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검색해봤더니 떡하니 나온 이미지
경순감독과 딸 수림이다
지난 13일 저녁에 나루님이 좋은 자리를 마련해 주셔서 드디어 '쇼킹패밀리'를 봤다 그것도 감독님 동석하에!
주변 사람들이 하도 입이 마르고 닳도록 볼 것을 권유해서 쭐래쭐래 따라갔는데 감독님도 있고 초면인 분도 있고 하여 어색했지만 영화보며 깔깔 웃기도 하고 함께 화도 내고 급기야 슬그머니 방바닥에 누워서 끝까지 본 후엔 친밀감이 급생성되어 맥주를 놓고 감독과의 대화도 갖고 넘넘 좋았다
영화는 마구 좋다 왕 재밌다 마구 스포일할테다
세영씨는 어릴때 엄마에게 많이 맞았다고 한다. "엄마 그때 날 왜그렇게 때렸어?"라고 물어보니 "그땐 살기가 힘들었어"라고 했단다. 엄마가 고스톱쳐서 잃은 날은 더 쎄게 맞았댄다. 나두 어렸을때 무진장 맞고 자랐다. 가게에 딸린 화장실도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서 다섯식구가 살때는 "엄마 백원만"하고 바쁜 엄마를 따라다니다가 먼지떨이로 먼지나게 맞고 언니를 때려도 맞고 동생을 울려도 맞고 암튼 그랬다.(맞을짓만 한건가-_-;;)
큰 다음에 집에 좀 여유가 생겼을때 부모님은 늘 한탄했다. 딸들이 하나같이 애교가 없다고. 식구들과 좀체 말도 안섞고 정다운 말 한마디 건넬 줄 모르는 나에게 엄마가 뭐라고 했을때가 아마 대학교 다닐 때였을 건데, "엄마가 날 이렇게 키웠잖아"라고 불쑥 대꾸했다. 세영씨 친구(?)가 말한대로 대못을 한번 콱 박아준거다. 엄마는 그땐 살기 힘들었다고. 너무 바빴다고. 많이 변명은 안했지만 오랫동안 굉장히 속상해했다.
근데 웬걸, 나보다 크게 낫지 않던 언니는 오히려 시집간담에 아주 엄마랑 물고 빨고 죽고 못산다. 매일같이 통화하고 집에오면 같이자고 어깨도 주물르고 화기애애하다. 어휴 그걸 보는 나는 정말 닭살. 그치만 그거라도 해주니 다행.
경은씨는 남편과 별거중이다. 유치원 다니는 아들은 시어머니가 키운다. 시어머니가 경은씨 엄마 얘기를 하면서 지 엄마한테 배워 저모냥이라고 괴롭게 할때 남편은 지 엄마 편만 들었다. 경은씨가 어느날 다툼끝에 칼로 팔을 그었다. 그리고 수면제를 털어넣었다. 죽진 않아도 하루종일 깨어나지 않아 응급실로 옮겨질줄 알았는데 새벽 6시 밥할 시간이 되니 눈이 반짝 떠지더란다. 남편은 그 일을 기억조차 못한다고.
경은씨가 젖은 눈으로 담담히 이야기할때, 그리구 경은씨를 희롱한 택시아저씨에게 항의전화를 할때 참 마음이... 자기 장모가 재가를 하고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라 와이프도 따라 배울것 같다고(이혼 아니고 '사별'인데도!), 엄마는 평생 날 위해 산 분이라 엄마가 최고이고 난 마마보이고 마초라고, 바람 좀 피웠는데 이혼해달라고 하니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경순 감독 친구는 오히려 스스럼없이 솔직허니 말해서 경은씨 남편보다 밉진 않은 감정이 됐다.
