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식 산수의 한계

1.

홍준표가 미국 인구대비 의원 정수면 한국 국회의원은 81명 정도라고 계산을 해냈다. 그러면서 미국처럼 비례대표 없애고 의원도 200명으로 줄이자고 제안한다. 와, 준표는 계산도 할 줄 아는구나...

서울신문: 홍준표 "인구 오천만 한국, 미국 기준이면 국회의원 81명"

하긴 얘 머리로 나오는 계산이라는 게 뭐 거기서 거기지만 어쩔 수가 없다. 어이가 없지만 이건 좀 이야기를 해줘야겠다.

2. 

미국은 인구대비 국회의원 수가 적기로 최강인 나라다. 여기서 '국회의원'이라는 것은 연방의회 의원을 말한다. 연방의회는 상원과 하원으로 이루어져 있고, 상원 100명, 하원 435명 총 53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연방 인구가 약 3억 2천만을 넘어서니 이걸 인구대비로 산술비교해서 한국에 적용하면 홍준표 말마따나 한국 국회의원은 80명 남짓 정도 되는 게 맞다. 근데 이걸 계산이라고... 

3.

일단 미국에 대한 이야기부터. 다시 말하지만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홍준표가 이야기하는 '국회의원'은 연방의회의원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홍준표가 이야기하지 않는 건 미국이라는 나라가 연방국가이며, 전 세계에서 주의 권한이 가장 강력하게 보장되는 국가라는 걸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미국은 아메리카합중국이라는 연방체제 안에 50개로 이루어진 개별 국가가 존재한다는 걸 염두에 두어야 왜 연방의회의원이 그렇게 적을 수 있는지가 설명된다.

4. 

전체를 다 살펴보긴 어려우니 아주 간단하게 검색되는 자료만 가지고 이야기하면, 예를 들어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버지니아 주의 경우 인구 7백만에 주의회 의원이 상하원 합쳐 140명이다. 인구대비 의석수가 가장 적기로 손꼽히는 캘리포니아주는 약 35백만이 넘는 인구에 꼴랑 상원 40명, 하원 80명의 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두 주만 보면, 만일 한국이 인구대비로 이렇게 의석을 구성할 경우, 버지니아 수준이 되려면 의원이 1000명이 되어야 하고, 캘리포니아 수준이 되려면 의원이 200명 수준이 된다. 홍준표가 주장하는 200명 정도는 캘리포니아 수준에 한국을 맞추는 것이 된다.

5. 

줏어들은 이야기지만, 미국 전체에서 선거로 뽑히는 의원/단체장/기타 공무원은 약 51만 명에 달한다고 한다. 한국은 선거를 통해 공무를 담당하게 되는 사람이 굵직한 것만 보면 대충 대통령 1명, 국회의원 300명, 교육감 17명, 광역단체장 17명, 기초단체장 226명, 광역의원 824명, 기초의원 2926명 해서 전체 다 해봐야 꼴랑 4311명으로 집계된다. 미국 인구대비로 하자면 한국도 선출직을 8만명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나? 홍준표가 이걸 알랑가 모르겠다만...

6.

그런데 이러한 미국에서조차 연방의회의 구성이 지나치게 적어 국정의 대표성과 의정의 집행 등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홍준표야 뭐 이런 거쯤이야 신경도 쓰지 않겠지만.

7.

하필 미국이냔 말이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의정활동이 가장 모범적이라는 북구 유럽의 몇 국가를 보면 어떻게 될까? 예를 들어 핀란드는 인구가 약 550만 정도 되는데 국회의원이 200명이다. 핀란드 수준으로 한국 국회의원 정수를 계산하면 1819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 스웨덴은 어떨까? 스웨덴은 인구 천만에 의원 349명이다. 스웨덴에 맞추면 한국 의원은 약 1745명 정도 되어야 한다.

8.

정치가 개판 오분전이다보니 최근에는 아예 여론을 등에 업고 의석을 줄이는데 성공한 나라가 있다. 바로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인구가 약 61백만명 정도 되는데 의석이 상하원 합쳐서 951석이었다. 이 기준으로 보자면 한국은 약 780명의 의원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이 이탈리아가 최근 의석을 줄이게 되는데 상하원 합쳐서 600명으로 의석을 줄이겠다고 한다. 이걸 이탈리아는 '개혁안'이라고 하던데, 아직 국민투표가 남아 있어 최종적인 결과는 기다려야겠으나 그 나라 유권자들도 국회에 학을 떼고 있는 터라 아마도 통과될 듯 보인다. 아무튼 간에 이렇게 줄인 숫자대로 보더라도 이 수준에 한국 의회를 맞춘다해도 의석 500석이 필요하다.

9.

홍준표의 말같잖은 말을 다듬어주는데 이렇게 많은 글을 쓴다는 게 비효율적이긴 하다. 이렇게 해봐야 홍준표가 말을 바꿀 일도 없고. 확신범이 되어 개소리를 늘어놓는데 그걸 바꾸면 그게 홍준표냐. 사람되기 전엔 그럴 일이 없고. 어쨌든 이런 개소리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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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9 22:19 2019/10/29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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