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만 빼고"에 대한 오독들
평소에 똑똑한 척을 다 하는 어떤 사람들이 이 칼럼에 대해 광분을 하는 모습을 본다.
며칠 된 칼럼인데, 아침 신문을 펼치고 보던 중 꽤나 재미있게 읽었던 칼럼이다. 그리고는 말았는데, 이 칼럼을 극딜 하는 사람들이 많은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놀란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그 사람들이 평소에 그럴듯한 말 많이 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 칼럼이 조국이 밉다고 자한당 찍어주자는 주장으로 읽었나보다. 결론부의 주장이 매우 쎄기는 했다. "국민이 볼모가 아니라는 것을, 유권자도 배신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자. 선거가 끝난 뒤에도 국민의 눈치를 살피는 정당을 만들자.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 난 이 주장을 보면서 그나마 생각이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 글을 그러니까 자한당 찍어주자는 취지로 읽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닭대가리들이 태극기부대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쯤은 내 깜냥에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다. 서초동 '조극기부대' 인파 중에는 광화문 태극기부대에 존재하는 닭대가리만큼이나 많은 닭대가리가 있다는 걸 무슨 통계를 내봐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적어도 그동안 그토록 잰 채하고 똑똑한 척하고 좌파노릇은 지가 다 하고 하던 인간들이 이걸 자한당 찍어주자는 걸로 읽어내다니, 이건 뭐 세상은 넓고 닭대가리는 많다는 걸 새삼 느끼게 해주려고 그런 건지...
이 칼럼의 핵심은 이거다. "선거 과정의 달콤한 공약이 선거 뒤에 배신으로 돌아오는 일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배신에는 국민도 책임이 있다.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최악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차악에 표를 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그렇게 정당에 길들여져 갔다. 이번에는 거꾸로 해보자. 국민들이 정당을 길들여보자."
문맥을 이해하기 위해 길게 인용했지만 골자는 그동안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기"에 이 지경이 되었다는 거다. 여기서 "최선"은 무엇이고 "차악"은 무엇인가? 당연히 "최선"은 진보정당이나 혹은 변혁을 요구하는 세력이고 "차악"은 민주당이다. 그동안 진저리나게 들어왔던 그 말, 즉 "비판적 지지"라는 게 그거다. 새누리당-한나라당-자한당이 되는 건 막아야 하지 않겠니? 그러니 민주당 찍어야지. 이 논리가 이 나라의 정치를 개판으로 만들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결론은 이렇게 갈 수밖에 없다. 자한당과 민주당 빼고 찍어보자. 이게 이해가 안 될까? 이 칼럼 어디에서 민주당 미우니 자한당 찍자는 결론이 나오나?
문맹율은 제로에 수렴하지만 문해율은 중간 정도 간다더니만, 이건 뭐 그나마 책 좀 읽어봤다는 자들이 이따위로 이해를 하니 뭔 이야긴들 할 수 있겠나? 저 민주당을 "차악"이 아니라 "차선"으로 표현했다면 뭔가 이해도가 달라졌으려나?
이 블로그를 보지도 않겠지만, 그냥 닭대가리들을 위해 분류를 해보자면, 자한당류는 최악이고 민주당류는 차악이었다는 거. 그런데 그동안 우리 사회의 정치지형에서는 중간과 차선과 최선은 왕따를 당하고, 저 최악과 차악의 싸움에 그냥 사회 전체가 휩쓸려 다녔다는 거. 이거 이해가 정말 안 되나 모르겠다. 그냥 차악들하고 살던지. 그런 것들이 안도현은 또 엄청나게 욕을 하고 자빠졌더라. 나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