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밭에서 신발끈...
옛 말에 이르기를 배밭에서 갓끈 고쳐매지 말고 참외밭에서 신발끈 동여매지 말라고 했던가. 일심회와 관련한 언론 보도 중 민주노동당과 관련된 부분을 보고 있자면, 참 기가 막히게 뭔가가 맞아 떨어지는 모습들을 보게 된다. 그리고 그러한 모습들이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외부 사람들로 하여금 "그럼 그렇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나"하는 말이 절로 나오도록 만들고 있다.
뭐냐 하면, 북한이 '일심회'에 지령을 내리고, 일심회 조직원들이 민주노동당 안에서 프락션을 하고, 그리하여 북한의 지령사항을 이행하도록 만들었다는 뭐 그렇고 그런 시시껍절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게 시시껍절하게 보이지 않고 정말 그럴싸 하게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예컨대 이런 거다.
1. 선거 때 열우당 찍어라
북한이 일심회에 지령을 내려 일심회 조직원인 민주노동당 활동가가 내부공작을 통해 한나라당의 승리를 막기 위해 열우당을 찍으라고 했다는 거다. 즉, 2004년 총선, 2006년 지방 선거 등에서 "반(反) 한나라당 노선"을 관철하기 위해 열우당을 찍도록 북한이 독려했고 당 내에서 암약(?)하고 있던 '간첩'이 공작을 수행한 후 그 내용을 보고했다는 거다.
실제 보고를 했는지 여부를 떠나서 당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들으면 코웃음을 칠 내용이다. 일단, 북한의 지령 부분. 북한은 이미 공개적으로 415총선과 531지방선거에서 전쟁에 광분한 "수구반동세력 한나라당"의 승리를 막고 "615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남한의 진보세력들이 될놈, 즉 열우당 찍으라고 선동질을 했다.
조로당은 물론 민주노동당과 "친선교류" 씩이나 하고 있는 조사당 역시 그따위 소리를 해제꼈고, 이에 화답해 당내 일부 꼴통 주사돌이들이 여기 저기 돌아다니면서 열우당 찍자고 똥을 찍찍 싸갈긴 적이 있다. 당 안에서는 당연히 난리가 나고 이 반복되는 등짝에 칼꽂기 신공에 신물난 측에서는 지금도 뻑하면 이 때의 배반 해당행위를 재론하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일심회를 통해 지령을 내리고 쥐랄을 하고 할 처지가 아니라 이미 북한의 남한 선거개입 방침은 이렇게 공론화 되어 있던 상황이었다. "일심회" 같은 동네 양아치 써클만도 못한 조직을 통해 지령을 하달받고 할 계재가 아니었다는 거다. 잘 알고 있다시피 당 안에 기생하고 있는 태양신 숭배족들은 지령받고 할 필요도 없이 방침 나오자 마자 온데 산지사방에 열우당 찍자고 설레발이를 쳤다. 얘들은 뭐 공작자금 같은 거 대주지 않아도 위원장님 한 말씀 하시면 죽자사자 달려든다.
2. 반 한나라당 통일전선체를 건설하라
평양방송 및 국방위원장님의 말씀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포교하는 한호석 같은 인물들이 이미 이전부터 상설연대체니 통일전선체니 하는 거 떠들고 다녔다. 얼빠진 이용대 같은 인물들이 이거 해야한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민중연대 안에서 치고 박고 싸우다가 쪽수로 밀어부쳐 결국 결성을 하고 말았다.
이 와중에 또 한바탕 당 안에서 난리통이 벌어졌다. 도대체 최고 정치조직인 정당이 자기 비전도 없이 오직 한나라당 막아야 한다는 굳은 일념으로 자신의 위치를 군소 정치단체로 격하시키는 이 닭짓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역시 한 마음 한 뜻으로 그 실체도 없는 "615정신" 계승을 목놓아 부르짖는 인간들이 주동이 되어 결국 민주노동당은 몸대주고 돈대주고 시간대주는 역할을 자임하면서 상설연대체의 일원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북한에서 일심회에 내린 지령 중에는 이러한 조직체 건설에 관심을 가지고 일관되게 추진하라는 내용도 있었다고 한다. 얼핏 보면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그런데 그거 아귀가 맞아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은 이미 예전부터 반한나라당을 위한 통합적인 조직체가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한호석 같은 인물들이 공공연하게 이 방침을 장문의 논문 비스무리한 찌라시 만들어서 뿌리고 다녔다. 이게 무슨 "일심회" 애들이 준동하고 장난질 쳐서 된 것이 아니다.
3. 윤광웅 국방장관 해임을 막아라
전방 총기난사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윤광웅을 해임하라는 한나라당 등의 압력이 거세지는 와중에 민주노동당, 열우당과 함께 이를 온 몸으로 막아 냈다. 개인적으로 민주노동당 원내 진출 이후 10대 닭짓 중 하나로 꼽는 사건이다. 윤광웅 해임을 막은 이유가 걸작이다. 국방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나? 지들을 여당으로 착각한 민주노동당이 정치적으로 완전 삽질을 한 대표적 케이스 중의 하나다.
