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파와 면의 행진을 일단락 하고 이제 귀가 중인데... 솔직히, 아주 솔직히, 약간의 불안이 없을 수 없었다. 온갖 뇌피셜이 난무하는 과정에도 난 누가 물어보든 8:0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거 좀 뭔가 아닌 게 나오나싶은 의구심이 들기 시닥하는 거다. 하지만 난 전원일치 합의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는데, 돌이켜보면 그건 확신이라기보다는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내 인생 전부가, 아니 최소한 법을 공부한 이후 30년동안 쌓아온 내 가치관 일체가 부정당한다는 절박함이었다. 내가 배운 바, 그리고 내가 정립한 원리에 의한 바, 반드시 오늘의 결과가 나와야만 했다. 만일 그렇지 않는다면, 난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하나는 내 지난날의 모든 것이 허위의 모래성이었음을 인정하고 속세와 연을 끊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세운 그 원칙을 부정한 세계와 격렬히 투쟁하는 것이었다. 그 갈림길의 고뇌는 말끔하게 정리됐다. 그런데 이 말끔함은 내가 가져온 게 아니다. 난 그만 무수한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야 말았다. 그동안, 간난신고를 마다않고 거리에 선 수많은 사람들에게 부끄러운 나날을 보냈다. 오늘 나름의 알량한 원칙이 그래도 무너지지않고 자리를 지키게 된 건 순전히 그 혹한의 길바닥에서 응원봉을 쥔 채 물러서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의 덕분이다. 이들이 없었다면, 이제와 주제넘게 원리니 원칙이니 혀를 놀리기는커녕 더 이상 내 가진 생각을 떠들 게제도 없었을 거다. 이 밤, 거리와 광장을 지켜낸 모든 분들에게 깊은 존경의 염을 담아 깊이 고개 숙여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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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04 23:52 2025/04/04 23: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