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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칼럼] 진보정당이 가야 할 길 ‘학벌 타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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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잘 알려진 서울대 학부 폐지안, 국립대학 통합 운영 방안의 시행은 가장 급할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 출신들이 3급 이상 공무원의 약 30%, 교육부 같은 일부 핵심 부처 고위급 인사의 85% 정도를 점유하는 ‘서울대 공화국’에서는 아무리 서울대 학부를 폐지한다 해도 그 학벌의 영향력이 당장 사라질 수는 없다. 그렇기에 동시에 서울대 학생 선발 방식을 약자 위주로 바꾸고 여러 계급 출신이 균형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전국 고3 졸업자 가운데 서울이 약 23%를 차지하는데도 서울대 진학생 중에서는 서울 출신이 45% 이상 점유하고, 전국 남성 경제활동인구 중에서는 생산직 노동자가 거의 40%를 차지하는데도 서울대 입학생 중에서 생산직의 자녀가 10%도 안 되는 오늘의 현실은 ‘지방’과 ‘노동’에 대한 태심한 차별을 의미한다. 이 차별을 극복하려면, 현존하는 지역균형선발제의 대폭적 강화에다 농민·영세민·저소득자 등 취약 계층 출신에게 가산점을 부여하는 고강도의 계급적 역차별 정책 말고는 없을 듯하다. 마찬가지로 수도권의 주요 ‘명문’ 사립대학의 입학제도에도 이와 같은 계급적 약자 우대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역차별 정책의 범위를, 입학제도로만 좁힐 필요가 없다. 지방대학 출신 10명 중 7명이 구직 때 차별을 느끼고, 지방대 출신의 평균 임금이 수도권 대학의 졸업생에 견주어 약 10% 더 낮은 오늘날에는 공무원 시험이나 기업 공채 때 신청서에서 학력란을 단순히 지우는 것보다는 지방대 출신을 우대하는 할당제를 설정하여 여태까지의 차별에 보상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적극적인 약자 우대 정책이 아니면, 일제 강점기부터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학벌 제도를 과연 타파할 수 있겠는가? 학벌주의를 청산하지 않으면 이 나라는 수능 수험생들의 ‘공부 지옥’으로, ‘비명문대’ 출신들의 ‘차별 지옥’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학벌 폐지야말로 진보 정당이 총력을 기울여야 할 핵심 의제다.
박노자 노르웨이 오슬로국립대 교수·한국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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