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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팅하는데 시간 엄청 걸리네요. ㅡ.ㅡ
집에 책이 별로 없어요.
대부분 학교에 있거나 서울 부모님 댁에 있고...
그리고 다른 집들에... ㅡ.ㅡ
책 빌려가서 안 돌려주는 인간들이 하도 많은지라...
(이 포스팅 보면 자수하시오)
책장 위의 그림은 왼쪽부터 멕시코 작가, 쿠바 작가 (제목은 "생각하는 고양이"), 그리고 오스트리아의 에곤 실레 작품입니다.
*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감기 때문에, 그리고 밀린 일 때문에 그닥 평안치는 않습니다. ㅡ.ㅡ
그러나 이런게 어제오늘 일도 아니라, 그러려니 하고 있을 뿐입니다.
첫 질문에 너무 까칠하게 답한 거 같네요... 사실은 평안해요...
* 독서 좋아하시는지요?
좋아한다고 믿고 있어요.
* 그 이유를 물어 보아도 되겠지요?
취미가 독서인 사람의 나름 비애가 있죠.
예전에 공지영의 소설에 나왔던 이야기로 기억하는데 (인간에 대한 예의였던가?), 할 줄 아는게 아무 것도 없는 이들, 취미란에 독서밖에 쓸 게 없는 사람들이 있죠.
뭐 그림을 그릴 줄 아나, 악기를 하나 다룰 줄 아나, 가장 돈 안들고 효용이 큰 (말하자면 비용-편익이 가장 큰) 취미가 아마 독서 아닐까 싶네요.
뭐 그렇다고 책을 좋아하게 된 걸 후회한다거나 스스로 불쌍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예요.
* 한 달에 책을 얼마나 읽나요?
굉장히 불규칙해요.
한 권 끝나면 한 권, 이렇게 차근차근 읽는게 아니라, 화장실용, 출퇴근용, 잠자리용, 업무/학습용을 따로 놓고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다보니 이런 일이 생긴답니다.
물론 필이 꽂혔을 때 (주로 시리즈물)는 다른 거 작파하고 몰아서 읽기도 하죠. (심지어 업무 중에도 틈틈히...)
뭐 따져보면 적을 때는 두 세권에서 많을 때는 열 권... 평균 네 다섯권 정도 되는 거 같네요. 한번 통계를 내봐야겠군요
* 주로 읽는 책은 어떤 것인가요?
"주로 읽는" 책은 없고 "절대 안 읽는" 책은 있습니다. 경영처세술, 말랑말랑 에세이, 그림책 아니면서도 글씨보다 여백과 그림이 많거나 폰트 사이즈 12 이상인 책들 말이죠.
잡다하게 여러 가지를 읽는 편인데, 뭐 광범위하게 인문/사회/자연 교양(?) 서적들이라 총칭할 수 있을 거 같고, 픽션 종류는 주로 영문 SF 들을 읽는 편이예요.
대학 다닐 때만 해도 소설, 특히 한국현대소설들을 무진장 좋아했는데... 90년대 중후반 이후부터 시들해졌어요. 성석제 소설만이 제 선호목록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 당신은 책을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한 마디?
너무 하심!
음... "무한우주"라고 정의해볼까요?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고, 그 경계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그리고 끝없는 팽창... (여긴 이견이 존재하죠 ㅎㅎ)
* 당신은 독서를 한 마디로 무엇이라고 정의하나요?
또 한 마디...
이 문답놀이를 첨 만드신 분의 취향 참 독특하셔...
이번에는 그럼 '우주여행' 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네요 ㅎㅎㅎ
진심으로, 저에게는 독서가 미지의 세계를 열어주고 보여주는 (우주)여행이나 다름 없습니다.
* 한국은 독서율이 상당히 낮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글쎄... 요새 대학 논술 문제들 보니까 학생들 독서량이 엄청난 것 같던데 (엄청나야 쓸 수 있을 거 같던데), 아닌가봐요?
독서율 낮은 것이 사실이라면...
아마도 단기간 내에 직접적인 편익을 발생시키지 않고, 그에 비해 여흥의 기능을 갖는 경쟁상품이 눈부시게 증가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각종 처세술이나 학습 관련 책들 판매량이 엄청난데 인문사회과학 서적은 잘 안 팔리는 현상은 전자에, 각종 멀티미디어 엔터테인먼트의 부흥은 후자에 해당하겠지요.
