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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원 동지를 기억하며

남궁원 동지 글을 읽으면서
2010년 6월 1일 사회주의노동자연합 국가보안법 1심 법정 모두 진술문에서 남궁원 동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검찰은 사노련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와 쌍용자동차, 노동현장 투쟁의 배후에 개입한 폭력세력이라고 주장하고, 노동자들에게 사회주의/ 공산주의 사상을 전파하는 위험한 세력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노련을 국가보안법상의 이적단체 구성과 국가변란을 선전선동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맞습니다. 저는 자본주의 체제를 부정합니다. 저는 자본주의 체제에 살고 있지만, 자본주의를 넘어서, 사회주의/공산주의 세계를 꿈꾸고 실천하는 공산주의자입니다.”
동지는 단호하고 당당하게 코뮤니스트임을 밝히면서 재판을 코뮤니즘 선전의 장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사노련을 폭력세력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자본주의 체제 자체가 폭력이라고 말합니다. 당시의 쌍용자동차 투쟁과 용산 투쟁을 언급하면서 자본의 폭력성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습니다. 2001년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투쟁에 결합하면서 구속이 되었던 바와 같이 노동계급에 결합하는 실천 투쟁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헌신을 했습니다.
남궁원 동지 활동 및 동지에 대한 기억
평소에 동지들을 만날 때마다 공부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제대로 된 실천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이론이 필요함을 알고 있었기에 항상 스스로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전반적 공부뿐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국제 및 국내 투쟁과 경제 상황 등에 관해서도 공부를 많이 했습니다. 이는 동지의 글을 보면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현실에서 실천하는 과정에서 연결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재능투쟁에서 이러한 동지의 모습이 잘 나타났습니다.
당시 남궁원 동지가 있었기에 우리가 재능투쟁에 제대로 결합해 투쟁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동지는 <빛나는 전망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일이자 힘든 일이었음에도 묵묵히 어떠한 개인적 대가도 없이 맡은 책임을 다했습니다. 이론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기에 그는 코뮤니스트좌파 저서가 <빛나는 전망>을 통해 한국 사회에 알려질 수 있게 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레닌의 「좌익공산주의, 유아적 무질서」라는 소책자가 코뮤니스트좌파에 대해 왜곡하고 혹평하여 잘 못 알려진 부분이 많았기에 코뮤니스트좌파에 대해서 제대로 된 소개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빛나는 전망 출판사>는 정말로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어느 겨울 아주 추운 날 사노위 총회가 있던 날이었습니다. 장소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데 충청도의 어느 지역이었습니다. 총회가 저녁 늦게 끝난 후 강령상의 문제 등으로 우리는 회의 중에 철수하여 종로의 어느 술집에 모여서 뒤풀이를 했습니다. 동지는 술이 어느 정도 되면 “동지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술이 어느 정도 되면 미리 일어나서 자리를 떠나곤 하였습니다. 그날도 그랬습니다. 덩치가 컷지만, 마음은 세심하고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지는 출판사 외에 전업 활동가 역할을 했습니다. 코뮤니스트로서 운동에 열정이 많았고 책임이 강했기에 여러 가지 힘든 일을 맡아서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편으론 다른 동지들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던 듯합니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면 그러한 부분에 대한 마음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왜 그러나 하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혼자서 너무 많은 짐을 지다 보니 그랬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미안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지는 자신은 다시 활동을 열심히 해서 감옥에 들어갈 각오를 하고 있다고 얘기를 하곤 하였습니다.
이탈리아의 데이먼이나 보르디가, 러시아의 미아스니코프 등 고초를 많이 겪었음에도 꿋꿋하게 코뮤니스트의 길을 갔던 선배들의 역사를 알고 있었기에 그 어떤 고난도 피하지 않고 돌파하겠다는 결의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일재 선생이나 김수행 선생과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이 동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운동의 과거에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을 치열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는 동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10년 후 나의 이야기
10년 후가 되면 나이가 70이 됩니다. 10년 후의 나의 모습은 어떨까 사실 상상이 잘 안 되긴 합니다. 여전히 코뮤니스트 활동을 하고 있을 것이고, 번역을 지금보다는 잘 해서 번역서도 내고 책도 내고 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수가 되어서 활동하고 있을 것입니다. 시집도 내서 작가로서 활동하게 될 것입니다. 선 후배들과 소통을 많이 하는 자신이 되었으면 합니다.
