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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ic한 사회에 살고있는 전혀 comic하지 않은 우리의 이야기를 담은 comics

   올해 1월부터 병원 응급실에서 봉사활동을 했었다. 카운터에 앉아서 응급실에 찾아온 환자들을 등록해주는 일과, 응급실을 돌아다니며 환자들이 뭐가 불편한지 살피면서 이것저것 도와주는 일 등을 했다.

 

이 일을 하면서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엉망인지를 절실히 깨달았다. 미국은 병원 문만 잡았다하면 100불 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병원비가 엄청난데, 특히 응급실 비용은 더욱 비싸다. 그렇기때문에 정말 응급한 환자가 아니면 왠만하면 응급실에 가지 않는다.

 

응급실에 왔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프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그들을 빨리 치료해야 하는것이 응급실에서 의사와 간호사들의 몫이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찾아온 환자에게 등록을 하게 하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는 내 입이 참 부끄러울 정도다. 조금만이라니.... 운좋게 사람이 없는 날은 보통 20분 정도 기다리면 되지만, 이런 날은 며칠 없고, 몇 시간을 넘겨 기다려야 하는게 대부분이다. 그것도 응급실이란 곳에서!

 

그저 기다리던 환자들은 다시 나에게 찾아와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냐고 물어보지만, 내가 해줄 수 있는 답은 미안하다는 말 밖에 없다. 배탈이 나서 왔건, 손가락이 짤려서 왔건 간에 그들은 의사가 이름을 부를때 까지 한없이 기다려야 한다.

 

이런 날이 계속되자 봉사활동이 너무 힘들었다. 언제 의사를 만날수 있냐고 물어보는 환자들에게 아무 말도 해줄수 없는게 답답했다. 어느 날은 너무 답답해서 저들이 누울 침대하나가 없는지 찾아보려 응급실 안으로 들어갔는데, 3~4개 정도의 침대가 비어있는거다. 의사에게 밖에 환자가 너무 많이 기다리는데, 왜 이 침대에 사람을 채워넣지 않냐고 물었더니, 응급차에 실려오는 환자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 곳은 비워 둬야 한다는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는 너무 비참하게 들렸다. 정 못참겠으면 돈을 내고서라도 응급차를 타고 와야 (미국은 911 응급차를 타려면 돈을 내야한다. 정확히 얼마인지는 모르겠으나 100불이상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빠른 치료를 받을수 있다는 말 아닌가. 결국 돈있는 사람은 그냥 응급차 불러서 타고 오면 이렇게 힘들게 기다릴 필요가 없는거다.

 

이러한 미국의 의료 시스템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나니, 도대체 사람들이 왜 미국을 그렇게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지, 미국이라는 사회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그들을 한명 한명 만나서 현실을 이야기해 주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게 괴로운 봉사활동을 6개월여 하다, 결국 그만 뒀다. 그만 둔 계기는, 응급실에 찾아온 한 환자가, 역시나 1시간이 넘게 기다리다가 갑자기 발작을 하며 피를 토했고, 대기실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대기실에서 간호사가 대충 응급처치를 하고, 그 환자의 엄마는 소리를 지르며 울고,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며 쩔쩔매고.... 이런 아우슈비츠같은 장면들을 괴로워서 더이상 볼수가 없어, 그날로 그만뒀다.

 

 

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나는 왜 저항하는가 - 국가에 의한, 국가를 위한, 국가의 정치를 거부하라
세스 토보크먼
다른, 2010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Seth Tobocman의 <나는 왜 저항하는가>의 첫장면이 이 괴로웠던 경험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나라에서, 사람들은 응급실에서 의사를 만나기 위해 24시간을 기다린다"

 

 미국의 의료시스템이 최고급이라고 주장하는 의료산업 자본가들과 정말 그런줄 알고 있는 이들에게 이 한칸의 그림과 한 줄의 글은 내가 6개월간 겪었던 그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정의와 평화를 위해서 일으킨 이라크 전쟁, 9.11 사태가 가져온 결과, 평화라는 명목 아래 자행되는 팔레스탄의 고립 등, 국가가 포장한데로 믿고있는 것들의 실체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까발린다.

 

그동안 9.11에 대한 음모론은 있었지만, 설마, 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많은 사람들을 다 죽였겠어?라는 생각으로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보며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지르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책을 읽는 동안은 내가 모르던 것들도 알게되고, 그의 그림 실력에도 감탄하며 재미있게 읽었는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이 사회를 어디서 부터 뜯어 고쳐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Seth의 말대로 우리의 저항이 이 사회를 바꾼다 해도, 이미 이렇게 자리잡은, 어느 구석하나에도 손이 뻗치지 않은 이 자본주의를, 아니 이 폭력을, 이 비리를, 이 사기꾼들을, 이 살인자들을 어디서 부터 어떻게 처리해 나가야 할지, 어디서 부터 손을 대야 이 사회를 뿌리부터 바꿀수 있을지.... 이런 생각을 하니 겁이 나더라.

 

원제: disaster and resistance

표지는 한국판이 더 나은것 같다.

 

 

이 책은 comics(만화)가 아니다.

사회가 이렇게 까지 되도록 아무 힘도 못쓴 이 현실이 comic하기도 하지만, 이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은 전혀 comic하지가 않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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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우 쓰레기장에서 나와서 세상좀 보니까, 더 큰 쓰레기장이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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