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EBS에서 하는 경마축산고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문득 우리가 은연 중에 타인의 주체적인 결정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에서 나온 장면은 이러했다.

 여타 고등학교와는 다른 방식의 교육을 하고 있는 그 학교에 대해

학생들이 얼마나 만족하는지 다른 학교 교육과는 어떻게 다른지를

카메라를 든 PD가 한 학생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 학생은 자신이 인문계를 가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도 힘들 것같고 

또 원치도 않는 대학, 학과에 진학해서 헤매는 것보다

이렇게 자신에게 맞는 교육을 받는 것이 훨씬 좋다고 답하였다.

 그러자 PD가 되물었다.

"그럼 인문계를 포기하고 온거네요."

 

 



 뭔가 이상했다. 포기라니?

 인터뷰하던 학생도 그렇게 느꼈나보다.

 

"그게 포기인가요?"

 

 그렇다. 우리네 사회는 이렇게 은연 중에 하나의 틀만을 만들어 놓고서는

거기에서 벗어나는 모든 결정과 행동을 일탈 내지는 포기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교육에서는 그런 틀이 아주 경직되어 있어서

"인문계 -> 4년제 대학 -> 높은 연봉의 기업"과 같은 코스를 밟지 않으면

포기내지는 낙오로 인식한다. 이러한 행태는 교육을 받는 이가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는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방금 전 TV에 생생히 방송된 저 인터뷰와 같이 말이다.

 이와 같은 인식은 그 사람을 낙오자로 치부해버리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러한 편견을 반복함으로써 그(그녀)에게 실제로 그러한 것처럼

강제 주입하는데서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킨다.

 예컨대 그러한 편견은 그 사람의 주체적 결정력을 부정하는 것이요,

나아가 인권에 대해서도 일종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한 사람의 결정을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멋대로 정해놓은 소위 사회적 통념이라는 획일적이고 편협한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이제 지겹다 못해 아주 넌저리난다. 지금이라도 이런 통념을 몰상식으로 인식하고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05/09/27 23:42 2005/09/27 23:42
─ tag 
Trackback URL : http://blog.jinbo.net/nvtaiji/trackback/72
  1. 고양이  2005/10/11 12:2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피디 참-_-말을 이쁘게하네!!
    안 맞기 때문에 다른 길을 택한거랑 가고싶은데 못간건 다르죠..
    그래요 사회적 통념..지겹죠. 전 신물이날 지경이에요-_-
    하지만 바로잡기엔 너무나 힘들다는 것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