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데다 사랑스럽기까지한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감독에다 동성애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해서 벌써 관객 1만 명을 넘었다는 바로 그 <메종 드 히미코>다.(나에게 '올바르다'는 말은 굉장한 칭찬이다. <조제...>를 아주 좋아한다.>
전편의 조제가 여성에다 장애인이라면, 여기서 히미코와 친구들은 게이에다 노인이라는 이중의 굴레를 지니고 있다. <조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에선 소수자의 고뇌나 심리상태를 직접 들여다보지 않는다. 관객은 그저 바라보고 추측할 수 있을 뿐이다. 게다가 관객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도 상당히 많다. 다만 <조제>보다는 좀 과잉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뿐이다.
사진은 일본어로 된 공식 웹사이트에서 훔쳤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전설적인 마담 '히미코'는 굉장히 중후하고 점잖은, 기품이 있는 사람이다. 경박하지만 귀여운, 일반들에게 굳어진 게이 이미지의 '루비'와는 정반대인 의외성을 가진 인물이다. 실제로 히미코를 연기한 배우 다나카 민은 무용수라고 한다.
히미코는 딸이 찾아왔지만 놀라지도 않고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배신당하고 고생만 하다가 쓸쓸히 죽었다고 믿는 사오리의 오해를 교정해주지도 않는다. 다만 죽기 얼마전 '내가 보고 싶긴 했었냐'고 묻는 사오리에게 "널 많이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히미코를 무섭게 째려보는 사오리. "돈준대서 왔을 뿐이에요!"
'게이'가 맘에 들지 않는 사오리는 "더러운 변태 손은 안잡아!"라고 하며 냉랭하게 굴고, 영감들도 "못생긴게 귀염성이 없다"고 구박하지만 결국엔 좋은사이가 된다.
히미코의 젊은 애인 하루히코(오다기리 조). 정말 잘생겼다............
타이트한 셔츠와 바지에 긴 다리를 뽐내고, 허리가 잘록한 역삼각형 근육질... 허나 안타깝게도 내타입은 아니다.(누가 안타깝다는거냐)
히미코를 정성껏 간호하는 하루히코의 절실함이 묻어나는 대사들, "이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죽어가는 것 같아. 이게 사랑이지?" 히미코에게서 활기, 생기, 자신에 대한 욕망을 느끼지 못하게 된 하루히코는 병석에 누운 히미코를 빨아들일듯 키스한다.
메종 드 히미코의 활엽수, 루비. 얼굴도 모르는 아들, 그리고 손녀가 보내오는 엽서가 그의 낙이지만 루비가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친구들은 아들에게 연락하기로 결정한다. 아들 식구들은 아버지가 게이인줄도 모르고 있지만 루비는 수술받은 몸이기 때문에 금방 들통날 것이다. 쫓겨날지도 모른다. 멍한 상태의 루비에게 보통의 할아버지 옷을 입혀 떠나보낸후 메종 드 히미코의 식구들은 시름에 잠긴다. 사오리는 발끈하고 "당신들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것 뿐이잖아! 당신들 가족들이 겪은 고통을 생각해봤어? 자기멋대로만 사는 게이들, 질렸어!"라는 말들을 퍼붓고 메종드히미코에서 나간다.
어쨌든 여기까지만. 대체로 해피엔딩.
'동성애영화가 뜬다'류의 저질 뉴스에 좀 그만 끼워넣어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꽤 많았던 관객들 사이에서 진지한 장면에도 터져나오는 웃음소리가 내내 거슬렸다. 등장인물의 표정만 봐도, 저 인물의 행보가 어떻게 진행될 것이라는 걸(가령 게이 노인들을 매일 괴롭히던 악동이 하루히코에게 반해버리는 것) 예견하는 요즘 관객들에겐 대체로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면에선 게이를 희화화하는 것같은 느낌이 들수도 있겠다. 그들이 이렇게 웃으며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게 되기까지 겪었던 많은 일들은 담담히 묻어버리고 있지만 그래서 좀 슬프기도 하다. 그리고 있을법하지만 절대 찾아볼수 없는 '게이 양로원'이란건 꿈같은 얘기일 뿐이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많은 미덕은, 대체로 히미코에게 그 공이 있다고 감히 말한다. 여자의 차림만 했을뿐, 전혀 여성스럽지 않은 외모로도 아름다움과 기품이 느껴질수 있다는걸 알게한 히미코는 존재 자체만으로 편견을 허무는 역할을 한다. 물론 호모포비아들에겐 편견이 확대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은 칭찬을 할까 한다.
<메종 드 히미코>는 조금은 올바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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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음흠.
Tracked from 2006/02/05 00:17 delete나름님의 [히미코의 역할] 에 관련된 글. 요새 삐죽삐죽 터져나오는 생각. 올바르지 않으면 안될까...? 난 메종드 히미코의 따뜻하고 낙천적인 정서가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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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메종 드 히미코, 2006
Tracked from 2006/02/28 21:12 delete나름님 감상문 [히미코의 역할]이 좋아서 읽은 날 보러가려다가, 서울 가기 전에 잠깐 들른 집에 만화책이 와 있어서 그거 읽느라고 안 갔었다. 나름님의 글이 영화보다 훨씬 행복하게 씌였다.
오다기리 죠 정말 잘생겼죠.+_+ 보는 내내 감탄을;;
허억.. 이런 글을 읽다니.. 너무 보고 싶어요ㅠ_ㅜ 왜 서울밖에 상영을 안 하는 건가요..허윽.
day)진짜 심하게 잘생겼더군요... 근데 머리가 너무 작아서 저랑은 안어울릴듯(퍽퍽)
뎡야)핫 본의아니게 염장을...
어~~~ 나름~~ 여 숨어있었군!
대문 사진은 머리에 대한 당신의 로망인가? ㅋㅋㅋ
참, 질문 오다기리 죠가 혹, 도쿄타워의 그자인가?
여~~
도쿄타워 아닐껄?
우와~ 나 여기 첨 들어와요. 담배 든 여인의 사진이 이뻐서 순간 긴가민가하다가 명절의 비애에 나오는 할머니 얘기를 보고 알았네. 그리고나서 덧글을 열어보니 '나름'답변들이 떡하니~
오늘 평택갔남요?
프로필사진은 제가 아님을 실토함. 그리고 담배 든 '여인'도 아니라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