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재성이 중요하다. 이재성 전 부산시당위원장은 이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주당은 이재성을 영입인재 2호로 영입했다. 그는 IT·게임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경제 전문가이로 소개했다.
이재성이 중요한 이유는 민주당이 말하는 ‘새로운 인재’가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기 때문이다. 정당은 전문가를 영입했다. 그런데 전문가를 영입했다면 그 다음은 무엇인가. 그 전문성을 정책으로 활용해야 한다. 기존 정치인과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진영이나 관계가 아니라 정책과 능력으로 평가해야 한다.영입인재를 데려와 놓고 결국 기존 정치문화에 적응시키는 것이라면 그것은 인재영입이 아니다. 인재전시다.
전재수 시장의 부산시장 당선은 분명한 성과다. 민주당은 8년 만에 부산시장직을 되찾았다. 그러나 동시에 부산시민은 민주당에 모든 권력을 주지 않았다. 부산시민은 시장과 기초단체장, 시의원을 서로 다르게 선택했다. 이것은 중요한 정치적 메시지다. 부산시민은 정당보다 사람을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전재수 시장 역시 승자의 정치가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자신과 정치적 색깔이 다른 사람에게도 능력이 있다면 기회를 주는가. 이것이 중요하다. 정치에서 경쟁자는 제거할 대상이 아니다. 경쟁자는 정치적 자산이 될 수 있다. 승자의 품격은 ‘내 사람’을 얼마나 챙겼느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정치에서 가장 쉬운 일은 자신에게 충성한 사람을 챙기는 것이다. 어려운 것은 자신에게 불편한 사람을 기용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전문가. 자신과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사람. 선거에서 자신과 경쟁했던 사람.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사람. 그 사람이 능력이 있다면 함께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진짜 통합이다. 자신에게 줄 선 사람만 모아놓고 “통합”이라고 말하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
정당의 인재 시스템은 선거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거가 끝나면 인사가 시작된다. 누가 정부로 가는가. 누가 공공기관으로 가는가. 누가 산하기관장을 맡는가. 누가 다시 정치할 수 있는 발판을 얻는가. 그래서 공천과 인사는 사실 하나의 문제다. 공천이 정치적 관계로 작동하고, 인사도 정치적 관계로 작동한다면, 결국 같은 사람들이 계속 순환한다.
2026년 지방선거 이후 부산 민주당의 낙선 정치인들이 부산시 정무라인 등에서 주요 역할을 맡는 흐름을 두고 정치적 재기의 발판 아니냐는 지역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물론 특정 인사의 임명이 정치적 보은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민들이 그렇게 의심할 수 있는 구조라면 인사제도를 더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정치 경험이 공공정책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다. 왜 이 사람인가. 그리고 그 기관에서 어떤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사람인가. 민주당이 과거 낙하산 인사를 비판해왔다면 더 엄격해야 한다. 우리가 권력을 잡았을 때도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치적 개혁의 최소한이어야 한다.
2026년 9월 부산시는 공석이었던 산하 출연기관 가운데 7개 기관장을 새로 임명했다. 부산시는 이번 인사를 ‘전문성·현장 경험·젊은 리더십’에 방점을 둔 인사라고 설명했다. 기관장에게 필요한 것은 직무 적합성이다. 그러나, 글로벌도시, 여성·평생교육, 문화 부문에선 전문성에 대한 논란이 있다. 그 가운데, 부산문화회관 대표이사에 청주대학교 연극학과 김윤규 교수가 임명됐다. 그의 예술 분야 경력 자체를 문제 삼을 이유는 없다. 그러나 부산시민이라면 물어볼 수 있다.
부산에는 정말 사람이 없었는가. 부산에는 수많은 문화예술인과 기획자, 연구자, 대학, 공연단체가 있다. 그렇다면 부산의 문화기관을 이끌 사람을 찾는 과정에서 부산 내부의 인재들은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공모 과정에서 몇 명이 지원했고, 어떤 평가기준을 적용했고, 후보들은 어떤 사람들이 공모를 했으며, 점수 차이는 어느정도인지 왜 최종적으로 그 사람이 선택됐는가. 이것을 공개하면 된다. 출신지역을 따질 것이 아니라 선정과정을 공개하자는 것이다.
부산시가 정말 젊은 리더십을 강조한다면 오히려 좋다. 그러나 이름표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면 된다. 기관장 취임과 동시에 3대 핵심목표, 5대 성과지표, 2년 뒤 평가기준을 공개하자. 그러면 시민들은 판단할 수 있다. 젊어서 잘했는지, 전문성이 있어서 잘했는지, 아니면 그냥 정치적으로 임명됐는지. 성과가 모든 논란을 잠재울 것이다.
부산에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부산에도 연구자, 기업인, 문화예술인, 해양 전문가가 널려있다. 문제는 그 사람들이 정치에 들어와도 기존 정치의 관계망을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능한 사람은 정치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정치에 남는 사람은 점점 비슷해진다. 그것이 정당의 가장 큰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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