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청와대 재제청 요구→조희대 거부’ 무한 반복…대법관 공백 ‘출구 난망’

서영지,오연서,김채운기자

  • 수정 2026-10-08 06:42

조희대 대법원장이 7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를 두고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대법관 공석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대법관 장기 공백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만큼 양쪽이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조 대법원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예상을 벗어난 작심 발언으로 청와대의 재제청 요청에 응할 생각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그는 미리 준비해 온 문서를 꺼내 “국회와 대통령도 대법원장의 제청에 전혀 관여할 수 없다.

​

대법원장은 제청으로써 모든 헌법상의 권한과 의무가 끝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에 “대법원장이 최대한 신속하게 재제청 절차를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지난 8월18일 조 대법원장이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서면 제청한 뒤 ‘청와대의 재제청 요구→조 대법원장의 거부→여권의 조 대법원장 사퇴 요구’라는 흐름이 50일가량 ‘무한 반복’ 중인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튿날인 7일 조 대법원장을 향해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

김민석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재판받을 헌법상 권리를 침해하면서 위헌을 운운하는 궁색함에 처하기보다는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떳떳함의 상징이어야 하는 대법원장의 마지막 도리”라고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탄핵’ 요구도 나왔다.

​

이성윤 최고위원은 “국민과 헌법을 무시하는 조 대법원장에게 남은 길은 사퇴와 탄핵의 길뿐”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박균택 의원도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도 세종시에서 기자들에게 “제청대로 임명하면 (대통령의) 임명권은 있는 건가”라며 조 대법원장을 비판했다.

​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 모두 조 대법원장 탄핵이나 헌법재판소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는 선을 긋고 있다.

​

탄핵 카드의 경우 조 대법원장의 ‘명백한 위법 행위’를 찾기 어렵고, 권한쟁의 심판 청구는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 두 경우 모두 상당한 부정적 여론을 감수해야 한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한겨레에 “사법부 수장을 탄핵한다는 것에 대한 여론 부담이 있고, 실제 탄핵이 되면 (대법원장) 직무가 중지되는데, 직무대행이 대법관 재제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며 “국면을 타개할 (다른) 묘수를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여권 관계자는 “조 대법원장이 뻔뻔하게 재제청 거부를 들이미니까 당장 첫 단추부터 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

지난 3월 퇴임한 노태악 전 대법관의 후임 자리는 이날로 219일째 비어 있다. 역대 최장 대법관 공백이다. 이대로라면 공백이 조 대법원장 임기가 끝나는 내년 6월까지 해소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의 갈등이 풀리지 않으면 내년 5월 퇴임하는 천대엽 대법관의 후임 인선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

대법관 공석은 단순히 법관 수가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다. 대법원은 사건 심리와 선고를 비롯해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담당하는 만큼 대법관 장기 공석은 재판 운영은 물론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해가 미친다.

​

대법관 1명이 공석이어도 대법원 소부와 전원합의체 심리·선고는 가능하다. 하지만 법원행정처장을 제외한 11명이 대법관 12명 몫의 심리를 맡아야 해 물리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한 판사는 “1인 공백이 고정값이 된 상태에서 국외 일정으로 대법관이 1∼2주씩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경우가 더해지면 과부하가 걸린다. 1인 공백이 길어지는 건 상고심에 미치는 타격이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

법조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통령과 조 대법원장이 타협책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

한 전직 고위 법관은 현재 상황에 대해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를 다시 구성해서 추천 절차를 밟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같다”며 “그런데 그걸 안 하겠다고 하면 조 대법원장 퇴임까지 이 상태로 갈 것 같다. 대법관 공백이 이렇게 길었던 적이 없어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청와대와 대법원이 잘 협의를 해야 한다”며 “조 대법원장을 강하게 압박할수록 부담은 청와대와 여당이 더 질 수밖에 없다. 결국 청와대가 현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김채운 기자 cwk@hani.co.kr

​

이 기사와 관련된 기사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