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극복 희망을 던진 야구, 역사적 상처에 소금 뿌린 야구
일본은 자연재해가 많은 국가다. 그래서인지 일본 야구는 재난 극복의 원동력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다.
1995년에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오릭스 블루웨이브가 대표적이다. 당시 오릭스는 '힘내자 고베'라는 구호를 내걸고 유니폼 오른팔 소매에 그 구호를 문구로 새겨넣었다.
1995년은 한신 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해다. 6000명이 사망하고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수많은 고베 주민들이 연고지 프로야구팀 오릭스의 활약과 그들이 보여준 연대 의식에 큰 힘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2011년에는 일본 동북부에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해 미야기 현의 현청 소재지 센다이도 큰 피해를 입었다. 대지진의 상처가 아물지 않은 2년 뒤 센다이를 연고지로 하는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일본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라쿠텐이 일본 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센다이 시민들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당시 라쿠텐을 이끈 호시노 센이치(1947~2018) 감독은 "대지진으로 고난을 당한 여러분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지난 3년 간 싸워왔다"는 소감으로 우승 이상의 위로와 희망을 선사했다.
사회적 연대를 잊지 않는 이같은 스포츠 정신이 아리아케 고교를 올해 고시엔 대회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동력이자, 구마모토는 물론 일본 전역에 반향을 일으킨 저력이다.
다시금 지난 6월 한국 고교야구 대회에서 벌어진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구호 사태를 되돌아 본다. 어린 선수들을 향해 철없다고 손가락질 하기 전에, 이를 정치 이슈로 끌어올린 목소리 큰 이들의 셈법에 휘말리기 전에, 한국 스포츠에 존중과 배려, 사회적 의식이 아직 남아있는지를 살펴볼 때다.
아리아케 야구부를 향해 상대팀과 일본 전역에서 울려퍼진 승부의 세계를 초월한 응원 함성이 아직도 귓가에 맴도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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