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늪에 빠진 '2개의 전쟁'…한반도서 돌파구 찾는 트럼프

이형구 시민기자

9hk704@gmail.com

『신제국주의의 몰락』(2022)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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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과의 전쟁, 체면 차리며 끝낼 방법 못 찾아

바이든 아프가니스탄 '야반도주' 조롱했는데

이란과 MOU '치욕적 퍼주기' 비판에 올 스톱

우크라이나 전쟁도 비난 두려워 물러서지 못해

한미연합훈련 축소하며 김정은에 대화 손짓

화해 무드 시작될지, 군사 긴장 불똥 튈지 주목

27일 이란 테헤란의 한 거리에서 한 여성이 반미, 반트럼프 광고판을 뒤로 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6. 07. 27 [EPA=연합뉴스]

미국은 8월 30일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했다. 미군이 이란을 직접 공격한 것은 7월 말 이후 한 달 만이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은 9월 1일과 2일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는 8월 24일 이란에 대해 경제 제재로 대응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엿새 만이다. 앞서 8월 20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CNBC 인터뷰에서 경제 제재가 대규모 추가 군사작전의 필요성을 낮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폴리티코는 “전쟁이 6개월째 접어든 지금 트럼프 행정부가 빠져 있는 수렁을 잘 보여준다”며 군사 공격, 경제적 압박, 휴전 협상 사이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일관되고 절제된 전략을 고수하거나 메시지를 일관되게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데, 현재 갇혔다고(trapped) 느끼기 때문”이라며 “트럼프는 정치적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체면을 차리면서 충돌을 끝낼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에서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만, 패배한 것처럼 보이지 않게 물러설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갇혔다’고 표현한 것이다.

■ 전면전은 불가, 휴전은 ‘패배’… 이란에서 막힌 트럼프

트럼프 행정부는 그야말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은 물론 이란보다 우위에 있지만,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나아가진 못하고 있다.

바실리 카신 러시아 고등경제대학 유럽·국제종합연구센터 소장은 러시아의 정치 주간지 프로필(Profile) 기고를 통해 현재 미국은 이란을 이길 ‘기술적인 능력’은 모두 갖추고 있어도 인적·물적 피해를 감수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관과 댄 케인 미 합참의장은 45분에 걸쳐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란 작전 계획을 브리핑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몇 차례 이란에 지상군 투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쿠르드 무장세력까지 동원해 대신 투입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었으나, 결국 지상군 투입은 없던 일이 됐다.

그렇다고 이란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며 전쟁을 끝내지도 못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17일 이란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나, 더 이상 진척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 해당 MOU를 두고 사실상 이란의 승리이며 오바마보다 더 퍼준다는 평가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뒤로 물린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8월 30일 「왜 미국은 전쟁을 그만두지 못하는가」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레그 재프 기자는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상당 기간 미국에 있어서 가장 어려운 일은 승리하는 것보다 전쟁을 그만두는 것이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 강대국으로 부상한 뒤 벌인 거의 모든 전쟁에서 ‘언제 그만둘 것인가’라는 문제와 마주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국가의 존립 자체가 걸린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하며 “정치 지도자들과 외교·안보 정책 지도자들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신뢰도가 손상될 것을 걱정했다”고 지적했다.

■ 바이든의 아프간 철군을 비웃었지만···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이 2021년 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철수시킬 때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이 아프간에서 한 일은 전설적”이라며 “이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패배 중 하나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가 계속 대통령이었다면) 아주 다르고, 훨씬 더 성공적인 철군을 했을 것이다. 아프간에서 일어나도록 허용한 일과 관련해 바이든이 불명예 퇴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초 이란 전쟁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이라크에서 벌어진 전쟁과 전혀 다를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피트 헤그세스 전쟁부 장관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경험이 있는데, 그 경험은 자신에게 분노와 환멸을 남겼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이란 전쟁은 치명적이고 신속하며 결정적일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장기전이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에서 발을 뺀다면 바이든의 아프가니스탄 야반도주만큼 상징적인 장면이 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31일 미국 메릴랜드주 서몬트의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내각회의를 마치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6. 07. 31 [로이터=연합뉴스]

■ 끝내겠다던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갇힌 곳이 이란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전 종식을 자신의 주요 외교 성과로 만들려 했지만, 러시아는 핵심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고 있다.

8월 29일 미국 언론 악시오스는 존 랫클리프 CIA 국장이 러시아를 방문했을 때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정상회담을 열어 종전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정상들이 이런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만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합의를 최종 확정하기 위해서만 만날 수 있다”고 거부했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방공 미사일이 부족하고 국방예산도 부족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내몰렸다. 미국과 나토 회원국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하지만, 이들의 군사적·재정적 여력도 바닥나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 전쟁도 이길 수 없고, 그렇다고 일방적인 패배를 당하는 모습을 보이며 물러서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 대화 손짓하면서 연합훈련… 한반도에서도 딜레마

이런 상황은 한반도에도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8월 을지 자유의 방패 훈련을 기습적으로 축소했다. 한국과는 물론이고 미국 내에서도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듯했다.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은 ‘판문점 도끼 만행’ 50주기 행사 참석을 급히 취소하고 서둘러 안규백 국방부 장관을 만나 협의했다. 지휘부 훈련을 하던 미군들은 성남 캠프 탱고에서 평택으로 갔다가, 캠프 탱고로 돌아오는 등 혼란을 겪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대한 반발이 쏟아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백악관은 9월 1일 북한과 전제조건 없는 대화에 열려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 방문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북미대화는 아직 열릴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미국은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를 9월 7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장도영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9월 1일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변동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항공모함이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에 배치되어 있던 링컨함을 귀환시키고 대신 일본에 주둔하던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함을 중동으로 차출했기 때문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8월 31일 담화에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사례로 프리덤 에지를 언급하며 “(미국의) 적대시 정책에 끝까지 최강경으로 대응하려는 우리의 대미 정책에는 추호의 변화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프리덤 에지를 강행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어야 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강경 대응할 여지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곤란한 처지인데, 북한의 군사적 공세도 가중되면 더욱 감당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그렇다고 프리덤 에지를 취소하면, 미국이 북한에 밀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니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에서도 갇힌 셈이다.

■ 이란·우크라이나·한반도에서 갇힌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면초가 신세다. 미국에 맞서는 북한·중국·러시아의 협력과 공조가 강화되고 있고 이란은 강경하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의 도움을 제대로 받지 못하며 그들과 잇따라 마찰을 빚고 있다. 그런 와중에 국내 반발에도 시달리고 있다.

사면초가 신세인 트럼프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지 않는’ 탈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좌충우돌을 계속해 혼란을 더해갈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당장은 프리덤 에지의 향방을 유의해야 한다. 자칫 한반도 군사 긴장을 극도로 고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형구 시민기자 9hk70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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