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의 지멋대로 도덕경
뎡야핑님의 [도덕경] 에 관련된 글.
오오... 삼국지에 이어 이젠 도덕경까지...
뎡야님 말씀대로 도덕경에 대한 이야기는 사람마다 다 제각각이어서 어떤 게 더 확실한 건지 도통 분간하기 어렵죠... 한데 사실은 그렇기 때문에 노자의 철학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아닐깝쇼? 철학이라는 것이 사실 정답이라는 것이 없으니까...
이상 행인의 개똥철학이었굽쇼.
도덕경은 행인이 읽은 책 중에서 첫 손 꼽히는 책입니다. 해석분분한 과정에서 행인도 역시 제 나름대로 보고 있는데요.
일단 말씀하신 부분은 제1장이군요.
노자철학의 요체가 "無爲"라는 것은 익히 아실 것이고, 그렇다면 도덕경을 읽는 하나의 열쇠가 무위와 유위를 노자는 어떻게 바라보았나 하는 것을 판단하는 것이겠죠.
말씀하신 구절은 이에 대응하는 뒷구가 있는데요, 그걸 보면 이렇습니다.
故常無欲以觀其妙, 常有欲以觀其皦
以는 그냥 앞을 받아 뒤를 보는 것으로 합니다.
그래서 이 구절을 행인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고로, 항상 욕심내지 않음으로써 그 묘를 보고, 항상 (뭔가를) 갈구함으로써 그 교를 본다...
제1장에 보면 此兩者, 同出而異名이라는 구절이 나오죠.
즉, 둘이 원래는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인데 그 이름이 서로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道可道非常道 名可名非常名이라는 첫 구절이 의미심장한 것은 여기서 이야기되죠.
그러면서 노자는 無名과 有名을 이야기하더니 妙와 皦를 이야기 하다가 둘 다 원래 한 뿌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저는 도덕경을 보면서 어릴 적 학교 윤리시간에 노자가 무위는 좋은 거고 유위는 나쁜 거라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것이 매우 잘못된 해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노자는 유위함이 나쁘다라고 이야기했다기 보다는 그것이 본질을 왜곡할 수 있다고 했고, 무위를 근본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이렇게 보자면 묘는 구체적 형태로는 발현되기 이전의 본질이라고 볼 수 있고, 교는 그것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죠.
결국 묘와 교는 하나인데 그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마음을 비우고 근본을 보느냐 아니면 현상에 대한 집요한 목적의식적 탐구냐에 따라 체득되는 형태가 달라진다는 것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어차피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결국 어느쪽으로 가든 한 곳으로 갈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제 생각이기도 합니다.
사실 중국어에 거의 문외한인 행인으로써는 이 구절의 주어를 "상무" 또는 "상유"로 봐야 하나, 아니면 지금처럼 "무욕", "유욕"으로 봐야하나를 완전하게 구분지을만한 자신은 없습니다. 뜻이 많이 달라지게 되죠. 즉 주어를 "상무, 상유"로 보면 항상 없다는 것은 그 묘를 보려하는 것이고 항상 있다는 것은 그 교를 보려하는 것이다라고 해석되는 거죠. 무욕으로 묘를 보고 유욕으로 교를 본다는 뜻과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
다만 이 문장 전체의 구절들이 주체의 의지를 반영하는 구조라기보다는 무와 유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글이라고 할 때, 지금의 해석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玄의 경우는 조금 주의를 해야한다고 봐요. 玄은 천자문에도 '검을 현'이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쓰임새로 보면 玄妙之道라고 할 때처럼 단지 검다는 뜻으로 표현되지는 않는다는 거죠. 우리 고어는 神을 감 검 곰이라고 표현하였는데, 그게 가물가물 하다 내지는 뭔가 있는데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상태를 이야기하면서 이 玄의 뜻을 달 때 "검을 현"이라고 한 듯 합니다. 아, 물론 검은 색을 나타낼 때도 이 玄자를 쓰기도 합니다. 玄武巖 같은 경우 말이죠...
현의 뜻에는 이렇게 아물거리다 라는 뜻이 있습니다. 아득하다란 뜻도 있구요, 하늘 또는 하늘 빛이라는 뜻도 있죠. 밤 하늘인가... 칠흙같이 어두운 밤 하늘일지라도 그 하늘이 없는 것은 아니죠. 그런데 사실 '하늘'이라는 실체는 또 없죠. 그건 그냥 지구를 둘러싼 대기권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고... 또는 그 뒤의 우주 전체를 이야기하는 것일 수도 있구요. 그래서 명가명비상명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뎡야님의 해석처럼 노자가 "무욕하든 유욕하든 이 시커먼 것들"이라고 냉소를 한 구절로 玄之又玄을 이야기했다고 볼 수는 없죠. 뎡야님의 위트라는 것을 알지만요... ㅋㅋ
암튼 도덕경에 대한 이야기, 이거 매우 재밌습니다. 행인으로 하여금 옥편을 붙들고 머리를 싸매게 만들었던 책이기도 하니까요. 지금도 옥편 없이는 이 도덕경이라는 걸 읽어낼 재간이 없습니다. ^^;;;
끝까지 읽어보시고 또 행인에게도 가르침을 좀 주십사 부탁드립니다. 홧튕~!
아, 그리고 觀이라는 글자는 단지 그냥 본다는 의미가 아니라 꿰뚫어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즉, 겉모습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내면까지 본다는 거죠.
어떤 해석을 보면 이 관을 타동사로 보고 무욕하면 그 묘가 보이고 유욕하면 그 교가 보인다고 하는데, 제가 볼 때는 그 차이가 그리 크진 않을 것 같습니다.
도덕경을 읽어보고 나서 글을 읽어봐야지 뭔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군요 크 >_<;
행인님! 지금 잠깐 피씨하는 거라 글은 다 못읽었는데, 행인님도 제가 프린트해서 따라 쓰던 거랑 같은 텍스트를 고르셨는데 어제 이경숙의 도덕경을 친구한테 빌렸거든요. 그랬더니 거기에는 한문이나 띄어쓰기가 다른데가 많은 거에요! 그럼 내용이 또 달라지는데...=_=;;;;;;; 어떡해야 해요? 원전 내용도 다 다른 건가요
써주신 글은 밤에 집에 가서 읽을께요>ㅅ<
에밀리오/ 추천합니다.
뎡야/ ??? 어떤 텍스트를 말씀하시는 건지... 저야 뭐 천차만별로 본 거라서(가지고 있는 도덕경 책만도 4~5종은 되는지라...)... 어떤 텍스트를 골랐다고 단정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한문의 띄어쓰기라는 것이 참 재밌죠. 과거 일제가 조선을 병탄했을 때, 어떤 유학자가 不可不可라고 떡 써놓고 입 싹 씻자 도대체 이게 무슨 뜻이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다죠.
이걸 "불가 불가"라고 하면 결사 반대의 뜻이 되지만 "불가불 가"라고 하면 뭐 어쩔 수 있느냐의 뜻이 되기에...
다만 본문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도덕경은 전체가 하나의 잘 짜여진 논리구조로 이루어진 것이라서(물론 도경과 덕경을 나누어볼 필요가 있습니다만) 그 맥락을 잘 유추하면서 살펴야 할 겁니다. 사실 그게 젤 어려운 거지만서두...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