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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청소년 중독'설계 그대로…미국 외 보호조치 '제로'

김영욱 시민기자

yungwook.kim@gmail.com

이화여대 교수. 저서 "위험 불통 사회"(2021), "주목 불복종"(2025)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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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 입력 2026.09.01 08:55

  • 수정 2026.09.0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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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사상 최대 24조원 합의에도 한계 '뚜렷'

플랫폼 기업에 설계와 보호 책임을 부과했지만

내부 판단 과정과 책임 구조 규명할 기회 사라져

알고리즘 추천·무한 스크롤은 계속 쓸 수 있게돼

조기 합의가 책임 묻기 제한하는 장치 될 수 있어

프랑스 15세 미만 소셜미디어 이용 원칙적 금지

캘리포니아 중독적 기능 제공하지 못하게 입법

스스로 통제· 비판적 이해· 함께 문화 만들어가기

젊은 세대 삶 위해 플랫폼 다시 설계할 수 있어야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메타가 미국의 거의 모든 주와 최대 180억 달러(약 24조 6000억 원) 규모의 합의에 도달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어린이와 청소년을 중독시키도록 설계되었고, 그 과정에 정신건강을 해치고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수집했다고 주장하는 원고들과의 소송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금액으로만 보면 빅테크 역사상 가장 큰 합의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이 사건의 진정한 의미는 거액의 배상금보다 플랫폼의 설계 자체가 사회적 위해의 원인으로 법정에 섰다는 데 있다.

이번 사건은 2023년 미국의 여러 주가 공동 또는 개별적으로 제기한 소송에서 출발했다. 이 가운데 29개 주의 청구를 다루는 재판이 2026년 8월 시작됐는데 증언이 시작된 지 며칠 만에 대규모 합의로 종결됐다. 주 정부들은 메타가 어린 이용자의 취약성을 알면서도 무한 스크롤, 지속적인 알림, 개인화 추천, ‘좋아요’ 같은 기능을 통해 이용 시간을 늘렸다고 주장했다. 13세 미만 어린이의 데이터를 적절한 부모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혐의도 포함됐다.

합의에 따라 메타는 앞으로 10년에 걸쳐 최대 180억 달러를 지급하고 미국의 미성년 이용자에게 새로운 보호 장치를 적용한다. 하루 이용시간을 원칙적으로 두 시간으로 제한하고,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접속을 차단하며, 수업시간에는 알림을 제한한다. ‘좋아요’ 수와 외모를 변형하는 필터는 기본적으로 숨겨지고, 개인정보 보호와 콘텐츠 안전 설정도 강화된다. 연령 확인에는 자체 기술뿐 아니라 외부 기관의 검증 도구가 사용되며 정기적인 감사도 실시된다. 이번 합의는 소셜미디어 이용을 개인과 부모의 절제 문제로 돌려왔던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플랫폼 기업에 설계와 보호의 책임을 부과했다는 점에서 역사적인 전환이다.

그러나 이 합의를 문제의 해결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메타는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피해가 발생했는지, 회사가 그 위험을 언제부터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지, 위험을 알면서도 왜 문제의 기능을 유지했는지에 대한 충분한 사회적 규명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재판이 조기에 종료되면서 플랫폼 내부의 판단 과정과 책임 구조가 공개될 기회도 상당 부분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번 합의는 플랫폼의 핵심적인 사업모델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다. 알고리즘 추천 피드와 무한 스크롤은 제한적인 중단 장치와 함께 계속 사용될 수 있다. 부모가 일부 제한을 해제할 수도 있다. 보호 조치도 일단 미국 이용자에게만 적용된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나라의 어린이는 동일한 수준의 보호를 자동으로 받지 못한다. 어린이의 안전이 보편적인 권리가 아니라 소송이 제기된 지역에서만 제공되는 선택적 서비스처럼 취급되는 셈이다.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문제는 낯설지 않다. 2019년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보호 약속과 기존 규제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와 합의하고 미국 정부에 50억 달러의 제재금을 납부했다. 당시에도 사상 최대 규모의 제재라는 평가가 나왔고 강력한 개인정보 보호 조치가 약속됐다. 2022년에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를 비롯한 제삼자가 이용자 개인정보에 부당하게 접근하도록 허용했다는 집단소송을 7억 2500만 달러에 합의했고, 2024년에는 얼굴 인식 기술을 통해 생체정보를 동의 없이 수집했다는 텍사스주의 소송을 14억 달러에 합의했다.

이 사건들은 공통된 패턴을 보여준다. 피해가 발생하고, 내부 문건이나 조사로 문제가 드러나며, 소송과 제재가 뒤따른다. 기업은 거액을 지급하고 새로운 보호 조치를 약속하지만 법적 책임은 인정하지 않는다. 이후 사건은 과거의 문제로 정리되고 수익을 만들어내는 기본 구조는 유지된다. 막대한 합의금도 세계적인 플랫폼 기업에는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비용으로 흡수될 수 있다. 합의가 책임의 종착점이 아니라 책임을 제한하는 장치가 될 수 있는 이유다.

