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내내 여름

"성장하면 분리된다"

이 말을 들은 건 정희진 선생님의 강연 때 였다. "치유"란 무엇인가? "여성주의 상담"이란 무엇인가? 에 대한 강연회에서 였다. 본인의 아픔/상처가 스르르 내려 가게 해준 친구의 한마디였다.

 "성장하면 분리된다"

그렇게 나는 이 말을 알게 됐다. 듣자 마자 어쪄면 알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나또한 그간 불안했던 몇 가지가 자연스럽고 겸허이 받아 드려 지는 기분이다. 이 말을 들을 때 정자와 난자가 만나서 수정란이 생기고 그것이 두개로 4개로 나눠지기 되는 그림이 생각났었다. 그저 과정.. 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난 그게 생각이 나더라.

내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내 선배이자 친구이자 애인인 이와의 관계에서 그리고 미친듯이 나를 방황하게 하는 내 학교 와의 관계에서 나는 "성장하면 분리된다"라는 말을 적용시켜 보았다. 내게 사실 도피가 되게 해주는 말이었고 모든 관계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젯 밤 "성장하면 분리된다"라는 이 말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성장하면 분리가 일어나나?
성장하기 위해서 분리되는 것은 아닐까?
분리되서 성장하면 ?
등과
무엇과 무엇의 분리인가?
분리되기 이전의 관계 맺음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일대 일의 관계 맺음이든 일대 다수의 관계 맺음이든 내가 무언가의(그 사람의) 그저 한 부분으로 종속되어 있었을 때 이 말 "성장"과 "분리"가 성립할까 라는 것이다. 분리이전의 단계에서 이미 개체는 온전해야 했을 까? 아니면 온전하지 못한 개체가 어딘가에 붙어있다가 (양분을 빨아들여서) 성장하면 분리되는 것인가?

나는 결국 관계맺음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둘 그리고 공동체와 나의 관계 맺음 자체가 "나"라는 존재를 삭제하지 않는 동등?한 관계였을 때 성장하면 분리된다라는 말이 좀 더 자연스러워 지지 않을 까 생각한다. 그리고 관계맺음한 우리는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것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a와 b가 붙어 있다가 a와 b로 분리 될것인가
a에 b가 붙어 있다가 b가 분리 될 것인가
a가 b, c로 분리될 것인가

어떤 것이 분리일까?
독립 도피 가출 출가 분리 졸업 헤어짐 이별 실연 ........
이 말들의 차이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 그 늬앙스라는 것도 생각해고 혹시 어딘가에 내 "착각"이 포함되지는 않았는 지도 생각해 보았다.

이런 생각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것은 치열하게 관계 맺음하고 그리고 의견이 대립하고 더 이상 공존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을 갖게 될 때 그렇게 분리되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에 대한 이 말이 내게 들어와서 얄팍해 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내 두려움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