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식 원내대표는 원만하고 합리적인 성품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의 신망을 받는 사람입니다. 지난 9월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의힘은 분명하게 말씀드린다.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고 말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정점식 원내대표의 개헌 불가론은 국민의힘 다수 의원의 생각을 반영한 것입니다.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1987년 이후 지금까지 개헌이 안 된 것은 대통령 임기 초에는 대통령이 개헌에 반대하고, 임기 말에는 야당이 개헌에 반대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대통령 임기 초입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개헌에 적극적이고 야당이 개헌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은 왜 개헌에 반대할까요?
6·3 선거 이후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급속히 떨어지자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내년 4월이나 10월에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하더라도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2028년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겨 국회 다수당이 된다고 전망합니다. 2030년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이겨 정권을 되찾을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하긴 다음 선거, 특히 총선에서 이겨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다면 개헌을 해도 총선 뒤에 유리한 지형에서 하는 것이 이득입니다. 현재 국민의힘 의석은 109석에 불과합니다. 개헌을 저지할 수는 있지만, 개헌을 주도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2028년 총선에서 이긴다는 전망은 그리 과학적이지 않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지만, 정당 지지도는 여전히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많습니다. 우리 국민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았다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아직 잊지 않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는 어떨까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총선에서 거의 모든 정치인과 언론은 새누리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새누리당은 2당으로 주저앉았습니다. 2020년 총선 때는 코로나가 터졌는데도 미래통합당이 참패했습니다. 2024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은 이른바 ‘비명횡사’ 공천으로 위기에 처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폭주로 국민의힘이 참패했습니다.
총선 예측이 세 차례 빗나간 것입니다. 2028년 총선은 과연 국민의힘 의원들의 전망대로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을까요?
국민의힘 의원들의 개헌 거부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저는 바로 지금이 개헌의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이재명 대통령이 개헌에 찬성합니다. 임기 초 대통령이 개헌에 찬성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자칫하면 개헌이 블랙홀처럼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고 대통령은 허수아비가 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통령은 개헌에 찬성합니다. 이런 기회를 살려야 합니다.
둘째, 다음 선거의 불가측성입니다. 지금 개헌하면 다음 대선에서 어느 쪽이 이길지 알 수 없습니다. 정치에서 불가측성은 제도 변화의 동력입니다. 과거에도 그랬습니다. 1987년 개헌이 이뤄진 것은 대통령직선제를 요구한 6월 항쟁 덕분이었지만 누가 대통령이 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세 사람 모두 직선제를 하면 자신이 당선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래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셋째, 개헌하지 않으면 다음 대통령도 실패합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개헌하지 않으면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됩니다.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에서 지면 제왕적 대통령 치하에서 야당을 해야 합니다.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에서 이기면 제왕적 대통령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제왕적 대통령은 반드시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더 쉽게 말씀드릴까요? 현행 헌법 체제에서 장동혁 대통령, 한동훈 대통령, 오세훈 대통령이 탄생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실패합니다. 개헌하지 않으면 다음 대선에서 지든, 이기든 관계없이 국민의힘은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얘깁니다. 개헌해야 국민의힘에 좋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지금 개헌해야 합니다.
개헌이 성사되려면 이재명 대통령이 지금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여야 간의 협의 그리고 국민적인 의견 수렴’은 필요조건일 뿐입니다. 개헌은 대통령 의제입니다. 대통령이 방관하는 상태에서 민주당이 개헌을 밀어붙이기 어렵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김민석 대표, 장동혁 대표 등 여야의 차기 대선주자들과 정치 협상으로 개헌을 추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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