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평지풍파
교육부가 로스쿨 총 정원으로 1500명을 제시했단다. 2009년에 1500명을 시작으로 해서 단계적으로 2000명까지 증원을 하는 방안을 국회에 제출했다가 난리가 났다. "올바른 로스쿨 어쩌구~"하는 연대단위에서는 총정원 3200명을 요구했다가 그 반도 되지 않는 정원이 제시되는 것을 보고 성명을 발표하고 난리가 났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대학이다. 2006년 하반기까지 물경 2000억원이 넘는 돈을 로스쿨 유치를 위해 쏟아부었던 각 대학들은 본전치기도 못할 상황이 도래하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이다. 대학 총장들이 모여 로스쿨 유치신청 자체를 보이콧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로스쿨 총정원이 문제가 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다수 변호사 양성구조를 만들지 못함으로 인하여 로스쿨 도입의 취지가 훼손된다는 것이다. 변호사 1인 당 사건 건수가 일본의 8배에 이른다는 통계까지 들이밀지 않더라도 적정 변호사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란 현실에서, 로스쿨 입학 총정원을 1500명으로 한다는 것은 현재 연간 1000명 사시합격자 수준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려는 법조기득권세력의 이해가 반영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 대학의 아우성에는 기본적으로 돈이라는 문제가 걸려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로스쿨 인가예정에 따르면 일단 광역시도 당 1개의 로스쿨이 유치될 수 있도록 한다는 원칙이 있다고 한다. 광역시도 당 1개가 많다는 비판이 있자 권역별로 분산설치한다는 안도 나와 있다. 이렇게 따지면 전국 16개 광역시도 당 1개의 로스쿨을 우선 배정하거나 전국을 5개 권역으로 나눌 때 각 권역 당 일단 2개의 로스쿨을 배치해야 한다. 이렇게만 따져도 벌써 10~16개의 로스쿨이 결정된다.
서울지역의 큰 대학 법학과는 지방대학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투자와 로비를 펼쳐왔다. 이렇게 되니 로스쿨을 전국으로 분산설치한다고 해도 서울에는 몇 개 대학에 로스쿨을 더 설치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교육부에서 역시 전체 15개~20개 대학에 로스쿨이 설치될 것이라고 전망할 정도다.
이 상황에서 총 정원 1500명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일단 법령에 따른 제한으로 인하여 각 학교는 최대 150명 이내의 정원을 보유할 수 있다. 전국에 20개 대학에 로스쿨을 유치한다고 했을 때 각 대학 평균 75명의 정원을 갖게 되는 셈이다. 최대한 양보하여 총정원이 2000명이 되었을 때를 가정하더라도 각 대학에 평균 100명의 정원을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학교의 규모와 인가기준 만족의 적정성 등을 고려하면 전국 각 대학에 일률적으로 평균수준의 정원이 할당될리가 없다. 당연히 최대 150명에서 적게는 50명 수준의 정원을 보유하는 학교로 나뉘게 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정원확보를 50명 수준이나 그보다 조금 많은 수준에서 만족하게 되는 학교의 경우 로스쿨을 운영하는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법령에 따르면 일단 정원의 20% 이상에 대해 장학금을 제공해야 한다. 그 장학금의 출처는 따로 묻지 않고 있다. 학교가 알아서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선 로스쿨 제적학생 중 등록금을 내는 학생은 80%정도가 된다고 가정할 수 있다. 이런 숫자계산을 해보면 로스쿨은 결코 학생들의 등록금만으로는 운영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다.
우선 법령에 따르면 로스쿨 유치학교는 최소 20명의 전임교수를 두어야 한다. 이 교수 중에는 일정비율로 법조현역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채워야 한다. 또한 전문대학원 교수에 대한 대우는 일반 학부 및 일반대학원에 재직하는 교수보다는 더 높은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서울지역에서 로스쿨을 유치하고자 노력하는 각 대학은 최소 30명의 전임교수 확보를 위하여 엄청난 부담을 감수한 채 교수스카웃이라는 출혈경쟁을 하고 있다.
이런저런 사정은 논외로 하더라도 법학전문대학원 전임교수의 평균연봉을 1억원이라고 가정하자. 로스쿨 한 학년 정원을 100명이라고 하면 3년제 로스쿨의 전체 로스쿨 재학생은 300명이 된다. 이 300명이 모두 연간 1000만원의 등록금을 내면 교수 30명을 둔 학교에서는 딱 1년치 인건비만이 학생등록금으로 충당되게 된다. 교수 20명을 확보했는데 학년 정원이 50명인 로스쿨은 전체 150명의 학생들이 연간 1300만원의 등록금을 내야 겨우 인건비를 맞출 수가 있다.