운동에 대한 전망
노동계급이 장기간 침체상태에 빠져 있다가 이제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노동계급 운동의 부활이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생태위기가 발생하고, 자본주의 위기에 따른 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에 따른 기름값 상승, 생필품 가격 상승이 이어지고 있으며, 인플레이션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프롤레타리아트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프롤레타리아트의 생활여건 악화에 저항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으나 아직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여전히 민족주의가 발흥하여 이른바 운동한다는 사람들 다수가 팔레스타인 등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상황을 접하고 있습니다. 코뮤니스트좌파와 일부 국제주의 경향의 아나키스트 흐름만이 그냥 “전쟁이 아닌 계급투쟁, 계급전쟁”의 기치로 제대로 된 방향을 설정하고 전 세계적으로 「전쟁이 아닌 계급전쟁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하고 있으나 아직은 그 영향력이 많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침머발트에서 있었던 세계대회의 중요성과 마찬가지로 의미 있고 중요한 출발입니다.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활동을 이제 멈추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노동자들이 서로를 향해 겨누는 총구를 멈추어야 합니다. 프롤레타리아트가 서로 연대해서 투쟁해야 합니다. 네타냐후나 팔레스타인 집권자들의 하수인이 되어 프롤레타리아트 형제자매끼리 서로 죽이는 전쟁을 멈추어야 합니다. 서로 전쟁을 하고 싶으면, 네타냐후나 팔레스타인의 집권자가 전선에서 떨어진 곳에 숨어서 안전한 곳에서 전쟁을 선동하지 말고 직접 그들 스스로 전선에, 전쟁에 몸을 내던지고 자본가들끼리 서로 싸우게 둬야 합니다. 그런데 그들은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굳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아도 배가 불러있기 때문입니다.
TV에서는 연일 부르주아 정치 이야기만 나옵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 힘이나 둘 다 자본주의를 떠받들고 있는 기둥입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할지라도 둘 중에 누가 집권하던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이는 단순히 사람이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닌 자본주의 체제 자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더는 다른 듯이 보이는 것에 속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본의 좌파들은 또다시 사회대개혁/사회대전환을 이야기하면서 선거에 대응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선거가 민주주의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노동자는 4년 또는 5년마다 한 번씩 벌어지는 선거에 참여하여 부르주아지에 권력을 넘겨주고 평생을 지배받고 있습니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선거를 거부하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행해지는 선거의 본질을 폭로해야 합니다. 1914년 1차 세계대전 이후 자본주의가 쇠퇴기에 들어선 상황에서 더는 의회를 활용해서 얻을 것은 없습니다.
레닌은 침머발트 좌파를 주도하고 러시아혁명을 성공시키는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훌륭한 혁명가였습니다. 하지만, “좌익소아병”이라고 알려진 소책자에서 주장한 의회나 노동조합 등에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 부분은 오류입니다. 러시아 자본주의의 후진적 상황을 일반화하여 유럽 자본주의에 그대로 적용하려고 함으로서 오류를 범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를 지키기 위해 코민테른을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퇴보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일혁명이 어려움에 빠지게 하는 데 일부 역할을 했습니다. 레닌의 이러한 부분에 대한 비판은 호르터의 「레닌 동지에게 보낸 공개편지」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한국에서 레닌에 대한 신봉자가 많은 상황에서 레닌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전에는 자본주의가 문제라는 구호에 대해서 생경하게 느끼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와 코로나 감염병 대유행을 겪으면서 더는 이렇게 진행되어서는 지구의 멸망을 모면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사람들에게 많이 퍼지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야만이냐 혁명이냐의 시대로 돌입할 수 있는 시기가 점점 더 무르익어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기간에 혁명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지만, 차분히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국제주의코뮤니스트전망(ICP) │양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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