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방의 과정이 매우 난해하여
패스트트랙 관련한 의회 내 고소고발 사건에 대하여 검찰이 수사발표를 하자 뭐 여기 저기서 볼멘 소리가 나오는데, 보면 볼 수록 가관이다.
우선 자한당. 황교안은 느닷없는 저항권의 정신을 부르짖는다.
"악법은 어겨서 깨트리리라!"를 노래하던 입장에서, 첫째, 잘못된 법 자체에 대한 저항은 정의롭다. 법이 쿠데타 세력의 합법성을 가장해주기 위한 도구로 전락했을 때, 그것은 이미 법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그 법은 지킬 필요도 없으며 원천적으로 지켜야할 법이라는 것이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둘째, 법을 위반하는 자의 요구에 응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 "불법에 대한 저항"은 죄가 아니다. 이 경우 위법한 행위를 하는 자에 대항하는 것은 정당행위 또는 정당방위로 인정된다. 그런데 이것은 위법행위 자체의 문제로 인해 대응하는 행위의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며, 따라서 여기에는 저항권의 개념이 들어갈 게재가 아니다.
황교안은 법률가답지 않게 두 가지 사안을 뒤섞어버렸다. 패스트트랙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달은 국회선진화법이라는 법률을 위반한 행위였다. 즉 사전에 불법이 있었기에 자한당의 의원들이 저항한 것이 아니라 법대로 하자는 걸 자한당 의원들이 위반한 것이다. 따라서 황교안이 이야기하는 저 억울한 일은 위 두 가지 어떤 조건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악법을 어겨서 깨트린 것도 아니고 정당행위나 정당방위를 한 것도 아니다.
여기서 의아한 건 더민당의 반응이다. 더민당 대변인은 "황 대표가 이런 말을 했다는데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면서, 황교안이 "자기 편한 대로 편의적 법 해석을 하는 분"이라고 깠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대변인의 반응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뷰스앤뉴스: 민주당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 황교안, 공안검사 출신 맞나"
명목상으로 보면 "불법에 대한 저항은 무죄"가 되는데, 그건 위 두 번째 이유에서다. 위법성이 조각된다니까?! 이 측면에서 보면 황교안 말이 맞다. 그런데 황교안의 말이 맥락상 어처구니가 없는 건, 위 두 가지 조건 중 어느 하나에도 자한당의 행위가 들어맞지 않는다는 거다. 황교안의 말이 맞으려면, 국회선진화법 자체가 악법이거나 더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했거나 둘 중 하나의 전제가 성립되어야 한다. 따라서 황교안의 저 말은 그냥 개소리다.
그러나 더민당 대변인의 발언은 마치 "너도 예전에 그랬잖아"라는 뉘앙스로 들린다. "아니 네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니?"라는 투다. 뭐 심정적으로는 백프로 동의한다. 황교안 따위가 무슨 저항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더민당 대변인이 이런 식으로밖에 표현하지 못한다는 건 그냥 황교안에게 "니나 내나"라고 하는 거나 마찬가지처럼 보인다는 거.
그냥 황교안에게 "아무말대잔치나 하는 사람이 무슨 법 전문가라고 하는가?"라는 정도만 했으면 딱 되었을 듯한데.
그건 그렇고. 난 도대체 이 국회선진화법-국회법 165, 166, 167조-이 과연 적절한 법인지 잘 모르겠거니와, 더민이나 자한은 지들이 만들어놓은 법이니 그걸 제대로 지켰니 못지켰니 싸울 수 있다고는 하지만, 정작 좌파나 진보라는 쪽에서조차 이 법대로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아주 직설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일단 이 사진부터 좀 보자.
공중부양한 강달프. 아오, 올만에 보니 참 어지간했구나. 저 뒤 병풍 두르고 있던 자들 중에는 진짜 지금 봐도 싸대기부터 한 대 치고 시작하고픈 자들도 몇 보이고. 뭐 개인감정은 여기서 접기로 하고, 어쨌든 이 그림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국회 내 폭력행위를 엄단하는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는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을 때 진보정당은 강기갑을 어떻게 옹호할 수 있을까? 악법은 안 지켜도 된다고 할 것인가?
뭐 잘 모르겠고, 아무튼 간에 더민당 대변인의 브리핑은 지금 봐도 뭘 이야기하고자 한 것인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단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