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누굴 욕하는가?
이목희, 자칭 "노동운동가 출신" 열우당 국회의원이 이문열의 "홍위병" 유행어 이후 또하나의 유행어를 인구에 회자시킬 모양이다. 이름하여 "극좌맹동주의"
민주노총이 보여준 일련의 '폭력사태'에 대해 이목희는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민주노총은 극좌파 맹동주의자와 결별하라!" 젊은 시절을 노동운동으로 보냈다는 이 정치인은 직업에 걸맞는, 다분히 정치적인 입장에서 민주노총의 '폭력사태'를 걱정한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민주노조의 혼란이 아니다. "극좌맹동주의"라는 격렬한 단어를 써가면서까지 그가 걱정하는 것은 노동자들이 빠진채 결정될 "노사관계 로드맵"에 국한되어 있다. 한국의 노동운동을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테이블에 들어와야만 마치 노사정이 함께 합의를 한 것처럼 포장되어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노사관계 로드맵이, 결국 '노'가 빠진 채 권력을 가진 자와 자본을 가진 자 간에 유착으로 끝날 것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가 안타까운 이유는 그 스스로 "노동운동"이라는 판의 생리와 그 판을 끼는 것과 끼지 않는 것과의 차이를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자신도 그 판에서 놀아봤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서 잊혀질만하면 다시 떠오르는 속담이 있다. "선 무당이 사람 잡는다"
판사출신에다가 자칭 인권변호사 노릇을 했다고 자부하는 노무현이 그 알량한 법률지식을 가지고 법치를 재단질하는 현실이나, 이목희가 스스로 내세우는 노동운동의 경력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옭죄는 노동관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나 "선 무당이 사람 잡는" 딱 그 짝이다. 낼름낼름 지가 노동운동 했었다고 떠벌리지나 않으면 그나마 덜 밉겠다만은 어디 정치인의 생리가 그런 것인가, 지 자랑할 일 있으면 빼놓지 않고 떠드는 그의 모습은 "노동운동가" 출신이라는 과거의 성분을 완전히 거세한 채 잘 빠진 정치인 한 명의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목희는 "극좌맹동주의"라는 말을 쓸 때 상당한 주의를 했어야 한다. 전노투 등 사회적 교섭을 반대하는 세력이 이목희로부터 "맹동주의자"로 분류되는 이유는 오직 단상점거 '폭력사태' 하나 뿐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대정부 투쟁을 위해 아직 조직적 '로드맵'도 만들지 않았고, 더더구나 민주노총 외부에 대한 폭력행사 등은 하지도 않았다. 단상을 점거하고 '폭력사태'까지 이르게 된 상황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단상을 두고 벌어졌던 일련의 사태들은 어떤 전술을 선택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의 갈림이었지 결코 이목희 따위가 맹동주의로 매도할 류의 사안은 아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목희가 이들을 "극좌맹동주의"에 물든 사람들이라고 논하는 중요한 근거 중의 하나는 이들이 민주노총 내의 '소수'라는 판단에 있다. 이목희가 "맹동주의"를 이야기하면서 '극소수'라는 숫적 비교를 동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역사상 어떠한 다수도 "맹동주의"라는 비판을 받은 바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맹동주의자"는 "소수자"라는 등식이 가능한 것이며, 이목희는 바로 이 점에서 맹동주의의 논리적 근거를 "소수"라는 숫적 열세로 갖다 붙인 것이다.
가당찮은 일이다. 오히려 이목희는 자신의 "맹동(盲動)"부터 자성할 일이다. 그들이 소수로 보였단 말인가? 눈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건가? 말장난 좀 그만했으면 좋겠다. 그들이 소수라면 어째서 이렇게 빨빨거리고 돌아다니는 행인의 눈에는 그놈의 소수만 보였단 말인가? 말을 조심하려는 어떤 이도, 현 집행부에 대해 그래도 신뢰를 보여야 한다고 하면서조차 사회적 교섭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어버리는 것을 계속해서 보고 있다. 자, 자세히 들여다보라. 도대체 누가 소수인가? 그런 식으로 숫자를 따져 물으려면 누가 맹동주의자가 되어야할 것인가? 다수 조합원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정권의 거수기가 되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일부 지도부는 "우익 맹동주의자"인가?
