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자들을 응원하며
이게 누가 들으면 구세대라고 할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그저 부적응자의 한계이기도 하겠고 뭐 여러 의미가 있겠는데, 나는 아직도 모니터보다는 종이 인쇄물이 편하다. 뉴스도 그렇고. 그래서 온갖 뉴스를 온라인으로 볼지라도 꼭 종이신문을 들여다본다. 돈이 웬수인지라 구독하는 신문은 경향신문 하나밖에 없다.
경향신문을 열독하는 이유는 다른 게 아니라 그저 내 어떤 경험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노태우가 6.29 선언을 한 후 반성문을 실은 신문은 경향과 서울신문밖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두 신문을 보면서 깜놀했던 건, 와, 신문이 사과를 하는 날도 있구나라는 것이었는데, 그건 꽤나 신선하면서도 큰 충격이 되었다. 그렇게 따지면 서울신문도 봐야겠으나 이건 아직도 관공서에서 사주는 신문이라는 생각이 있어 그렇다면은 좀 없이 사는 경향에 더 마음이 간다고나 할까.
게다가 이후 경향신문은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독립언론으로서 스스로를 자리매김하면서 어렵게 나가고 있다고 안다. 몇해 전 겨울 철도파업 당시 경찰이 공권력을 남용하면서 경향신문사를 덥쳤을 때 깨져나간 현관을 보면서 안쓰럽기도 했고. 암튼 그런데.
관련기사: 미디어오늘 - 경향신문 기자들 "우리는 부끄럽습니다"
관련기사: 한국기자협회보 - 경향신문 기자 80명 "대기업 기획기사 왜 무산됐나"
경향 기자들이 공들여 준비한 기획기사가 데스크에 의해 막혔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내용은 대기업 내부 일감 몰아주기 문제를 파헤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아무래도 광고수입에 곤란이 있을 것을 우려한 데스크가 이걸 그냥 묻으라고 했던 모양이다. 그래서 기자들이 성명을 내고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데스크의 현명한 판단이 있기를 바라고 경향신문 기자들의 선전을 응원한다. 기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며, 주변에 경향신문 구독을 좀 요청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