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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www.aladdin.co.kr)에 오른 서평입니다. 오늘사람님께서 전재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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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part of your revolution)"는 20세기 초엽 미국의 여류 혁명가이자 페미니스트인 엠마 골드만(Emma Goldman)의 말에서 따온 것이다. 이 말을 조금씩 변형시켜 엠마 골드만은 대중연설과 저술 등에서 자주 사용했다는데, 책의 저자인 최세진이 자신의 책의 제목으로 또 한 번 사용하였다. 이 말은 혁명이라는 거대담론 앞에서 구체적 삶의 역동성을 표현하는 의미이다. 혁명과 같은 거대서사 앞에 내가 놓일 지라도 나라는 존재가 희생되고 소멸된다면 혁명마저도 나의 것은 아니고 "너희들"의 것이라는 발언이다. 그건 마치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파시즘만큼이나 의미가 없고 그런 혁명에는 동조할 수 없다는 뜻이다. 최세진의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노동단체 <노동자의 힘>의 기관지에 "세상야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글에 자료를 보충하고 글을 다듬어 내놓은 책이다.사회운동을 경험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사회운동의 전통과 역사를 주로 "문화"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알리고 전달하는 책이다. 저자 최세진은 경력이 특이한데,책에 소개된 약력을 보면 "1996년부터 2005년까지 민주노총 정보통신부장으로 일했다.남미의 혁명을 보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빈민가에서 머무른 뒤 현재 민주노총을 그만두고 토론토에서 다시 남미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되어있다.노동운동가,정보통신활동가에서 국제연대주의자로 이동중인 것 같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는 연재글의 모음집답게 짧은 글들이 엮어져 있는 형식인데, "1부 만국의 로봇이여 단결하라"의 대중문화에 관한글, "2부 파시스트가 되느니 차라리 돼지가 되겠다"의 위대한 현대 좌파인물에 대한 글, "3부 힘내라 바퀴벌레"의 남미,일제시대,80년대의 운동/혁명 이야기, "4부 인터넷 광장"의 인터넷의 사회변혁적 역할에 대한 글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글은 진보적인 것을 떠나서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고 유익하기까지 하다. 1부의 글에서는 다양한 게임,SF문학,영화,해킹을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 요즘 10,20대가 많이 즐기는 문화상품들,문화현상들의 의미를 되짚어 보고 있다. 예를 들어 게임이라는 것이 개인의 인간성 형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전쟁친화적 인간을 어떻게 양산하는 지 좌파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반면, 핵티비즘을 소개하면서 IT의 정치적 의미와 운동적 위치를 설명하기도 한다. 2부에서는 바그너,쇼스타코비치,마야코프스키,조지오웰,존 레논,피카소,미야자키 하야오,첨바왐바가 소개되는데, 고급예술에서부터 대중예술의 아이콘까지 아우르면서 그 정치적 의미를 소개하고 있다. 책의 부제인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이라는 말처럼 잘 알려지지 않았던 그들의 뒷얘기들을 다루고 있다.흥미롭게 읽으면서 사회진보를 위한 투쟁사를 한 번 생각해 보게 한다. 3부는 체 게바라의 쿠바,멕시코 등 남미의 혁명이야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미국의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남미라는 특수한 지리적,역사적 조건을 배경으로 전개된 혁명의 이야기,현대에 와서 상품화되기까지 하는 체 게바라의 이미지 등을 다루고 있다.이미지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설득은 자본과 진보진영이 동시에 채택하고 있는 전투전략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4부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이 보급된 이후 인터넷을 매개로 발생한 주요사건들의 전개과정과 의미를 정말 잘 정리하고 있는데,효순이 미선이 사건,노사모,안티조선운동,2002년 월드컵과 붉은악마 등의 소재가 다뤄졌다.그리고,시간적으로 이전인 PC통신시절의 소사들도 취급하고 있다. 책의 마지막에서는 누구에게나 평등하다고 알려진 인터넷이 그러한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자본을 위해 작동하고, 자본에 독점과 종속되어 있다는 것을 밝힌다. 인터넷은 흔히 그리스 시대의 광장(아고라:agora)에 비유되어 직접민주주의의 장이거나 완전경쟁이 작동하는 시장(market)정도로 많이 생각되지만 사실은 소수의 자본이 "연단"과 "마이크"를 장악한고 대중집회장과 같아서 그 운영과 시스템이 민주적으로 되도록 우리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의 저자 최세진은 젊은 운동가다. 아마 30대 초중반 정도로 추측이 되는데 책을 읽다보면 진보와 사회변혁에 대한 관심못지 않게 감각과 감수성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기존 운동방식의 폐쇄성과 한계를 에둘러서 비판을 하기도 하며 무엇보다 대중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도하고 선전선동하고 훈육하여 운동인자로 대중들을 양성하는 것은 우리가 그토록 미워하는 파시스트/수구보수주의자들의 방법과 다른 것이 전혀 없다. 대중을 지속적으로 설득하고 자유롭게 생각하게 해주는 것이야말로 대중운동/혁명을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다. 대중들은 선전선동의 대상이 아니다.내가 자유롭게 생각할 수 없다면 그건 운동이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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