이목희는 이렇게 말한다. "세계 노동운동사에서 극좌적 맹동주의자들에 의해 운동이 몰락한 경우는 수도 없이 많았다" 그 쉬운 이야기를 하려고 세계 노동운동사까지 들먹거리다니 할 말이 궁하긴 했나보다. 행인은 이목희에게 머리 아프게시리 세계 정치사를 들먹거리지 않아도 이목희같은 사람이 장래 어떻게 될지에 대해 이야기해줄 수 있다. 한나라당 김문수를 보라. 이목희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가? 호랑이를 잡겠다고 호랑이 굴로 들어가더니 시라소니 주제도 못되는 형편으로 전락한 김문수의 경우만 보더라도 이목희의 수년 후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인생 망가지고 "노동운동가"에서 "우익꼴통"으로 전락하는 경우, 바로 옆에서 찾아보기 바란다. 뭐 또 예를 들어줄까? 배일도는 어떤가? 좀 거시기 하다만 박인상은 또 어떨까? 아니, 그거보다도 과거 운동판에서 마이크잡고 "~님" 소리 들어가며 운동에 목숨걸겠다고 난리 부르스를 추던 인간들이 386 레테르 붙이고 자본가의 나팔수노릇을 마다하지 않는 이목희 소속 열우당 정치인들 이름 다 불러주랴?
차라리 솔직하게 "민주노총 없어서 신노사관계 로드맵 뽀다구가 나지 않는다"고 징징 짜는 것이 나을 것이다. 차라리 현 민주노총 집행부에게 다음 총선에서 열우당 비례대표 의석 하나씩 나누어줄테니 열심히 좀 하라고 '노동운동가' 선배답게 자리보장이라도 좀 해주던가. 뜻도 모르고 "맹동주의"라는 말 끄집어 내서 이문열의 반열에 함께 오르려 하지 말고 말이다. 유인태가 그렇지 않아도 마이크 붙잡으면 놓지 않고 사진기만 있으면 얼굴 들이 미는 게 진보냐고 한 소리 했던데, 거 동료의원의 말 좀 새겨듣기 바란다. 이목희 그렇게 설쳐봐야 당신은 노동운동 했던 경력자가 필요해서 자리 만들어준 열우당의 시다바리 이상 아무 것도 아니다. 몇 선을 해보라. 당의장 자리 하나 돌아올 것 같나?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말고, 어디 가서 '노동운동가 출신' 그만 좀 팔아먹기 바란다. 지금도 현장에서,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면서 노동운동에 헌신하고 있는 사람들 널리고 쌨다. 이목희 의원, 일말의 양심이라도 있다면, 제발 부탁인데 입 닥치고 국으로 가만히 있었으면 싶다.
[덧글] 시간 영 없어 힘들긴 하다만 이목희가 그렇게 좋다고 생난리를 치면서 잠꼬대하듯이 노래하는 신노사관계로드맵, 조만간 까발려주마...
아, 쓰댕... 쓰다가 열받아서 빼먹었는데, 이목희, 민주노총에 대해 연민의 정까지 느끼고 있단다. 지네 집 쌀떨어진 건 생각않고 남의집 죽끓여먹는다고 혀차는 일이다. 같잖아서리...
이목희 말씀 :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가만히 놔둬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정상이 될 텐데 왜 정부가 개입하려고 하느냐?’ 했을 때 남긴 케인즈의 유명한 말이 있습니다. ‘당신들 말이 옳을지 모른다. 그러나 장기간으로 가고나면 우리 모두는 죽고 없다.’ 그런 뜻에서-나라살림이 만만치 않습니다만 생활보호대상자, 차 상위계층… 이런 계층을 위한 정부의 지출이 늘어나야 한다. 그런 쪽으로 기여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