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가끔 외도
런닝만 중구장창 한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이 똑같은 것을 매일 반복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좋은 것이긴 하지만 향상된 무엇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강약 조절을 해야 한다.
금요일 건강검진. 역시 고도비만과 지방간... orz...
그런데 수면내시경의 부작용이었던가... 하루 종일 몽롱한 기운이 빠지질 않았다. 병원을 나올 때는 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않았던 거다. 원래 면티 위에 남방 하나를 걸쳐 입었는데, 병원에서 나와 한참 걷다보니 추워지는 거였다. 왜 이리 써늘한가 싶어 얼핏 봤더니 아뿔사... 면티는 병원 락카에 그냥 두고 나온 채 맨 몸 위에 남방 하나만 걸치고 있지 않은가... 볼품 없는 알몸의 상체를 다 드러낸체... 이게 무슨 바바리맨의 상체버전도 아니고... 어으... 쪽팔려...
암튼 그래서 비몽사몽간에 하루를 보내고 그 여파가 토욜까지 계속. 토욜 낮에 모교 축구동아리에서 OB v. YB 모임이 있었다. 늦으막히까지 뒤비 자다가 또다시 비몽사몽간에 축구장으로 진출. 그리곤 3시간 동안 축구...
10월 28일
#1. 컨디션
말이 아니다. 건강검진 두 번 받았다간 며칠 기절할 정도다. 뒌장...
#2. 몸풀기
가 보니 벌써 축구 진행 중이다. 몸 풀 시간도 없이 바로 경기장으로 투입.
#3. 축구
19, 20살 청춘들과 같이 뛸라니 완전 좌절...
스탭이 진짜 딱 5cm씩 모자란 듯 하다. 조금만 더 가면 될 듯한데, 공이 뻔히 보이는데도 발이 닿질 않는다. 워낙 공 돌리는 솜씨는 젬병에 가까운 지라 그저 빠른 스피드와 체력, 그리고 사이드 돌파가 장기라면 장기였는데 축구를 워낙 해본 적이 오래 되서 그런지 패스도 잘 먹히지 않고 돌파도 잘 되지 않는다. 스피드? 에효...
그나마 역시 원래 포지션인 수비에서만큼은 아직 애기들에게 지진 않는다. ^^;;;
간만에 해보는 몸싸움도 즐겁고 걷어 채인 발목과 밟혀버린 발등이 얼얼하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엎어지고 자빠지면서도 웃을 수 있는 것은 이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내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거 하나면 족하지 않은가?
뒷풀이는 빼먹었다. 도저히 뒷풀이까지 따라갈만큼 정신이 없었다. 비몽사몽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게다.
ps. 조카에게 남친이 생겼더군.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