얼라리요? 그런데 이것도 북한의 지령이었단다. 개뻥을 치고 자빠졌다. 윤광웅 해임건을 민주노동당이 막은 이유 중에는 열우당과 함께 몇 개 법안을 쇼부친 것이 있었다. 쉽게 얘기하자면 야, 열우야, 우리가 광웅이 해임되는 거 막는데 도움을 줄테니 우리 법안 요거 요거 같이 통과 좀 시켜주라, 이게 이렇게 된 거다. 문제는 그 법안들과 윤광웅 해임건은 딜을 할 사항이 아니었다는데 있다. 그래서 닭짓이지 달리 닭짓이냐...
암튼 이런 내막이 있었는데 "일심회" 사건 이후 갑자기 이 모든 일들이 북한의 지령과 "일심회"의 공작 덕분에 일어난 일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조직원 10명 정도가 있다고 추정되는, 아직 그 실체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조직 "일심회"가, 무슨 조직원들이 일기당천의 여포라도 되는지 이거 저거 하지 않은 것이 없다. 남한 사회가 "일심회" 덕분에 돌아가고 있었다는 이야긴가?
4. 당내 NL조직의 의견을 조정하라
이 대목에서 기냥 웃고 만다. 당내 NL조직이라는 사람들, 이거 칼라가 굉장히 다양하다. 주사돌이들은 그들 중 한 부류에 지나지 않고 실제 속칭 "주사파"라는 공식적 집단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NL정파도 다양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속성 역시 각각 조금씩 다르다. 예컨대, 이용대가 속해 있는 경기동부는 NL 중에서도 다른 조직들이 아주 불쾌하게 여길 정도다. 물론 꼴주사돌이들도 여기에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 다양한 칼라의 NL들은 기본적으로 "민족"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조국"에 대한 끊임없는 연민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 북조선의 이해에 되도록 충실하려는 경향이 있다. 계파간 자리싸움만 아니라면 별달리 조정이고 자시고 할 일이 없는 거다. 나머지 부분에서는 칼라가 다르더라도 결정적 순간에는 "통 큰 단결" 하시는 분들이라 일심회 같은 잔챙이들이 의견을 조정하고 어쩌구 주접을 쌀 일이 없다.
5. 북핵시험에 대한 반발을 억제하라
당 안에서 정파간 패싸움의 재발에 촉매가 되었던 것이 바로 북핵시험이다. 강령이고 나발이고 선군정치 앞세워 위원장님 가시는 길에 오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간들이 자위권이라고 소리 버럭버럭 지르는 통에 여러 사람들 마빡에 스팀이 뻗쳤다. 오죽하면 정책연구원들이 항명이라는 비판을 감수해가면서 정책위 의장인 이용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겠는가?
아, 그랬더니 이게 덜렁 정파간 싸움의 한 측면으로 부각된다. 미안하게도 정책연구원들은 소속 계파가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파와 같이 활동하는 사람도 거의 없다. 이 사람들은 그냥 상식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아무튼 이런 우여곡절이 있었을 정도로 북핵시험은 당 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되어 설왕설래가 있었다.
중앙위가 파행으로 끝나고 결국 당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비판적 문구들이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다. 이 때 또 난리가 벌어졌다. 그런데 이 난리북새통이 결국 몇 명 안 되는 조직원을 가지고 별다른 활동력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일심회"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 항명 소리 들어가며 연판장 돌렸던 정책연구원들은 다 새되는 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런 여지가 있을 수가 없다.
결국 이런 일련의 과정들이 언론의 보도처럼 진짜 북한이 지령 내리고 "일심회"가 준동을 해서 벌어진 것처럼 짜맞춰져 들어가는 배경에는 실제 북한의 별도 "지령"이 없더라도 공개적으로 알려진 북한의 방침을 마치 지령처럼 받아 안고 활동하는 닭들이 있기 때문이다. 고런 또라이 짓거리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창당 이래 지금까지 질리지도 않은 채 쭈~욱 하고 자빠져 있다보니 졸지에 민주노동당이 간첩단 소굴처럼 언론에 비쳐져도 그게 그만 그럴싸하게 보이는 거다.
별로 시덥잖은 것으로 당의 이름이 오르락 거리는 것은 상당히 불쾌하지만서도 이런 마타도어에 빌미를 제공한 닭들의 닭짓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자기가 서 있는 위치가 어딘지는 좀 잘 보고 가려서 판단할 일이다. 밥그릇 챙길 근거가 필요한 공안기관의 장난질에 이토록 뚜드려 맞으면서도 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기껏 동네 양아치 조직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심회"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었다는 조중동문의 기사질에 혼자 씨끈벌떡하고 있어야 하는 제 모습이 안스럽지도 않은가?
바람부는 날 괜히 육교 위를 쳐다보지 말지어다. 그러다 자칫하면 추행했다고 의심받아 싸대기 맞을 수도 있고 더 잘못했다가는 추행현행범으로 달려 들어가는 수가 있다...
행인의 [참외 밭에서 신발끈...] 에 관련된 글. 오늘 신문들 보니까 일심회 사건 관련 기사 꼭지들이 한두개 정도에 불과하다. 이삼일 전만해도 다 잡아먹을 듯이 난리를 치던 조중동문은 우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