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사퇴

결국 총사퇴의 결단이 내려졌다.

당 내에서야 말이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한다.

구질구질하게 변명을 늘어놓고 질질 끄느니 명확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 깔끔하다. 그런 취지에서는 지난번 민주노총의 모습보다는 낫다고 본다.

 

이제부터가 문제다.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할지 아직은 명확하게 상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김혜경 당 대표가 사퇴의 변에서 밝혔듯이 바로 우리의 갈 길은 비정규노동자들에 대한 총력지원이다.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 본인들이 이루어내야 한다. 해결의 방법은 물론 투쟁 뿐이다. 당은 이 투쟁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투쟁이 승리하는 곳에 당이 함께 있어야만 당은 살아날 수 있다. 앞으로 구성될 비대위, 그리고 이후에 조직될 지도부는 이것을 명심해야 한다.

 

책임지는 모습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책임의 일부가 나에게도 있다는 생각에 씁쓸하기만 하다. 왜 우리는 당 지도부를 더 강력하게 견인해내지 못했는가? 왜 더 강력하게 요구하지 못했는가? 어느 샌가 내 분야의 일에 매달려 투쟁의 요구와 참여를 등한히 했던 것은 아닌가... 자괴감이 계속 머리를 짓누른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퇴장하는 김혜경 당 대표의 모습을 보면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얼굴 쳐다보기가 계면쩍어 그냥 자리로 돌아왔다. 계급정당의 꿈. 당차게 야무진 착각 속에 떠들어대고 있는 대중정당이라는 허위의식을 어떻게 걷어내고, 우리야말로 진정 이 땅의 노동자 농민, 박해받는 민중을 위한 그들 계급의 정당이라는 것을 알려낼 수 있을 것인지, 계급정당의 꿈을 어떻게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고민된다.

 

매우 힘든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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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31 16:22 2005/10/3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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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racked from
    • At 2005/10/31 23:52

    행인님의 [총사퇴] 에 관련된 글. 반말체로 한다고 기분나빠하지는 마시구요...^^ㆀ '총사퇴' 글의 의도나 내용과 상관없이, “당연히 비정규직 문제의 해결은 비정규직 본인들이 이루어내야 한

  1. 운동 일선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저 같은 사람도 많이 반성해야죠ㅠㅠ... 많이 반성하고 고민하면서 함께 대안을 마련하는 데 온힘을 다해야 할 것 같습니다.

  2. 힘내세요...

  3. 이재유/ 항상 운동의 일선에 서계신 분께서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제가 부끄럽습니다. 힘든 싸움 하시는데 도움을 드리지 못해서 죄송하기도 하구요...
    골룸/ 반갑습니다. 블로그 너무 멋있더군요. 좋은 글 많이 읽고 왔습니다. 응원 감사드립니다.

  4. 오늘 아침 출근길에 짤막뉴스에서 들었습니다.
    민주노총 지도부가 사퇴해도,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사퇴해도 왜 아무런 분노나 허탈이나 감격이나 이런게 없는 거죠? 그냥 무덤덤... 남의 일 같이 느껴져요. 애정이 식어가고 있는 거겠죠?

  5. 산오리/ 애정이 그냥 식은 것은 아니겠죠. 이렇게 식어가는 애정을 어떻게 다시 살릴 것인가가 큰 숙제입니다.

  6. 당이나, 민주노총에 더이상 기대 걸지 말고 다른곳으로 눈을 돌려 비정규직 문제와 더불어 그 밖의 현안문제를 좀더 냉철하고 과학적으로 풀어야 할 것 같아요. 더이상 바랄것도 없고, 할일도 없다면 당연히 배에서 내려야 하는건 당연한 일이고...
    뒷짐지고 앉아서 이러쿵 저러쿵 해봤자 제 얼굴에 침 밖에 더 뱉어 지겠습니까?? 답답...

  7. 머프/ 뛰어얍져. 네. 뛰다보면 답답한 마음도 사라질 겁니다. 홧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