이 학생들이 모두 등록금을 내는 것이 아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순수하게 등록금을 내는 학생은 전체의 80%. 그렇다면 전 학년 300명 정원의 학교는 240명이 등록금을 내야하는 것이고 150명 정원의 학교에서는 120명의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경비충당을 해야 한다. 앞서의 단순계산을 그대로 원용하면 이 때 전 학년 정원 300명의 로스쿨은 학생당 연간 1250만원, 전 학년 정원 150명의 학교에서는 학생당 1670만원의 연간등록금을 부담해야 인건비를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법령에 따른 로스쿨 인가기준을 보면 로스쿨 설치 대학은 법학도서관, 모의법정, 전산실, 세미나실 등 강화된 시설기준을 만족시켜야 하고 이를 위한 설비투자와 운영비 등 역시 부담해야 한다. 현재 47개 대학이 로스쿨 유치경쟁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학교에서는 최다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한 학교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기 투자비는 물론 앞으로 로스쿨을 운영하면서 소요될 예산의 확보 역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상황이 이런 판국이지만 로스쿨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부 교수들은 아직도 사립대학 연간 700만원 등록금 수준이면 로스쿨에 다닐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체 정원 300명에 전임교수 30명의 학교를 예로 들어 계산을 해보면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만으로는 연간 168000만원의 예산확보가 가능할 뿐이다. 그렇다면 당장 단순 계산만으로도 이 등록금 수준으로는 연간 30~40억의 적자를 봐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러한 적자발생의 우려를 해소하고자 제안되는 것이 첫째, 현재 사법 연수원에 지원되는 국고를 로스쿨로 돌리자는 안이고 둘째, 로스쿨을 유치한 대학이 자체적으로 로펌을 설치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로스쿨로 돌리자는 안이다.
첫번째 안은 말이 되질 않는다. 사법연수원에 지원되는 국고예산은 로스쿨이 설치된다고 하더라도 전용할 수 없는 예산이다. 로스쿨이 운영되고 나면 바뀌는 제도가 판검사의 임용이다. 현행 사법시험 후 사법연수원 이수 과정을 거쳐 성적순으로 판검사가 배출되는 구조가 아니라 변호사 자격을 가진 자 중에서 판검사를 뽑는(선출이 되었든 임용이 되었든)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 뽑히는 판검사에 대하여 직무연수가 필요할 것이고 이 때 소요되는 예산은 현재 사법연수원에 지원되는 국고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 예산을 돌릴 방법이 어디서 나오겠는가?
두번째 안은 상당한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이 안은 현재 의과대학을 개설하고 있는 각 대학이 대학병원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것을 모델로 하고 있다. 얼핏 보면 이런 전차와 비교할 때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보이나 설치되는 로펌이 어떻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로스쿨 설치의 타당성으로 거론된 법률서비스시장에서의 공공성 강화는 완전히 물건너 간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학교의 경우 로스쿨 특성화 방안으로 내세우고 있는 분야가 "기업법무"이다. 잘 알고 있다시피 성균관대학의 재단은 그 유명짜한 "삼성"이고 현재 로스쿨 유치를 위한 상당한 조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대학에서 "삼성"의 돈으로 설치된 로스쿨을 다니며 "기업법무"를 특화해 공부한 "변호사"가 그 대학에서 설치한 "로펌"에 근무하게 될 때, 과연 이 "로펌"의 "변호사"가 서민을 위한 변론사업을 기획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애초 로스쿨이 논의될 때, 변협을 비롯한 법조기득권이 변호사 증원을 반대하고 있으므로 이를 타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로스쿨이라는 주장을 로스쿨 지지자들은 줄곧 강조했다. 그런데 작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검토하면 그 주장을 했던 로스쿨 지지자들, 주로 대학교수들은 로스쿨이 가지고 있는 이러한 실물적인 문제점에 대해서 전혀 계산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일까?
등록금 및 로스쿨 운영 경비에 관한 위의 이야기는 로스쿨을 둘러싼 문제점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진짜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구조가 법률교육분야를 현저하게 왜곡시키게 될 것이라는 점이며, 이 왜곡으로 인하여 법조인을 획기적으로 증원해서 법률시장의 독점구조를 타파하고 공공성을 보다 강화하겠다는 애초의 취지는 달성하기 어렵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보다 더욱 법률서비스 대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을 늘려가는 것이 될지도 모른다. 로스쿨법 제정을 인권운동의 일환이라고 강변했던 어떤 단체는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철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고 다녔을까?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벌어질지는 모르겠다. 국회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교육부가 의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월말에 다시 기획안을 제시하겠다고 하는 것으로 일단락 되었지만 과연 얼마나 획기적인 대안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게다가 변협의 입김이 아직도 이렇게 공고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부가 제아무리 로스쿨 총정원을 지금보다 늘려놓는다 해도 변호사시험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하기 어렵다.
행인님의 [로스쿨 평지풍파] 에 관련된 글. 이건 지난번 포스팅의 2부쯤 되는 이야기일 거다. 아마 이런 식으로 가자면 시리즈가 이어져야할지도 모르겠다. 뉀장, 할 거는 못하고 이렇게 시간보내게 될 줄이야... 로스쿨 총정원은 어찌 되었든 2000명을 넘기지 않을 거다. 교육부가 은근슬쩍 '윗선의 결단' 운운하면서 말을 흘리고 있지만 노무현이 결단한다고 해도 최종 2000명 수준에서 동결될 것이다. 현재의 계획은 2009년 1500명에서 단계적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