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세대론
일단 한국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청년'세대에 대한 관심과 연민을 보내는 한편, 그들의 문제를 사회병리적 차원에서 분석하고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뭔가 안 될 거 같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뭔 문제만 나오면 청년세대 운운이여...
한겨레: 왜 그 많은 청년들이 '욕먹는 신천지'에 모였을까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버리고, 두렵고 불안한 미래를 안겨주고도 그 고립감과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 우리 사회 공동체"라는 저 말에서 "청년" 대신 "노년"을 집어 넣으면 뭔가 말이 안 되나? 안 되긴커녕 아주 잘 어울린다. 도처에 폐지줍는 노인네들이며 갈곳없어 탑골공원 일대 종로바닥을 헤매는 노인네들을 보라. 그들이 궁극에 도달할 곳이 광화문 태극기 아래던가?
며칠 전에도 이와 유사한 글 보면서 피식 웃었는데, 주체를 그냥 '사람'으로 해도 될 터인데 굳이 자꾸 '청년'을 갖다 붙이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는다. 다른 종교 회당에 비해 신천지 예배당에 젊은 사람이 많이 모인다는 거야 뭐 그럴 수도 있다만, 우리 집 아래 있는 제법 큰 일반교회 예배당도 젊은 사람들 미어 터진다. 거긴 그럼 왜 그 많은 청년들이 동네 다른 교회에 안 가고 거기 모였냐고 분석해봐야 하나? 물론 다른 예배당 사정을 모르니 비교하기도 어렵다만.
난 그냥 이런 류의 태도가 역시나 나도 청년들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내세우고 싶은 수준에서 나오는 유사세대론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가만 돌이켜보면 삼포세대니 오포세대니 하던 말이 유행할 때 청년세대가 이제 30대 중반 이상을 넘어서고 있다. 그들의 문제는 어디로 다 사라진 건가? 이제 그들은 10여년 전 그들이 겪고 있다던 각종 문제들에서 자유로워지고 있는가? 아니면 이제 청년세대의 문제와 별개로 장년세대 문제를 걱정해야 할 시기가 되었는가?
가만 보면 어떤 종교의 문제 역시도 이게 그냥 신천지의 문제인가 아니면 종교 그 자체의 문제인가? 내가 어릴 때 교회 다니던 사람들 중 상당수가 순복음교회를 욕했다. 사이비라고. 하지만 지금 순복음교회를 사이비라고 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30여년 전의 순복음교회와 지금의 순복음교회의 교리가달라지기라도 했나? 통일교는 어떤가? 이만희 하는 짓을 보니까 문선명 하는 짓을 똑같이 따라하던데, 그래서 예전에는 통일교를 사이비라고 욕하던 자들 많이 봤다만, 최근에는 통일교가지고 뭐라 하는 사람을 거의 못 봤다. 아닌 말로 여호와증인들에 대해 사이비라고 욕하는 사람들 엄청 봤는데 오히려 요새도 여호와의 증인들은 대접을 잘 못받는 듯 하고.
이렇게 무슨 일만 나면 청년세대 구분해서 이야기하고, 공공의 적을 찾다보니 신천지를 겨냥하면서 신천지의 문제를 온천지에 까발리는 것을 역사적 사명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의아하다. 꼭 그렇게 썰어서 잘라놔야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어쨌든, 세대론은 99% 사기라고 보기에 이런 유사세대론 역시 별로 귀담아 듣고 싶은 생각은 없다만, 하여튼 이런 식으로 언론에 나오는 걸 보면 영 찜찜해서 그냥 넘어각가 어려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