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로 돌아온 썰
블로그로 돌아온 건, 뭐랄까, 집 나가 한참 돌아다니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온 뭐 그런 거랄지.
일단 sns...는 멀리 하고자 한다. 트위터는 아예 안 했으니 잘 된 거였다. 지도교수님과 연락이 닿는 유일한 방법이 페이스북이라 어쩔 수 없이 시작했던 게 그만 탈출을 못하고 여직 사용했었는데 이젠 좀 떼어낼라고 한다. 카톡은 진작에 털었고. 텔레그램을 쓰는데 이것도 사실 별로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몇 개 창은 열어놓고 있지만, 될 수 있는 한 알람도 꺼버리고 잘 들여다보지도 않는다.
아무튼 sns... 생각해보니 이거 sns라는 명칭 자체가 참 시건방진 것이었구나 싶다. 마치 개신교도들이 자신들이 다니는 예배당을 교회라고 퉁치는 것과 비스무리하달까. 가만 보면 페북이나 트위터나 기타 등등의 소위 sns라는 게 social network system이라고 하기엔 뭐 어째 미달도 한참 미달인 듯. 차라리 그 말썽많았던 자게판이 더 sns에 가까웠지 싶다.
우짜되었던동 이넘의 sns를 끊을려고 하는 건 이게 도대체 사람의 정신머리를 요사스럽게 만든다는 거다. 안 그래도 작년 한 해 몸과 마음이 완전히 너덜너덜해졌는데, 어쩌면 위로를 찾기 위해서 페북엘 들어갔겠건만 갈수록 위로는 개뿔이나 뇌가 세척되는 느낌이 든달까. 턱도 없는 덧글질들 때문에 피곤한 건 둘째치고, 조증과 울증이 널뛰기를 하는 페북의 소식들을 보자면 맨정신으로는 버티기가 어렵더라.
이 트윗이나 페북에서 이루어지는 어떤 말의 연속을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아침에 만난 사람에게 "밤새 안녕하세요?", "아침 드셨어요?", "오늘은 미세먼지가 풍년이구만요" 이런 이야기하는 게 그거 그냥 인사지 뭐 소통이라고 할 것 까지야... 한쪽에서는 단식을 하는 사람이 피골 상접한 근황을 사진으로 올리는데 한 쪽에서는 기름이 막 모니터에서 묻어나올 것 같은 먹방을 때린다. 누구는 골방에 사무친 죽음을 이야기하는데 누구는 물 건너 돌아다닌 이야기를 막 올리고, 어떤 이는 아침엔 세계를 저주했다가 저녁엔 현생을 찬양한다.
이 다이나믹을 현재의 내 몸과 정신상태로는 따라가기가 어렵다. 막 어떤 분위기에 편승해야지 싶다가도, 다른 기류가 나타나면 이건 또 따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주로 들여다본 페북은 뉴스 브리핑의 기능으로는 충실하지만 여전히 저 감정의 널뛰기가 그 충실한 기능을 별 거 아닌 것으로 만들 지경이다. 한때 키워로서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었던 내 멘탈이 이젠 견디질 못하겠다. 흐...
더불어, 내가 참 뭔 글 하나 올릴 때 이렇게 자기검열이 심해진 게 언제부터인지 모르겠다. 그건 아마도 무슨 정당의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막나가는 짓을 삼가게 된 경향도 있겠고, 특히 페북을 하면서는 거기서 소위 페친이 된 사람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해야 한다는 중압이 작동하기도 했을 터이다. 그 와중에 당 활동을 하던 중 충격을 안겨주었던 동지들의 죽음이나 아직도 그 격통을 지우기 힘든 세월호 사건 등이 내가 무슨 말 한 마디를 글로 만드는데 주저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그렇긴 한데, 그렇다고 해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점잖빼고 앉아서 되도 않는 훌륭한 말씀만 하고 살 수 있는가 하면 그게 또 그렇게 살긴 괴로울듯 하다. 그런데 여전히 페북에서는 갑작스레 20년 전 키워질 하던 때 하던 짓을 하기가 좀 내키질 않는다. 그래서 더 이상 페북에서 깔짝거리는 거는 그만하기로 하였다.
페북마저 접으면 어디 가서 구라를 칠 수 있을까, 뭐 구라 칠만한 다른 공간이 없을까 이래저래 둘러보다가 그것도 귀찮다. 기왕에 내 블로그가 있는데 기냥 다시 재개업하면 될 일이지 뭘 그리 복잡하게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번잡스럽고로...
암튼 그래서 블로그로 돌아왔다. 그런데 어쨌든 좀 썰렁하긴 한데, 당분간은 포스트에 덧글이나 트랙백이 붙지 않도록 할란다. 이게 조금은 워밍업이 필요할 듯도 하고, 예전 키워 멘탈까지는 아니더라도 다시 온라인 구라쟁이짓을 좀 하려면 테크닉도 좀 다듬어야 할 듯 해서.
자, 다시 돌아왔고, 정리정돈 좀 하고 나면 나 보고 싶은 사람들은 이쪽으로 오라고 말이나 살짝 던져놔야겠다.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