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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해방" 맥클모어가 치켜든 저항의 횃불

전지윤 사회운동가·연구평론가

misotoleni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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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제

  • 입력 2026.09.20 07:30

  • 수정 2026.09.20 07:33

  • 댓글 0

무대 위에서 터져 나온 팔레스타인 해방 외침

공연장을 저항 공간으로 바꾼 맥클모어의 용기

친이스라엘 억만장자들의 전방위적 하차 압박

결국 거대 자본의 압박에 무릎 꿇은 에드 시런

집단학살의 비극을 증언하는 최고의 저항 음악

압력에 굴하지 않고 들불처럼 확산되는 목소리

집단학살 비극 앞에 침묵 깨고 용기 내야 할 때

세계적으로 인기있는 미국 대중음악 가수의 공연 무대가 뜨거운 정치적 논쟁의 장으로 변화했다.

거대 자본과 상업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대형 스타디움 무대에서 벽을 무너뜨리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힙합 아티스트인 맥클모어(Macklemore)가 지난 4일 미국 뉴저지의 공연장에서 열린 팝스타 에드 시런(Ed Sheeran)의 미국 투어 공연 오프닝 무대에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Free Palestine)"이라고 외친 것이 방아쇠가 됐다.

그는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내용의 노래를 부르고,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었다. 그리고 관객들을 향해 "이 말이 크고 분명하게 울려 퍼지기를 바란다. 가자지구에서부터 점령된 서안지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이들이 우리가 그들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3년간 7만 5천여 명이 희생당한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고발한 이 발언은 공연장을 넘어 전 세계 대중음악계와 미디어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직후부터 친이스라엘 입장의 공연 관계자들과 문화 사업가들로부터 엄청난 압박이 쏟아졌다. 대형 투어 무대에서 가자지구의 집단학살을 고발하고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요구한 그의 행동은, 주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지켜온 성역을 직접적으로 타격한 셈이었다. 이스라엘 관련 단체들과 친이스라엘 거물 인사들은 맥클모어의 투어 하차를 요구하는 실력 행사를 시작했다.

 

2022년 7월 22일 미국 뉴욕 센트럴 파크에서 열린 ABC의 "굿모닝 아메리카(Good Morning America)" 서머 콘서트 시리즈에 참석한 레코딩 아티스트 맥클모어(왼쪽)와 2025년 6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영화 'F1 더 무비' 프리미어 시사회에 참석한 에드 시런(오른쪽)의 모습이다. (AP 연합뉴스)

억만장자인 로버트 크래프트(Robert Kraft)를 비롯해 에드 시런의 공연이 예정돼 있던 대형 스타디움의 소유주와 운영 주체들은 맥클모어를 빼지 않으면 대관을 거부하고 공연 전체를 취소시키겠다고 협박하고 나섰다. 에드 시런과 투어 주최 측은 아직 8차례 공연이 남아있고 수십만 명이 예약하거나 관람을 기다리고 있는 공연을 취소할 것인가의 기로에 섰다. 대형 스타디움 투어의 취소는 티켓 환불, 대관 계약 위약금, 물류 비용 등 천문학적인 수익을 포기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자본이 쥐고 있는 막강한 권력 앞에서 에드 시런과 공연 기획사는 금세 무릎을 꿇었고 맥클모어를 오프닝 무대 라인업에서 제외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돈의 압력에 굴복한 셈이다. 거대 자본과 정치적 압력 앞에서 아티스트의 표현의 자유와 학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입틀막'하는 씁쓸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맥클모어는 침묵하지 않았다.

맥클모어는 SNS를 통해 오랜 친구인 에드 시런에게 이 결정을 전달받았다는 것을 알리면서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는 에드 시런을 비난하기보다는 '부당한 압력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먼저 그는 지금의 상황에서 누가 진정한 피해자인지를 분명하게 지적했다.

"저는 피해자가 아닙니다. 에드 시런도, [맥클모어를 비판한] 핑크도 피해자가 아닙니다. 우리에게는 직업, 재력, 기회, 안전, 그리고 전 세계의 관객이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발언을 해서 그에 따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 해도, 결국 우리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요. 진정한 피해자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입니다. 목숨을 잃고, 굶주리고, 삶의 터전을 잃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폭력 속에서 살아가야만 했던 남성, 여성, 아동 모두가 피해자입니다."

