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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님의 [가카의 최대 치적은...] 에 관련된 글.
예수님이 좋다. 마음이 훈훈해서 그렇다. 마음이 깨진 사람들의 마음을 절대 더 깨는 법이 없기 때문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다.’란 말씀에 이런 예수님의 마음이 엿보인다.
여기서 가난한 자는 먹을 것이 다 떨어지고 자력으로 먹거리 문제를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을 의미한다. 완전 거지다. 그래서 중세에 거지가 되어 예수를 따른 사람들이 있다. 예수를 따르는 것과 가난/거지 문제는 카톨릭에서 아직도 가장 첨예한 대립을 빗는 이슈가 아닌가 한다.
그럼 마음이 가난한 자는 누구를 두고 하는 말인가. 마음에 도사리는 온 갓 욕심을 비운 도사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근데, 그게 아니다. ‘마음’은 pneuma, 즉 영을 번역한 것이고, 원문에 pneuma는 맥락을 가리키는 3격으로 사용되고있다. ‘영적 차원에서 가난한 자’ 정도로 번역될 수 있겠다.
이건 말이 안 된다. 영은 야훼에 속하고 야훼를 향하기 때문에 영적으로 가난한 자에게 복이 있을 수 없다. 대려 가장 불행한 자가 된다. 그럼 여기서 pneuma는 뭐하고 관계하고 있는가? 인간의 내면을 가리킨다고 해야겠다. 그럼 마음이 가난한 자는 다시 앞에서 말한 마음을 비운 도사 정도가 되는데….
이렇게 되면 해석이 진퇴양난에 빠진다. 이 아포리아를 인간존재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기록한 구약성서의 도움을 받아 해결해보자. 시편 34편을 보면 친자식 압살롬에게 쫓기다 자신의 신분을 숨겨 목숨을 건지기 위해서 아비멜렉 앞에서 미친 체하는 다윗의 이야기가 나온다. 18절에 보면 ‘주님은 항상 마음이 상한 사람에게 가까이 계신다.’란 표현이 있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여기 ‘마음이 상한 자’와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한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가난이란 외부의 실질적인 압박과 결핍으로 마음이 상한자다. 마음을 비운 도사처럼 넉넉한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이 아니라 뒤러의 ‘어머니의 초상’과 같이 얼굴이 일그러진 사람이다. 외부/물질적인 결핍으로 내면세계가, 즉 영이 깨지고 상한 사람이다.
예수님께서는 이런 사람을 먹이실 때 그들 마음이 더 상하지 않게 그들에게만 주지 않고 모두에게 준다. 옛날 밥 먹을 때 찾아와 마루에 걸터앉은 사람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밥상을 내놓았던 우리 조상들이 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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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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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질러버린 글에 이렇게 훌륭한 트랙백을 걸어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계속 다시 읽게 되네요. 좋은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부가 정보
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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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님께야 그냥 질러버리 글(들)이겠지만 저에겐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판이 되네요. 그러다 현미경을 한번 갖다 대 본 것 뿐인데, 뭘~부가 정보
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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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예수님이 왜 하늘나라가 마음이 가난한 자들의 것이라고 했지? “내가 [혹은 아버지께서] 그들에게 하늘나라를 줄 것이다”라고 하지 않고 그냥 그들의 것이라고 했지?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이 원하고 만들어나가는 하늘나라가 진정한 하늘나라여서 그랬을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철저한 유물론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물질세계를 하늘나라로 변혁하는 일의 중심에 이런 마음이 가난한 유물론자들이 서있기 때문일까?부가 정보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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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오늘 새삼 와닿네요.지적하신 구절은 저도 예전에 좀 의아했었어요. 멋진 해석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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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_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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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인님의 글을 읽다보면 뭔가 울리는 것이 있어요. 구수한 맛이라고 할까요… 내안에 내가 아닌 다른 것, 자아에 대립되는 타자가 아니라 나를 구성/형성해 주는 ‚뭔가’가 떠 올라요. 해석이라기 보다는 그 ‚뭔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가미해서 정리해 본 것 뿐입니다. 맛(멋)이 있다고 하니 그래도 요리사의 흐뭇함을 느낌니다. 좋은 하루 보내시구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