그리고 수림이! ㅎㅎㅎ 경순 감독 말에 의하면 '방목'돼 자란 수림이 방은 발을 디딜곳 없이 엉망진창이고 벽에는 '엄마 바보'같은 낙서들로 가득하고 보아를 좋아하고 '이모'들과 함께 어울리고 그녀들을 가족 비스무리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 경순 감독은 수림이 머리를 상의없이 싹둑 자르기도 하고 쩨쩨하게 옷 갖고 싸우기도 하고(그러면서 하는 대사가 "니가 나한테 해준게 뭐있어!"다 하하 이건 자식 전용 대사인줄 알았는데) 그런다. 친구처럼 투닥대는게 보기 나쁘지 않다. 수림이의 앞날이 기대돼.
영화엔 세영씨 경은씨 경순감독의 가족 이야기 말고도 호주제 이야기나 해외입양 문제도 나온다. 호주제 폐지 반대 집회에 나와서 "호주제가 없어지면 내 자식이 있는데 이자식이 내자식인지 이자식이 누구자식인지..."라며 자식타령을 계속해 우리들에게 "저자식 참"하고 실소를 자아내게 했던 중년이나, 해외입양아 부모상봉 프로그램을 보며 신랄히 비판하는 빈센트의 이야기는 다른 의미로 무척 인상적이었고.
또하나,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미녀다. 공원에서 사진을 찍고 지리산 종주를 하고 방에서 어울려 춤을 추고 하는 모습들이 참 예쁘고 좋아 보였다. 엊그제 술을 마니 먹고 혼자 사는 언니네 놀러갔는데 술상을 대충 치우고 자려다가 문득 나도 춤추고 싶어졌다. 그래서 "언니 춤출래?"했더니 선뜻 좋다고 한다. 첨바왐바를 틀어놓고 막춤을 췄다. 기분은 좋았는데 구석에서 먼저 자고 있던 동행한테 담날 뒈지게 욕먹었다. 음하하
기타노 다케시가 그랬댄다. "가족이란 남들이 안보면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라고. 누가 보여준 쇼킹패밀리 영화평에서다. 압권인걸
그래도 가족, 우리는 가족, 가족은 어떻게든... 이런 생각들 이데올로기들에 늘 개인은 여성은 나는 뒷전. 나는, 내 가족을 어떻게 하지? 어떻게 살지? 늘 있던 물음에 '쇼킹패밀리'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수있고 볼수있는 가능성을 줬다. 좋아
그리고 어쨌든 이번 상영회의 가장 큰 메리트는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을수 있었단 거다. 남들보다 영화를 늦게 봤지만, 수림이에게 출연료로 사주기로 했던 옷 두벌의 현황은? 수림이가 학원에 등록한 이유는? 그리고 그에 대한 경순감독의 생각은? 고등학교만 가면 독립하겠다던 수림이가 엄마한테 얹혀사는게 낫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영화 개봉 이후 등장 가족들의 반응은? 세영씨와 경은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이런 재미난 뒷얘기들을 들은게 큰 성과.
영화는 봤지만 감독과 '최근'의 대화는 없었던 사람들, 안가르쳐줄테다 음화화화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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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케 영화보는 거 쏠쏠허더라. 담에 또 같이 가자
우와...관객들이 우찌나 수준이 높은지
살짝 긴장이 됩니다요
다음 상영회에선 파뤼를 본격적으로 해볼까나 ^^
훔...일단은 곱창이 내려가서 반갑고
이단은 훔...일전에 들었던 나름의 가정사가 쇼킹패밀리 뒤에 더 진짜처럼 다가오고_가짜같았단 건 아니고
삼단은 훔... 훔...막춤을 췄다니...훔...상상중야~~
리우쓰/넴 잼났어요
나루/수준은요 멀 호호
이슬/내 가정사도 나름대로 쇼킹하지
나두 초딩1년 때 엄마한테 디지게 맞았는데..4남매 없는 살림에 피아노 배워달라고 열흘을 졸랐더니 마지막날 4살짜리 남동생 오줌깡통에 이마를 찧고 얼마나 아팠던지.. 참, 그날 막춤 오랜만에 넘 즐거웠어. ㅎㅎㅎㅎ 풋ㅎㅎㅎ, 생각만해도 즐거웠3.
나도 피아노ㅠㅠ 무척 배우고 싶었는뎅...
피아노 못치니 막춤이나 추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