 

소셜미디어 로고들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럼에도 이번 합의는 세계적인 정책 변화를 가속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국가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더 이상 가정의 책임에만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프랑스 의회는 2026년 7월 15세 미만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프랑스 헌법위원회는 8월 14일 이 조항이 플랫폼의 기능과 위험도, 어린이 개인의 차이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표현과 정보 접근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무효화했다. 이는 어린이 보호의 필요성을 부정한 결정이 아니다. 보호를 이유로 모든 디지털 참여를 일률적으로 차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밝힌 것에 불과하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16세 미만 이용자에게 중독적 피드와 자동재생 등 이른바 ‘중독적 기능’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기존 법도 원칙적으로 미성년자에게 중독성 알고리즘 피드를 제공하려면 부모의 확인 가능한 동의를 받도록 요구한다. 브라질은 더욱 구조적인 접근을 택했다. 2026년 시행된 ‘디지털 아동·청소년법’은 16세 미만 이용자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호자 계정과 연계하고,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높은 수준의 개인정보 보호와 안전 설정을 기본값으로 제공하도록 한다. 미성년자의 정보를 이용한 맞춤형 광고와 강박적 이용을 유도하는 조작적 설계도 제한한다.

이러한 흐름은 단순한 소셜미디어 금지 경쟁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인터넷을 허용할 것인가 금지할 것인가라는 양자택일이 아니다. 어떤 연령에 어떤 기능을 허용할 것인지, 어떤 설계는 부모의 동의가 있어도 허용하지 않을 것인지, 연령 확인 과정에 새로운 개인정보 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 할 것인지는 전체 사회가 디지털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연결되어 있다.

한국의 정책 당국도 이 경계를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예를 들어 14세 미만에게는 개인화 추천 피드와 행동 기반 광고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14세에서 18세까지는 자동재생, 무한 스크롤, 야간 알림과 외모 변형 필터를 제한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연령 확인 책임은 이용자나 부모가 아니라 플랫폼에 부과하되, 신분증과 얼굴정보가 또 다른 감시 데이터로 축적되지 않도록 독립적인 연령 확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규제의 초점을 ‘얼마나 오래 사용했는가’만이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설계되었는가’에도 함께 맞춰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디지털에 먹히지 않으려면 페이스북부터 끊으라"고 생전에 촉구하곤 했다. 2020년 세상을 떠난 그는 젊은 시절 굶주림을 해결하려고 은행강도를 저질렀다가 5년 동안 수감된 적이 있는 이색 경력을 갖고 있다. 물론 그람시처럼 옥중에서 겪은 고민들을 책으로 출간하기도 했다. 게티 이미지

프랑스 사례가 보여주듯 전면 금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소셜미디어는 위험한 공간인 동시에 청소년이 정보를 얻고 관계를 형성하며 문화를 만들고 정치적으로 발언하는 공적 공간이기도 하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어린이와 청소년을 디지털 세상에서 추방하는 정책이 아니라, 착취적 설계를 디지털 사회에서 추방하는 정책이다. 철학자 베르나르 스티글레르는 디지털 미디어가 인간의 주목과 기억, 욕망을 조직하는 기술이라고 보았다. 기술은 인간을 파괴하기만 하는 독이 아니라 새로운 지식과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약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기술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설계하고 통제하는가이다. 기업이 어린이의 주의를 붙잡아 광고와 데이터로 전환할 때, 젊은 세대는 스스로 욕망하고 판단하는 주체가 아니라 예측되고 조정되는 소비자로 만들어진다. 스티글레르가 우려한 것은 바로 이러한 주체적인 주목의 파괴와 욕망의 획일화였다.

지금의 디지털 시스템은 주목과 감시를 성장의 원료로 삼는다. 사람의 정체성은 클릭, 체류시간, 구매 가능성으로 환원되고, 사회 전체는 효율과 연결을 절대적인 가치로 받아들이는 디지털 기능주의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 구조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은 보호받아야 할 시민이기 전에 가장 오래 확보할 수 있는 미래의 이용자로 취급된다. 따라서 젊은 영혼을 보호한다는 것은 스마트폰을 빼앗거나 접속시간을 줄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신의 주목을 스스로 통제하고, 기술을 비판적으로 이해하며, 다른 사람과 함께 의미 있는 문화를 만들어갈 능력을 되돌려주는 일이어야 한다. 학교의 디지털 교육도 기기 활용 능력을 가르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 공동체의 이용 규범을 만들어가는 교육으로 전환돼야 한다.

메타의 180억 달러 합의는 하나의 시대가 끝났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안 된다는 사회적 경고다. 기업이 피해가 발생한 뒤 보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피해를 만들어내지 않는 기술을 처음부터 설계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디지털 사회의 발전은 더 많은 연결이나 더 긴 체류시간으로 측정될 수 없다. 인간이 기술에 얼마나 오래 붙잡혀 있는지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얼마나 더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관계 맺으며 살아갈 수 있는가가 발전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 메타의 합의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는 플랫폼의 성장 전략에 젊은 세대를 적응시킬 것인가, 아니면 젊은 세대의 삶을 위해 플랫폼을 다시 설계할 것인가라는 중대한 결정의 기로에 서 있다.

김영욱 시민기자 yungwoo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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