지하철에서도 책보다는 휴대전화로 게임하거나 DMB 보거나, 그도 아니면 차량 내부에 달린 TV 광고 보는 사람들 만나기가 더 쉽죠.
* 책을 하나만 추천 하시죠?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아, 이 분 취향 참...어떻게 '하나만' 추천합니까!!!
음.... 그래도 꼭 하나면 추천해야 한다면, 하워드 진의 [미국 민중사]를 추천해야겠네요.
* 책을 추천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물론 제가 감동받았거나 재미있게 읽었던 책을 이야기하라면 주저리주저리 할 이야기가 많겠지만, '추천'을 하라면 이야기가 좀 달라지죠. 예전에 이 책을 읽고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사실, 저자 서문만을 읽고도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쓰는 한국현대사니, 거꾸로 읽는 세계사 등등 여러 종의 역사책을 읽었는데,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충격과 놀라움은 있었지만, 이 책만한 "감동"을 주지는 못했던거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얻는 감동은 상당히 특별합니다. 고구려 삼족오 문양을 보고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분들도 있다지만, 많~이 다릅니다...
인간의 위대함, 저항의 아름다움, 그리고 집단으로서의 자기성찰...
아마 이 책을 읽는다는 건, 그저 멀리 떨어진 지구반대편 나라의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색다른 성찰의 기회를 제공해줄 거예요.
영어 장문독해가 가능하신 분들이라면, 영어 서적을 읽는 것도 강추하고 싶어요.
하워드 진 할배의 쉬우면서도 담백한 글쓰기는 정말 우리 (저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가 배워야 할 부분입니다.
* 만화책도 책이라고 여기시나요?
책이 아니면 뭐죠?
제가 책을 '우주'라고 정의했다는 점에서 만화책은 그 중 독특한 성격을 가진 은하계나 성단 쯤이 아닐까 싶네요.
어린 시절 만화책이 저에게 주었던 영감이나 감동은 지금도 생생해요.
아기공룡둘리, 오달자의 봄을 비롯하야, 제 7구단, 오 한강, 고독한 기타맨, 대머리 감독님, 비트, 슈퍼보드, 추혼 시리즈 등등등... 제 아이디인 "홍실이"도 김수정씨의 연재만화 주인공 중 한 명 입니다.
아마 가장 최근에 읽은 만화책은 John Sacco 의 [Palestine] 인 거 같은데... 그 감동도 대단했죠....
*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나요?
음... 문학이라면 픽션???
그렇다면 비 문학을 더 많이 읽는다고 해야겠네요. 아까 언급한 대로 한번에 세네가지 책을 함께 읽는데 출퇴근길은 소설 종류를 많이 읽습니다.
'시'는 잘 안 읽는 편이예요. 정서가 메말라서인지... ㅡ.ㅡ
'수필'은 심지어 정서적 거부감까지 있습니다. 아마도 정규교과에서 배웠던 수필들이 영 그래서... 물론 좋은 것들도 있었지만, 피천득 류의 수필에 완전 학을 떼었다고나 해야할까요.
* 판타지와 무협지는 "소비문학"이라는 장르로 분류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소비문학'이라는 표현은 마치 '일회용' 혹은 '철저히 유흥용' 문학이라는 뉘앙스를 풍기며 폄훼의 의미가 담겨있는 거 같네요.
근데, 문학이라는게 근본적으로 정서적 감흥을 주기 위한 것이라면야, 굳이 이런 구분이 필요한가 모르겠네요. 오히려 각종 처세술 ("@@살에 해야 할 모든 것" 류) 책이 본래 의미로서의 '소비 문학'에 들어맞지 않을까요?
'판타지'류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들을 폄훼하는 건 부당해요.
* 한 번이라도 책의 작가가 되어 보신 적이 있습니까?
번역서를 두 권 낸 적이 있고, 여러 명이 쓴 책의 공동저자로 한 챕터를 쓴 적이 있어요.
* 만약 그런 적이 있다면 그때의 기분은 어떻던가요?