 

잡지 '롤링 스톤'의 관련 기사 갈무리

이어서 그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중립'을 지키겠다는 에드 시런과 주류 음악계의 입장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사람들이 왜 어느 편도 들지 않으려 하는지 이해합니다. 편을 드는 데는 대가가 따르니까요. 금전적 손실, 브랜드 계약, 후원, 페스티벌 및 비공개 공연 기회, 인간관계, 그리고 여러 활동 기회 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하지만 억압자와 피억압자 사이에 중립적인 위치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왜 친이스라엘 억만장자들이 이런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고 하는지도 짚는다. "만약 제가 에드와 함께 공연을 계속하며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외치고, 에드가 이를 암묵적으로 지지하며, 관중이 팔레스타인 해방을 향한 열렬한 지지를 보낸다면, 다음에 다른 아티스트는 어떤 얘길 하게 될까요? 무대 자체가 저항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저를 침묵시키는 일이 그토록 중요해졌는지도 모릅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칭찬이나 감사를 받을 만한 일도 아니고, 용감한 행동도 아닙니다. 그저 인간적인 행동일 뿐입니다"라고 말하면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그 말 때문에 무대에 설 기회를 잃는 대신 팔레스타인 문제로 다시금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면, 그것이야말로 제가 경험한 가장 성공적인 투어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마무리한다. 개인적 손실을 무릅쓰고 팔레스타인 연대를 앞세운 담대하고 의연한 태도였다.

이처럼 멋지고 용기 있는 주장과 행동을 보여 준 맥클모어는 대형 레이블의 지원 없이도 빌보드 차트 1위와 그래미 어워드 4관왕까지 차지한 적이 있는 오랜 경력의 실력있는 대중 예술가이다. 그는 다른 힙합 아티스트들과 좀 다르게 성소수자 인권과 동성혼, 인종차별, 소비 자본주의 비판 등의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자신의 노래에 담아왔다.

 

'팔레스타인 연대'의 소신을 밝히는 맥클모어의 인스타그램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거대 권력을 비판하는 그의 태도와 신념은 데뷔 이래 일관되게 유지되어 왔다. 따라서, 그가 2023년 10월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학살에 관심을 가지고 분노의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맥클모어는 2024년 5월에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속에 죽어간 팔레스타인 6살 소녀 힌드 라잡을 추모하는 노래 '힌드의 홀(Hind’s Hall)'을 발표했다.

가족과 함께 타고가던 차량에서 이스라엘 점령군에 포위된 채 "무서워요. 제발 구해주세요"라고 구조대에 전화하다가 무차별 총격을 받고 사망한 힌드 라잡의 비극은 전세계적인 슬픔과 분노를 일으켰다. 이 죽음은 이스라엘 점령군의 잔혹성을 그대로 드러냈다. 당시 미국의 대학에서는 캠퍼스를 점거하고 천막 농성을 하면서 '이스라엘에 대한 협력과 투자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학생들의 투쟁이 들불처럼 번져갔다.

경찰이 폭력적으로 연행해도 대학생들의 분노는 더 커져만 갔고, 특히 컬럼비아대의 학생들은 대학 건물을 점거하고 그곳을 '힌드의 홀'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맥클모어의 노래 '힌드의 홀'이 나왔다. '구조를 요청하는 힌드의 전화 녹음을 들으며 내 딸을 떠올렸다'고 말한 맥클모어는 '학생들의 건물 점거가 아니라 가자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진정한 폭력'이라고 말하며, 그 분노를 생생하게 담아낸 노래를 만들었다.

그 반년 후에 맥클모어는 '힌드의 홀 2(Hind’s Hall 2)'도 발표했다. 이번에 그는 팔레스타인 출신 음악가들과 함께 힘을 모아서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전면에 내세우며 노래를 만들었다. 피해자이면서 저항의 주체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언어와 멜로디를 음악의 중심에 세움으로써, 그의 음악은 시혜적 연대를 넘어섰다. 그리고 맥클모어는 이 노래들을 통해서 거둔 모든 수익을 UNRWA(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에 기부했다.

