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결전의 시간
자, 드디어 로스쿨 인가신청 D-1이다. 북새통이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각 학교마다 교육부가 요구한 인가신청용 서류를 작성하고 모으고 분류하고 묶느라 정신이 없다. 정원 늘리고 준칙주의 적용하지 않으면 인가신청 보이콧하겠다고 큰소리친 것이 불과 한 달 전인데, 자기들이 했던 말은 까맣게 잊고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준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며칠씩 집에도 들어가지 못한 채 밤을 새워 마지막 열과 성을 다하는 교수들. 로스쿨에 진력매진하시느라 이번 학기 수업도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교수들이 수도 없다는 소식이다. 법학교육을 정상화하시기 위해 당장의 수업은 수시로 빼먹을 수밖에 없다는 이 아이러니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미래의 로스쿨 학생들을 위해 지금 법대 학생들의 수업권은 희생되어도 된다는 것일까?
이 와중에 로스쿨 준비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로 쏟아지고 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노동환경 속에서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르는 불안감을 감수한 채 살아가기 보다는 로스쿨 합격으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하여 안정된 삶을 보장받는 것이 장기적으로 훌륭한 선택이라고 판단한 사람들. 당장 목돈이 좀 들어가더라도 미래를 위한 투자치고는 할만 하다고 생각했으리라. 그러나 그것도 좀 힘들게 생겼다.
지난 23일 지방소재 국립대학 법대 학장들이 회동하여 '학기당 500만원'으로 등록금을 받도록 하자고 담합을 했단다. 학교의 사정이나 교육환경에 대한 일체의 고려 없이 걍 500만원씩 하자고 대학 학장씩이나 된 분들이 담합을 하는 것도 실소를 자아내게 하지만, '학기당 500만원'이라는 금액에 먼저 눈이 간다.
애초 로스쿨에 대해 비판적이었던 사람들의 반대논거 중 하나는 과도한 등록금 부담이었다. 로스쿨 등록금이 최고 연간 2000만원까지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있었고 바로 이를 근거로 로스쿨의 성격논쟁까지 일어날 수 있었다. 당시 로스쿨 찬성론자들은 비판론자들의 이 주장에 대해 "연간 등록금 700만원"이 가능하다고 큰 소리를 쳤었다.
그런데, 23일 지방 국립대 법대학장들의 담합내용만 보더라도 국립대 로스쿨 연간 등록금이 1천만원에 달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상 국립대 법대학장들이 이러한 담합을 하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방대학의 입장에서 국립대라는 위상이 있더라도 아무리 용을 써봐야 다수 정원을 확보하긴 어렵고 그렇게 될 경우 등록금 수입으로는 도저히 로스쿨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법률 상 정원의 20% 이상에게는 장학금을 제공해야 한다. 이 외에도 재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등록금환원율을 적정선에 맞추어야 하는데, 소수정원으로는 이러한 환경을 극복하기 어렵게 된다.
학교나 재단으로부터 재정적인 지원을 받더라도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은 없다. 그러니 일단 등록금 수준을 최저선으로 정하고 운영을 최소규모로 하면서 등록금 중 장학금 및 운영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이 이들의 목적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담합 결과는 국립대 로스쿨 연간 등록금 1천만원이다.
기사에 따르면 같은 국립대라도 서울대는 학기당 1천만원, 즉 연간 2천만원의 등록금을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 전제조건으로 소위 "반값 로스쿨"을 추진한다는데 학기당 700~800만원선, 연간 1500만원의 등록금을 예정하고 있다.
여기서 서울시립대가 "반값"이라고 할 때, 그 기준이 어디냐가 문제가 된다. 서울시립대가 제시한 "반값"의 기준은 사립대다. 그렇다면 결국 사립대의 경우 연간 3천만원까지도 로스쿨 등록금을 생각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연간 3천만원이라...
대망을 안고 로스쿨을 준비하던 사람들에게는 이 소식들이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겠다. 로스쿨을 지망하던 사람들은 벌써 로스쿨 입학시험이라고 알려진 LEET를 준비하기도 한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아직 LEET가 될지 뭐가 될지도 모르고, 설령 LEET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게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알려진 바가 하나도 없는데, 유수 학원들이 이미 강좌를 개설하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이를 수강하고 있다는 거다.
결국 로스쿨 준비하는 사람들은 준비과정에서 거의 사기에 가까운 사교육시장에 돈을 뿌리고 대학에 가서도 최소 연간 1천만에서 최대 연간 3천만원까지 돈을 퍼부어야 변호사도 아니고 겨우 "변호사자격시험응시자격"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이게 지금 제정신인가?
어쨌든 결전의 시간은 다가왔다. 이 와중에도 수도권지역 사립대학교 총장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입학정원의 무분별한 지방배정에 반대한다고 한 소리씩 하고들 계신다. 아주 그냥 내 밥그릇 뺏지 말라고 농성을 하는 게 더 솔직할 듯 싶다. 이게 뭐하는 짓들인가?
로스쿨이라도 되어야 없이 사는 사람들이 법조인이 되지 않겠는가라는 말도 되지 않는 로스쿨 지지자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되뇌이던 법원노조 일부 간부들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그분들 대체 뭐에 홀렸던 걸까? 어이가 없다.
“국가와 지역사회의 각종 법규를 지키고, 시장경쟁질서를 존중하며 정당한 방법으로 경쟁한다” — 「삼성 경영원칙」(2005) 중에서 2007-11-29 01:51:34 Wildwood Survival: 콜라와 쵸콜렛으로 불피우기 2007-11-29 03:36:27 “저는 저 자신들을 대표해줄 다른 단체,사람이 필요가 없어서요. 모두의 대표가 되어 달라고 부탁 드린적 없으니 아무렇게나 정의 하지는 말아주세요.” 2007-11-29 15:33:13 “최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