다. 벽에 펼쳐질 다음 그림자를 예상하고 그것을 활용할 방도를 궁리하는 것은 우선 쇠사슬을 끊어낸 다음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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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우리는 전작권부터 당장 행사해야 한다. 미국 민주당이 전작권 환수에 호의적일는지 기존 조건을 더 엄격하게 따질지 분석할 일이 아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고 선언했다. 그렇다면 조건 충족이니 미국의 환수 의지니 기다릴 이유가 없다. 우리의 주권인 전작권을 우리가 왜 미국의 승낙을 받아 행사해야 하는가. 이제 우리는 한미연합사 체제를 깨고 한국군 독자 지휘체제로 전환하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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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더 이상 그냥 놔두면 안 된다. 미국은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한국을 대중국 전진기지요 병참기지로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다. 대만해협 유사시 주한미군 출동은 물론이요 한국군까지 끌어들일 태세다. 거기다 한국에 중국의 군사지휘부를 선제타격할 특수부대를 배치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우고 있으며, 한국의 산업기반을 이용해 한국을 미 태평양사령부의 총괄적인 병참본부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한마디로 한국은 미국의 총알받이요 군사 식민지가 되는 것이다. 즉각 멈춰 세워야 할 일이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10월 2일 경기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유엔군사령관(겸 주한미군·연합사 사령관), 김성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과 이동하고 있다. 2026.10.2. 연합뉴스

북미회담 연연말고 대미 투자도 모두 원점 재검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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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에 연연할 일도 없다. 트럼프가 김정은을 다시 만날 동기가 커졌는지, 민주당 의회가 대북제재 완화를 가로막을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북미회담이라는 남의 잔치에서 떨어질 떡고물을 주워 먹으려는 가련한 행세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니라 한반도의 피스메이커 당사자다. 조선을 조선이라 부르고, 5·24조치를 해제하고, 9·19 군사합의의 복원을 추진하며, 전작권을 행사해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면서 우리만의 남북잔치를 준비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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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잠이니 농축·재처리 문제도 미국의 허락만 기다릴 일이 아니다. 그까짓 저농축 우라늄 연료 수급과 핵주기 완성은 프랑스를 비롯한 원자력 선진국들과의 협력을 통해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는 사안들이다. 통상에서도 굴종을 끝내야 한다. 사업성이 없다고 증명된 알래스카 LNG 사업투자는 단박에 거부해야 한다. 미국이 부당한 압력을 계속하면 대미 투자계획 전부를 원점에서 검토할 일이다. 아울러 미국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취하는 한미FTA는 즉시 폐기해야 한다. 필요시 우리는 미국에 로열카드를 써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가 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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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이 이왕 자주독립국 선언을 했다면 이젠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길 때다. 앞서 말한 현안들에 더해 호르무즈 파병은 전적으로 철회해야 한다. 청해부대 작전구역의 확대라 해도 파병은 파병이요 그것도 미국에 끌려가는 것이라는 본질을 바꾸지는 못한다. 벌써 11차례 미국에 끌려간 중동지역이다. 미국의 앞잡이요 군사속국이라는 중동국가들의 멸시는 이제 제발 그만 감내할 일이다. 자주독립국은 누구에 끌려 전장에 자기 병사들을 내보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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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설국열차> 기관사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이경렬 전 대사

봉준호의 <설국열차>는 기관차의 주인이 누구든 정해진 궤도를 한없이 질주하는 기계다. 미국은 의회의 다수당이 누가 되든 한국을 그들의 전략자산으로 취급한다는 사실 역시 불변이다. 지난 80년 동안 우리가 그렇게 굴종하면서 굳혀놓은 결과다. 그런 우리에게 설국열차의 기관사가 누군지 그가 어떤 운항방침을 가지고 있는지 예측하고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우리는 기차 밖으로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플라톤의 죄수들 역시 그림자에서 눈을 떼고 쇠사슬을 끊어내야 한다. ‘진짜 대한민국’이 제일 먼저 취해야 할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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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렬 전 대사 kylee8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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