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은 전시체제를 원하는가?
* 이 글은 돕헤드님의 [독도는 괭이갈매기와 바다제비의 것이다! - 변홍철] 와 조금 다른 각도에서 관련된 글입니다.
민주노동당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 수립 요구", "라종일 주일한국대사 즉각 소환",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 즉각 추방", "한일 우정의 해 재고 및 한일 각료회담과 교류 중단", "일본의 망언과 주권침해 행위에 대한 행동준칙 제정", "독도 입도제한조치 철회 및 자유왕래 실현을 위한 제반 조치 등의 독도특별법 제정", "독도 국군주둔과 독도개발" 등을 포함한 정부의 강력한 조치를 촉구한다.
주한 일본대사 추방, 주일 한국대사 소환, 독도 국군주둔, 더 나가서 독도 개발... 어느 정당의 성명서 일부다. 어느 정당일까? 한나라당? 열린우리당? 우습지만 이게 이 땅의 진보를 일구어나가는 민주노동당의 3월 16일자 성명이다. 이정도 대응이면 거의 초강력 울트라 캡숑 대일 강경대응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성명서를 작성한 대변인이 과연 어디까지 사태가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 그다지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주한 일본대사 추방, 주일 한국대사 소환, 독도 국군주둔"... 이건 거의 준 전시상황의 준비로 보인다.
이렇게 하자고 실컷 주장해놓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일본내 양심세력과 연대하여 동아시아 평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외교를" 펼치겠단다. 전시상황을 준비하고자 하는 집단과 더불어 함께 미래지향적 평화외교를 논할 적국의 양심세력은 도대체 뭘까? 일본에 '양심세력'이라는 프락치집단이라도 숨겨놓은 것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더라도 이거 말이 안 된다. 일본 내 '양심세력'들과 평화적 외교를 이야기하려면 우리 스스로가 평화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다 떠다 받쳐주겠다는 한승조나 지만원류의 굴욕적 자세야 원치 않는 것이지만, 한 손에 칼 들고 부르르 떨면서 입으로 평화를 외치면 어떤 정신나간 인류가 함께 손잡고 평화를 이야기할까? 무릎꿇고 기어들어오라는 이야긴가?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해해보려고 노력했다.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가끔은 흥분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당 대변인 명의의 성명서가 아무래도 한 때의 흥분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의심이 짙어만 간다. 3월 18일자로 제출된 '일본국 독도 영유권 주장 규탄 결의안' 때문이다. 우선 결의안 내용을 보자.
1.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국 정부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시마네현의 이른바 ‘다케시마의날 조례’를 즉각 폐기할 것과 독도망언을 한 다카노 도시유키 주한일본대사를 해임할 것을 촉구한다.
2. 대한민국 국회는 일본국 고이치로 준이치 총리대신이 독도를 일본국 영토라고 주장해온 발언에 대해 사과하고 독도가 대한민국의 영토임을 공식인정할 것을 촉구한다.
3.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독도영유권과 관련된 일본국의 행위에 대해 주한일본대사 추방, 주일한국대사 소환, 정상회담을 포함한 각료급회담 중단 등 명백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
4. 대한민국 국회는 정부가 향후 영토주권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독도 국가 주권을 포기하는 현행 한일어업협정을 즉각 파기하고 독도에 관한 명확한 우리입장이 담긴 새로운 어업협정을 체결할 것을 촉구한다.
5. 대한민국 국회는 아시아 및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는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팽창 시도를 경계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연대활동을 펼쳐 나갈 것을 천명한다.
6. 대한민국 국회는 ‘독도특별법’을 제정하여 독도영유권을 확고히 할 것을 천명한다.
주한일본대사의 추방, 주일한국대사 소환, 각료급회담 중단... 뭐하자는 건가? 전쟁하자는 건가? 이라크파병까지 했던 우리의 막강한 군사력으로 이현세가 예견했던 남벌이라도 하자고?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팽창 시도를 경계"하겠다는 민주노동당이 결국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팽창"을 도와주겠다는 꼴이다. 닭짓도 이정도면 약이 없다.
가장 우선 되어야할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과 군사팽창"에 대한 경고여야 했다. 일본이 이러한 정책을 계속해서 획책할 경우 국제사회에서 추방될 것이며, 그것이 일본 민중들에게는 치명적인 악재가 될 것임을 지적하는 정도가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일본정부의 그같은 망동이 한국민중은 물론이려니와 일본민중에게까지 왜곡된 사고를 주입하게 될 것임을 밝혀야 했다.
그런데 이러한 주장이 "주한일본대사의 추방, 주일한국대사 소환, 각료급회담 중단, 더 나가서 독도 국군주둔 및 독도개발 플랜"까지 이어지게 되면 그 때는 일본에 대한 경고가 오히려 일본으로 하여금 군사팽창노선을 굳건히 견지하라고 약을 주는 꼴이 된다. 왜 하필이면 이런 날림공사를 하는가?
국가간의 협정이라는 것은 단순하게 결의안 채택하는 정도로 재협상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페리의 흑선 앞에서 무력하게 채결되었던 불평등조약을 개선하기 위해 일본이 수십년간에 걸쳐 취했던 외교활동을 민주노동당은 간과하고 있다. 그처럼 집요하고 철두철미한 일본의 외교력에 대해 그저 종이쪼가리에 불과한 결의안 채택으로 대응하려는 이 안이함이 과연 진보정당의 자세여야 하는지 난감하기조차 하다.
평화를 사랑하는 국제사회와 연대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가 평화를 원하고 있으며, 그 준비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아닌말로 말하기 좋은 국제사회는 독도가 어디 붙어있는 섬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 국제사회에 대해 우리도 총칼을 들자고 부르짖으면서 평화를 원하고 있다고 강변할 셈인가? 우리가 부시 따까리냐? 어디서 부시 하던 짓을 그대로 따라할려고 하나?
자칭 보수 이문열이 독도에 북한 미사일기지를 제공하자고 주장한 것만큼이나 어이없는 짓을 민주노동당이 한다는 것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탄핵사태 때와 신행정수도 때 헌법재판소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대며 지 이름값에 몰두했던 돌 김용옥 아류행세를 하는 것은 자제해야한다. 어떻게 그놈의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의 내용이 그때 그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결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민주노동당은 자신들이 한나라당이나 열우당이 아닌 민주노동당임을 먼저 생각해야할 것이다. 진정 국제사회와 연대하고싶고 일본 민중들과 함께 하고 싶다면 군사패권주의적 언동을 마음대로 뿌려댈 것이 아니라 스스로 평화를 위한 대안과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지도부의 독도방문 따위의 대중추수적 행동으로 진보를 이야기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언제부터 민주노동당이 이토록 전쟁불사의 강성파가 되었나? 이라크 파병반대운동은 도대체 왜 한건가?
민주노총 대의원 대회 무산과 관련한 최고위원들의 성명서 때문에 홍역을 치루었는데, 이제 독도문제에 대한 반 진보적 행위로 인해 엄청난 구설에 휘말리게 생겼다. 기분 참 거시기 하다....
민노당학생위원회여 돌아오라.
돌아와서,
만들다만 청년실업 투쟁계획이나 제대로 완성해라 ㅠ.ㅠ
정양/ 걔들 청년실업 투쟁계획도 참 웃겨요. 등투수준이라고나 할까....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