며칠간 뿌듯했습니다. ㅎㅎ
(근데, 한편으로는 불안함과 부끄러움도 같이 자라더군요. 혹시 틀린 부분은 없을까, 왜 이렇게밖에 못 했을까...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옛날 자기 사진 들여다보기 민망한 감정...ㅡ.ㅡ)
*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면 누구입니까?
예전에는 정운영, 신영복 선생님의 책이 나오면 꼭 사서 읽고, 홍세화, 진중권, 김규항 씨의 책도 꼬박꼬박 샀더랬습니다. (에셔님과 많이 겹치는군요!) 리영희 교수님의 책도 뒤늦게 재미를 붙였구요... 미국에 2년 동안 살면서, 이런 분들의 책이랑 소원해졌네요...
그런데, 그러고보니 이 분들을 '작가'라고 하기는 좀 그렇네요.
의미를 축소하여, 픽션을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칭한다면, 불멸의 소설을 쓴 조세희 씨와 껄렁함이 특기인 성석제, 그리고 히치하이커 시리즈의 저자인 더글라스 아담스를 좋아합니다. SF 에 본격적인 맛을 알게 해준 아시모프에게는 '애증'이 있죠. 작품이 영 고르지가 못해서...아, 기호학자로서는 도통 모르겠고 소설가로서의 움베르토 에코도 좋아요.
* 좋아하는 작가에게 한 말씀 하시죠?
작가에게 무슨 부탁이... 그저 좋은 책 앞으로 많이 써달라는...
특히, 조세희 작가님... 많은 이들이 목 빼고 있습니다.
* 이제 이 문답의 바톤을 넘기실 분들을 선택하세요. 5명 이상, 단 "아무나"는 안됩니다.
어허... 참.. 어렵다.
요즘 불질 뜸한 후배 냐후,
방문이벤트로 성석제 책을 보내주신 적이 있는 산오리님
진지한 블로거 사회와 의료님
나를 '모시고' 다닌다고 스스로 믿는 야옹이,
이거 아니라도 책 이야기 자주 쓰시는 새벽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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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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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은 좀 괜찮은가? 먼저 나와서 미안허이. 난 서울에서만 대학로, 구의동, 도곡동, 강남역, 구의동 이렇게 찍고 돌아다닌 뜨거운 날이었음.부가 정보
g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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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중사 두번째 번역이 나왔습니다. 영어로 읽지 않아도 되는 기쁨이!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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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진정 뜨겁구만요... ㅡ.ㅡ 뭐 확인한다는게 정신없어 까먹었어요. 리플 보면 전화 좀 해주삼gma/ 그렇군요 (^^) 할배의 글맛이 잘 살려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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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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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괜히 봤다는 후회가... ㅡ.ㅡ;;부가 정보
바다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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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사진이 환상~부가 정보
azra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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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시고 다니는건데 왜 안 믿어주삼..나의 '지극정성'이 부족했삼? ㅋㅋ부가 정보
에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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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 저두 더글러스 아담스 좋아해요. 국내 작가는 고 김소진의 소설을 열심히 읽었는데 요새는 김영하나 박민규처럼 금방 읽히는 소설을 손에 쥐게 되더라구요. 조세희 선생은 사진기를 뺐지 않는 이상 소설을 더 안쓰실거같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구요. 고양이를 키우다보니 사진 속의 '생각하는 고양이' 그림이 갑자기 눈길을 확 끌었답니다. ㅋㅋ부가 정보
홍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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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흠. 스크롤압박 포스팅의 대가께서 무슨 그런 말씀을...바다소녀/ 실제 보면 그냥 지저분한데, 사진은 좀 뽀대가 나네요. (^^)
azrael/ 응. 부족해 ㅎㅎ
에셔/ 오우.. 아담스 팬... 제가 한국현대소설과 멀어진 건 90년대 후일담 소설이 휩쓸고 간 자리에 미시적 관념소설(이런 분류가 적절한가)들이 들어서고 나서부터예요. 깊이 없는 자의식 과잉이 싫었더랬죠. 그러다보니 많이 멀어졌어요. 우리, 조세희 선생님 카메라 탈취대를 조직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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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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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 님처럼 괜히 봤다는...ㅠㅠ넘 어려워서 시도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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