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속에

숨죽여

 

홀로

 

이십 구년 하고도 열흘을 더 살아온 나는

저 밖에 있었다.

 

심장은 굳은 살이 박혀

다 식어버린 회색피를 흘리고

머리 속 가시는 녹아들기도 전에

새살에 묻혀 화석이 되었다.

 

두 눈은 언제나

거울 속에서만 나를 확인할 수 있었고

그외에는 다른 이들의

뒷굼치만

그저 힐끗

훔쳐 보았다.

 

비릿한 피내음이 기도를 통해 전해짐에도

정작 나오는 건

아쉬운 한숨뿐이다.

차가운 웃음뿐이다.

 

어느새 어둠 속에 스며든

낯선 광경에

침묵을 지켜내는 앞마당 개는

가슴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울음으로 짖어대지만

머리가죽을 뚫고 나온 터럭은

점점 퍼지고 짙어져 이 몸뚱아리를 가득 채워버렸다.

 

부드러운 채찍질에

서둘러 영혼을 챙겨 내 죄를 토해내어도

결국 혀끝에는 씁쓸한 안도감만이

남을 따름이다.

 

그래도

이 짧은 빛이나마 나를 비추어보니

아직은

내가 너른 광야에 있음을 느낀다.

다행히

갈라진 홍해 속이 아님을 느낀다.

 

이제

이십 구년 하고도 열 하루를 더 살아온 나는

멀리 있었다.

 

 

 

 

 

 

 

2008년 2월 16일 피정 중에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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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3 00:35 2008/02/23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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