맥클모어는 이렇게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미국의 지원, 그것에 맞선 저항을 모두가 주목해야 할 핵심 주제로 만들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중음악가가 상업적 고려를 팽개치고 자신의 경력이나 지위를 잃을 것을 각오하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야만적 만행을 정면으로 고발했다. 결국 이 노래들은 지금의 시대정신을 날카롭게 대변한 가장 중요한 '저항 음악'이 됐다.

맥클모어의 용기와 저항 정신은 이번에도 다시 친이스라엘 억만장자나 공연예술계 거물들의 압박에도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 태도로 나타나고 있다. 오프닝 공연 무대에서 쫓겨났지만, 맥클모어는 에드 시런 투어에 함께하면서 받게 된 돈 100만 달러를 전부 또다시 팔레스타인 지원 단체들에 기부했다.

 

맥클모어로 알려진 미국의 래퍼이자 가수, 댄서, DJ인 벤저민 해거티(Benjamin Haggerty)가 2026년 8월 30일 프랑스 중동부 디종 인근 코르셀레몽(Corcelles-les-Monts)에서 열린 골든코스트 랩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르노 피니스트르(ARNAUD FINISTRE) / AFP 연합뉴스)

그리고 이것은 지금 저항과 연대의 더 커다란 물결로 이어지고 있다. 맥클모어를 퇴출시키면 사태가 침묵 속에 잊힐 것이라 믿었던 자본과 권력자들의 계산은 완전히 빗나갔다. 피니어스(Finneas), 루카스 그레이엄(Lukas Graham), 아일랜드 밴드 베오가(Beoga), 싱어송라이터 아론 로우(Aaron Rowe) 등 에드 시런 투어의 사전 공연(오프닝) 아티스트 전원이 맥클모어와 연대해서 '우리도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오프닝 공연 기회가 가져다 줄 엄청난 기회와 수익을 기꺼이 포기했다.

거대 자본이 그어 놓은 침묵의 선을 뛰어넘는 강력한 연대를 실천하면서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언어로 복종을 강요하는 자본의 횡포를 비판했다. 피니어스는 "예술가들은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때 침묵을 강요당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아론 로우는 "억만장자들이 권력을 이용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과 아동 살해에 반대하는 정당한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을 보고 있을 순 없다"고 말했다. 루카스 그레이엄은 "우리는 전쟁에 대해, 민간인 학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에드 시런의 미국 스타디움 투어는 이제 오프닝 무대가 완전히 비어버리고 말았다. 에드 시런을 비판하며 환불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쏟아지고 있고, 대중음악과 뮤지션들뿐 아니라 전세계 곳곳에서 맥클모어를 지지하는 목소리들이 퍼져나가고 있다. 이것은 지금 이스라엘과 그 학살 동맹자들이 국제적으로 얼마나 고립되고 있는지,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마음이 얼마나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는지 증명하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고 있다.

K-팝을 통해서 세계적 영향력을 얻게 된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그것처럼 반가운 일은 없을 것 같다. 글로벌 대중문화의 중심으로 부상한 K-팝 아티스트들은 세계 각국의 수억 명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형 기획사가 연습생 시절부터 이미지와 발언들을 리스크 관리하고 검열해 나가며, 대중예술가에게 정치적 '중립'과 도덕적 순수함을 강요하는 문화 속에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과 이스라엘의 피비린내나는 침략과 학살에 의해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이제는 누구에게나 더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 모든 인류가 목격하고 있는 명백한 집단학살 앞에서 눈을 감는 것은 예술의 본래적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다. 모두가 나서서 분명하게 침략과 학살을 중단하라고 말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음악 차트에서 역주행 중인 맥클모어의 '힌드의 홀 1, 2'를 다시 들을 때다. 정치적, 예술적으로 최고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 노래에서 맥클모어는 '강에서 바다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라고 거듭 외치고 있다. 슬픔과 분노로 가득 찬 시적 절규와 같은 이 노래의 울림은, 야만적인 집단학살 앞에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해방될 것이다

그들은 우리를 파묻을 수 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씨앗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이 싸움에서 백만 번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파도에서 솟아오른다

잔해 사이로 피어난 장미처럼

...

목을 겨누는 수십억 달러짜리 칼도

죽음도 우리를 무너뜨릴 수 없다

....

언젠가 우리는 돌아올 것이다

얼마나 오래 걸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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