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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꼭 찍어서 같이 올리고 싶어서 계속 미루어두었지만 카메라도 없는데 사진은 언제 찍나 싶어서 이렇게 올린다. 이것은 서울 **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난 10년 넘게 이 동네에 살고 있다. 이 동네가 온갖 부르주아지로 가득차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요즘처럼 역겨울때는 없었다. 요 근래 **동 몇몇 주민들이 '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아주 그냥 결사 투쟁을 하고 계신다. 우리집으로 올라오는 언덕길가에 플랜카드 여러개가 걸려있다. 가히 꼴불견이다.
"조용한 고급주택가에 치매양로원 왠말이냐!"
"전용 자연경관에 치매양로원 결사반대!"
이런 미친놈들. 왠말이긴.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역겹다. 몇일전부터 어디 충무로가서 대자보라도 인쇄해서 붙여놔야지, 하고 생각하고 있지만 바뻐서 그것도 잘 안된다. 아니면 플랜카드라도 걸고 싶은데 돈이 너무 없다. 어떻게 해야할까. 저걸 그냥 내버려둬야하나. 테러할까. 찢어버릴까. 낙서할까. 라카칠할까...
지능장애를 겪는 노인(치매노인)들을 아예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저 작태는 대체 어떤 사고방식에서 기인하는지 궁금하다. 어떻게 다 큰 인간들이 저따위일까. 동네 사람들 다들 저렇게 생각할까? 설마 그건 아니겠지? 그렇진 않더라도 저게 대세일까? 온갖 인간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역시 부르주아들은 씨를 말려야하나...
나 어릴때 17살때인가? 그땐 이런 플랜카드가 동네를 장식했다. 저 아래 큰길가까지.
"장애인시설 결사반대한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상처를 받은 기억이 난다. 난 세상에 그렇게 플랜카드까지 인쇄해서 10여개나 걸 정도로 싸가지없는 어른들이 많은 지 그때 알았다. 집에 가자마자 엄마한테 처음했던 말이,
"엄마, 우리동네 사람들 너무 싸가지 없어."
부르주아 동네에서 인간성 유지는 가능한가. 이 동네 사는 꼬맹이들 장래가 너무너무 걱정된다. 애들 다 저렇게 되는거 아니야? 이런 근심. 공기는 좋지만, 이 동네 정신상태가 피폐해져가는 것 같다. 정말이지, 서울에서 반교육적이고 반사회적인 동네인 것 같다.
인간사색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강준만
1학년때 들은 교양수업때 <대중문화의 겉과 속>을 읽은 이후로 참으로 오랜만에 강준만 책을 읽었다. 제목은 <인간사색>. 한때 그의 노무현 변호론때문에 역겨움을 느껴 그가 쓴 모든 글을 무시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읽게 됐다. '한국인의 인간관계에 대하여'라는 부제는 아주 적절하다. 이 책은 한국사회를 사는 인간들의 '관계맺음'에 대한 연구의 총론격인 책이다.
사랑, 불륜, 질투, 순결, 키스, 욕망, 열정, 감정, 체질, 싸움, 청춘, 나이, 효도, 호칭, 권위, 진실, 기억, 신념, 의리, 배신. 위의 스무가지 화두가 한국인의 관계맺음 문화를 관통한다. 예컨대, '감정: 한국인은 감정억제를 모른다'는 chapter에서, 한국인은 '우뇌가 발달했다'는 이화여대 교수 최준식의 이론을 빌어, 감각이나 직관을 관장하는 우뇌가 발달한 한국인들은 감정 발산에 예민하고 즉자적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것이 굉장히 수동적이고 부정적이며 패배적 사고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은 '감정단어'에서 그 현상적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 근거 중 하나로 그는 한국어의 감정단어 430여개 중 72퍼센트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단어라는것이다. 지배와 저항의 관계 속에서 감정발산은 필연적이다. 감정발산은 나쁜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팽배한 지배 이데올로기가 감정발산의 역동성을 지배하고 있다. "너 왜 그렇게 감정적이니?" 이 말이 지닌 압도적 권위는 이 말로 비판을 들은 사람이라면 모두 알 것이다.
일전에 강준만 교수의 한국사회에 대한 논평, 분석 자료를 모두 모아 철두철미하게 정리해놓는 습관(?)에 대해 들은 바 있는데, 이 책에서 그 방대한 성과의 일부분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3분의1은 '인용'이다. 내가 가장 인상적인 chapter는 '감정'과 '체질'이었는데, 그 중 '체질'분석에서 한국인의 '체질'이라는 조건과 '혁명'의 관계에 대한 나름의 분석은 꽤나 재밌었다. 동국대 황태연 교수가 한 말을 빌리자면, "한국에 소양인이 25% 밖에 되지 않아 '체질상으로는' 혁명역량이 크게 부족하지만, 모든 국면이 곪아터지는 예외적인 역사상황에선 가장 수가 많은 태음인 집단의 지원을 받아 변혁운동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했다"는 것이다. 흥미롭다. 체질 결정론은 극히 위험하지만 아예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하기엔 대단히 과학적인 분석인 것 같다. 약간 영향을 끼치겠지.
그의 책이 왜 재미있는지 알았다. 일단 인용이 많고, 수다 떨듯 글을 쓰며, (나쁜 뜻이 아니다.) 글을 그냥 개연성있게 잘 쓴다. 논리성이 가끔 떨어지긴 하는데, 그건 그냥 그럭저럭 넘어가주면 된다. 어차피 크게 신뢰하는 것도 아니니까. 아무튼 개연성있게 쓰는 것도 대단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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