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는 코메디?
누군가를 웃기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남의 웃음에 골몰하다가 결국은 자기 자신이 웃음거리가 되는 수도 있다. 주변에 이런 예는 무수히 많다.
예를 들면, 당게에 주체진리교에 대한 신앙고백을 꾸준히 올림으로서 주변 당원들로부터 "예는 인생을 왜 이렇게 사냐?"라는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사람들. 제우스가 구름타고 날라다녔다는 이야기는 그나마 신화라고 인정이나 받지, 불세출의 영웅이 선군정치로 세계를 떨게하고 있다는 이 가공할만한 뻥을 치며 자위행위에 몰두하고 있는 자들을 보면서, 그 글의 내용에 대해선 웃음을, 그 글을 올리는 행위에 대해선 연민을 느끼게 되는 거다.
정통부 역시 망법 운운하면서 그런 개코메디를 보여주고 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처연한 엄숙함은 지들에게는 주관적으로 아름다운 것일지 몰라도 객관적으로는 오바질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되지도 않을 코메디의 행렬에 정치인들도 빠질 수가 없다. 요즘은 좀 잠잠하시나 시시때때로 폭발적인 국민적 반향을 일으키는 한 말씀을 터뜨렸던 뻥삼옹이 있으시다. 요샌 상도동에 처박혀 뭐 하는지 모르겠다.
잠잠한 뻥삼옹의 빈자리를 냉큼 차고 들어온 사람은 전두환. 드디어 이 전두환이 입을 열어 국민들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늦더위에 지친 국민들의 가슴에 오한이 들게 만드는 썰렁함을 선사했다. 바로 이 발언!
언론 기사를 보고 배꼽을 잡았다.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된 이명박이 전두환을 예방하여 나눈 대담 중에 전두환, 기어코 국민을 웃겨야 관심 좀 끈다는 강박관념을 떨치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탈레반에 억류되어 있는 한국인 인질들을 대신해 자신이 인질이 되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전두환은 그 이유로 첫째 자신은 이제 살만큼 살았고, 둘째 군생활을 통해 특수훈련(아마도 생존훈련?)까지 받은 바 있어서 억류되어 있는 인질들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전두환은 이 말을 하기 전에 아프가니스탄까지 갈 수 있는 비행기표 마련을 위해 폐지라도 주으러 다니는 모범을 보여야 했다. 29만원 달랑 가진 자가 언감생심 아프가니스탄까지 어떻게 가겠다는 건가? 선교활동 보낸 샘물교회에 이야기해서 헌금 들어온 거 받아 가겠다는 것이었나?
총칼을 동원해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뿌리고 정권을 찬탈했던 자가 얼마나 그 죗값을 제대로 받지 않았으면 이제 와서 사회 원로처럼 행세할 수 있을까? 부끄러움 자체가 없는 인간인 게다. 탈레반이라고 생각이 없겠냐? 살만큼 산 인간 받아놔 봐야 인질로 가치도 없는데다가 전두환이 인질이 되었다면 한국 국민들, 아마도 탈레반에 격려의 전화를 보내고 후원금까지 마련해서 보낼텐데.
탈레반이 전두환을 억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아마도 한국의 인민들은 탈레반에 대한 호의적 여론을 형성할 것이다. 탈레반이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시시껍절한 호전주의자들 정도가 아니라, 세계평화는 물론 극동아시아에 붙어 있는 변방국의 역사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훌륭한 집단이라 평해질 거다. 곳곳에서 환영성명과 논평이 발표되고 학술단체에서는 "탈레반 정신과 518정신의 관계에 관한 연구" 뭐 이런 연구가 진행될 거다.
그러나 전두환, 특수훈련까지 받은 것은 물론 살만큼 살기까지한 그를 평온무사하게 억류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다. 게다가 전두환, 탈레반이 뭐라고 하면, "왜 본인만 가지고 그래..."하면서 뗑깡이나 부릴텐데 이걸 기냥 쏴죽이자니 이름값을 해야겠고, 기냥 놔두자니 골치아플 것이고.
그렇게 전두환을 억류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된 탈레반, 결국 전두환을 석방하겠다고 결의를 밝히는 순간, 한국 정부와 사회단체들은 동시에 성명을 발표할 거다. "이로써 탈레반은 한국에 대해 선전포고를 한 것과 같다"
탈레반에 대한 후원은 중단되고, "탈레반 정신과 518정신의 관계에 관한 연구"의 결과는 "아무 관계 없다"는 것으로 결정될 거다. 탈레반 입장에서는 전두환을 억류해서 남는 거 하나 없다. 그런데 탈레반이 골이 비었냐? 전두환이를 억류하게...
물론 이 기사 나간 후 "일해공원 지킴이"를 하느라 생계까지 포기하고 있는 전사모 회원들은 감동의 눈물을 흘리며 역시 전두환이라는 확신을 가질지 모르겠다. 사태가 조금만 더 길어졌으면 전두환은 진짜 그렇게 했을 거라고 앙앙거릴 사람들도 생길지 모르겠다. 코메디는 웃고 즐기면 된다. 그걸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면 이런 흉한 일도 발생하게 된다.
암튼 전두환 덕분에, 그리고 이런 말을 만들어내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 이명박 덕분에 회의참석도 못한 성질나는 하루를 그나마 즐겁게 마무리 한다. 살만큼 살았는데, 이제 좀 반성도 하고 회개도 하고 그러지 말이야... 인질된다고 깝치지 말고...
아, 정말이지, 행인님의 구라는 끝이 없어라(^.^)- 전두환의 발언을 접하고 "미친놈 이젠 별 주접을 다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어이가 없다가도, 사람 목숨을 얼마나 우습게 알면 저 따위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일까란 생각에 소름이 끼치기도 해요.
올 추석엔 저 양반도 조상님들이랑 같이 송편이나 먹어야할텐데.
무한한 연습/ 사람의 목숨도 가오잡는데 이용할 인간입니다. 제 잘난 맛에 사는 전형적인 사람이죠. 어쨌든 제가 탈레반이라면 결코 전두환을 납치하지는 않을 겁니다. ㅎㅎㅎ
벌레/ ㅋㅋㅋ 뭐 그것도 바람직한 일이지만 저는 오히려 전두환이 아주 오래 오래 살아줬으면 합니다. 이 땅에서 자신이 저지른 죄가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뼈속까지 깨닫게 될 그 날까지 말이죠. 아마 29만원으로 앞으로도 100년은 더 살 수 있는 경제적 능력도 있을테니까요. ㅎㅎ
어제 어느 동료가 그 기사를 보여주길래, 뉴가 코미디를 만들어서 보낸거라고 생각했다는...
이정도 코미디도 할줄 아는 두환이형 멋있다고 했다는...ㅎㅎ
산오리/ 대세는 코메디라니까요. ㅎㅎㅎ
홍사덕은 이라크 결국 안가네.
새벽길/ ㅎㅎㅎㅎ 싸데기 뿐이겠습니까? 파병 못막으면 의원직 버리겠다고 큰소리 빵빵 쳤던 임종석이도 쌩까기 신공으로 일관하면서 발바닥에 땀나도록 정치질 하고 있는데요. ^^
정치인들의 식언이 정치불신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싸데기가 지금이라도 군장 싸가지고 이라크 가는 시늉 한 번 하는 것이 어떨지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