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좌파는 어떻게 좌파가 됐나
_ 한국 급진노동운동의 형성과 궤적
이광일 지음 | 신국판 | 468쪽 | 18,000원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에게 80년대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역사 속에서 어느 한 세대가 기존의 사회관계들, 권력관계들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겠다는 ‘혁명’이라는 용어를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그것은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다. 물론 그런 시대가 다시 올 가능성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어찌 그것을 20대의 젊은 시기를 보낸 80년대와 비교할 수 있을까. 몸은 늙어도 마음은 젊다고 하지만, 그것은 몸이 따라가지 않는 부둔한 현실을 자위하기 위한 것일 뿐이다. 혁명은 마음과 몸의 생기가 살아 움직일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80년대를 살았다는 것, 그 공기를 함께 마실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 커다란 행운이며 따라서 그 시대가 낳은 모든 성과, 한계와 오류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의 자산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시대 혁명을 말한 급진적인 노동정치세력들은 ‘혁명의 시대’에 걸맞은 헤게모니를 지니고 있었을까. 이 질문은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핵심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 책머리에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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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진보정치 10년 평가'라는 논의는 한계가 있다. 진보정치, 좌파정치의 평가를 제대로 하려면 80년대 급진노동운동에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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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급진노동운동과 이론의 역사, 그 위상을 객관적으로 자리매김하고, 기존 논의들에 대한 비판과 재검토를 시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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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급진노동운동에 대한 기존 논의는 '실증주의'와 '경험주의'에 경도된 측면이 있다. 80년대 급진노동운동이 대중적 헤게모니를 지녔다고 전제하는 논의들은 '80년대 급진노동운동의 위상을 과잉 격상시킨 후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하지못했다고 과잉 비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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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급진노동운동은 자유주의의 헤게모니를 벗어나 독자적인 정치세력화를 시도했으나, 정치적 헤게모니를 대중적으로 구축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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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년 구로연대파업을 계기로 자신의 모습을 대중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한 급진노동운동은 전국노동운동단체협의회의 해체와 전국노동조합대표자회의의 출범과정을 거치면서, 그리고 민주노총의 건설과정에서 결국 배제되면서 그 역사적 역할을 일단락 짓고 다시 새로운 위상을 모색해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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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진보진영의 '진보의 재구성', '좌파의 재구성' 논의는 80년대 급진노동운동에 대한 재평가를 포함해야 한다. 그래야 기존 좌파의 한계와 오류를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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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는 어떻게 좌파가 됐나'는 물음은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파탄하고 있는 현실에서 '좌파는 어떻게 새롭게 21세기 좌파로 거듭날 것인가?'의 물음이다.
차례_
책머리에 80년대 급진노동정치는 역사 속의 삽화가 아니다
1장. 왜 80년대 이후 급진노동운동에 주목해야 하는가
2장. 급진노동운동의 전사: 자유주의 노동운동의 궤적
초기 노동운동의 주객관적 조건
한국노총의 탈노동운동화: 공개적 독재체제의 노동통제기구화
자유주의 노동운동의 형성과 발전
70년 전후 ‘경제위기’와 ‘정치위기’: 파시스트체제로서 유신체제의 등장
기독교 노동운동의 등장과 ‘사회적 실천’: ‘자유주의 정치세력’의 대행자
‘민주노조운동’의 대두와 성격
자유주의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과 대응
자유주의 노동운동의 양면성과 민주노조운동
3장. 급진노동운동의 등장과 발전
1979∼80년 사회관계의 위기: 5·18광주민중항쟁과 유신체제의 재편
‘신군부파시즘’의 노동운동통제와 자유주의 노동운동의 재편 및 분화
노동운동에 대한 물리적 탄압과 노동법 개정
자유주의 노동운동의 한계와 재편
노동운동의 방향전환과 ‘급진노동운동’의 등장
구로연대파업과 노동운동의 방향전환: 급진노동운동의 대두와 성장
‘노동자계급주의’의 형성과 그 의미
4장. 급진노동운동의 분화와 위기
6월항쟁과 7∼9월 노동자투쟁
6월항쟁과 ‘제한적 자유화’
7∼9월 노동자투쟁과 자생성
7∼9월 노동자투쟁과 급진노동운동
‘맑스주의 노동운동’의 형성과 분리
‘민주화이행기’ 급진노동운동의 위상
급진노동운동의 재편과 위기
민주노조운동 ‘진영’의 형성과 전국노동조합협의회 건설
급진노동운동과 대중운동의 관계
: 전국노동조합협의회의 성격과 민주노조운동의 ‘분화’
급진노동운동의 대중운동으로부터 분리와 위상의 재편
: 전노운협의 분화와 ‘노동운동 위기논쟁’
‘통합국가’로의 진전과 ‘포위된 급진노동운동’
5장. 급진노동운동이 남긴 그늘과 여백
주註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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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일 _
서울 하왕십리에서 태어났다. 전두환 정권 시기에 대학에 들어가 여러 지인들의 실천적 삶, 그들과의 학문적 토론으로부터 자극을 받고 맑스주의 등 진보적인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고향인 왕십리와 이후 인천 송림동, 부천 송내동 등에서 가난한 사람들과 부대끼며 보냈던 일상의 삶, 거기에서 보고 느낀 경험은 그나마 진보적 학문의 끝자락에 남아 숨 쉴 수 있게 한 원천적인 힘이 되었다. 학문적 길을 걸어가는 데에서 이 시대에 고통 받는 사람들의 다양한 외침들, 몸짓들이 가장 중요한 이정표라 믿고 있으며 그래서 항상 ‘중심이 아닌 주변인’으로 살고픈 것이 꿈이다. 주로 한국정치, 노동정치 등 급진적인 운동정치, 그리고 민주주의를 주제로 글을 쓰고 있다. 성공회대학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는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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