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촉새발 더민류 180석 석권설에 얽힌 추억
기억하는 사람들 많이 있을 텐데, 불과 4년 전 제20대 총선 직전에 여야는 지금의 거울과 같은 상태였다. 당시 4·13 총선을 앞둔 여당은 지금 제1야당 미통당의 할배뻘 되는 새누리당이었고, 제1야당은 지금의 더민당이었다. 그때 대통령은 지금 빵에서 짬밥 드시고 있는 박근혜였고, 문재인 현 대통령은 총선을 석달 앞두고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더랬다.
난 틈날 때마다 지금 여당이 단군 이래 가장 야당 복 많이 받은 여당이 아닐까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20대 총선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도 야당복이 썩 박복한 상태는 아니었다.
당시 여당의 지지율은 상상 이상이었다. 도대체 뭘 말하려는 건지 알기 힘든 말을 계속 웅얼거림으로써 청와대보좌관이라는 직업을 최악의 3D업으로 만들어버리면서 21세기 첨단 정보사회에 보좌관들마다 수첩을 들고 다니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을 연출했던 대통령이 있었다. 세월호 참사나 통진당 해산, 메르스 사태 등난리통을 지나오면서 그 대통령 휘하 관료며 새누리당 의원들은 개판 5분 전의 대응능력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그놈의 새누리당 지지율이 그다지 떨어지지 않았다.
반면 20대 총선을 앞둔 더민당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콩가루가 된 상태였다. 지금은 미통당에 가서 선대본부장하고 있는 김종인이 당시에는 더민당 비대위원장 노릇을 하면서 급기야 지가 비례대표까지 해먹는 식욕(!)을 과시할 때였다. 계파별로 난장판이었고 그 한 가운데에는 안철수도 있었는데, 더 이상 더민당 내에서 뭘 할 수 없을 듯한 분위기에서 안철수는 철수를 단행했고, 이 와중에 호남권 유력인사들이 안철수랑 동반으로 더민당에서 퇴장해 국민의당을 창당했다. 가히 콩가루가 봄바람에 황사 날리듯 했던 시기다.
아, 이거 길게 이야기하다간 진짜 할 이야기 못하니 여기서 끊고. 어쨌든 20대 총선을 앞두고 지금은 거울처럼 바뀐 여야가 지금과 거의 같은 급으로 유권자들에게 공갈협박을 치고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여당 180석 석권설"이었다.
여기에는 당연하게도 "나라를 팔아먹어도 찍겠다"며 새누리계를 지지하는 대한민국 철벽의 35%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지금은 "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고 하는 자들이 있다만).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제1야당 더민당이 지금 미통당과 비교해도 그닥 뭐 별로 나은 게 없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었더랬다.
암튼 이런 상황에서 20대 총선에 돌입하게 되었는데, 선거를 두어달 앞둔 시기에 분위기는 딱 지금 여야의 분위기와 비슷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건 뭐 도통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새누리가 더민을 압도하는 상황이 상당히 이어지게 된 거. 여론조사가 이렇게 나오니 “새누리 180석 석권설”이 나돌았고, 새누리당에서조차 표정관리 들어갈 상황이 벌어졌더랬다. 오래가진 못했다.
"새누리 180석 석권설"이 도니 여야가 난리가 나긴 했는데, 선거를 2주 앞둔 상황에서 묘하게 반전이 일어났다. 급격히 격차가 줄어들었던 것. 그래서 새누리 180석 운운하던 말이 쑥 들어가더니 어째 분위기 수상하다며 도로 각축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때 여론조사와 관련해, 당시 종로에서 정세균 후보가 상대였던 오세훈에게 현저하게 밀린다고 처음 이야기가 나올 때 정세균 후보가 '흥!'하고 콧방귀 뀌면서 선거 끝나고 보자고 했던 사건이 벌어지기도.
암튼 뚜껑 깠더니 새누리 180석은 커녕 도리어 더민 123 vs 새눌 122가 되어 있더란 말이지. 국민의당 덕분에 호남을 거의 다 잃다시피 했지만 더민은 당시 상황에서 신승을 했다. 김칫국부터 시원하게 빨아제끼던 새눌당은 밑천 날린 채 '혼이 비정상'이 되었고, 그 후 벌어진 국정농단사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야당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갑자기 20대 총선이 떠오른 건 느닷없이 유시민이 180석 이야기를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유튜버'라는 수식어가 붙기 전에 이분 이름에 붙었던 유명한 수식어가 '촉새'였던 걸 감안하면 그거 어디 안 간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듯.
뷰스앤뉴스: 유시민 "범여권 180석 가능" vs 박형준 "섬찍한 일"
하지만 이번 "180석 석권론"은 20대의 그것과는 좀 결이 다른 듯하다. 일단 20대 당시에는 선거2주 전부터 여야 지지율 격차가 현격하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번엔 그런 게 안 보인다는 거.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등락을 보여주지만 그닥 여야의 지지율 폭이 갑자기 줄어든다는 경향은 보이질 않는다.
게다가 코로나19에 버금갈 정도로 창궐하는 위성정당들이 제법 의석을 긁어댄다는 걸 전제했을 때, 더민류가 180석은 아닐 지라도 최대 160석 이상은 긁을 수 있을 듯한 상황이니 촉선생이 촉촉댈만도 하겠다. 그나저나 유촉새...였던 유튜버께서는 아직도 저렇게 앉아서 깨방정을 털고 있으니 그거 참 대단하다고 해얄지 모르겠네.
양정철이 말 조심하라고 유튜버를 저격했던데, 이것도 꽤나 흥미 있는 사건인데다가, 양정철이 유튜버를 까니까 이번엔 손혜원이 양정철에게 "많이 컸네"라며 야료를 친다. 이러다가 양정철이 손혜원에게 "내가 키는 너보다 컸다 아이가!"라고 되받아칠지도 모르겠다. "친구2" 찍을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