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위원회의 분발을 촉구하며

여성가족부 안에 청소년보호위원회라는 조직이 있는데, 이게 아마 옛날에 청소년 윤리위원횐가 뭔가 하던 조직이 이 정부 들어와 여성가족부로 자리를 옮겨 끈질긴 생명연장의 꿈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몇몇 노래에 대해 청소년 유해물로 판정을 했다는데, 다음달쯤 고시한다고 한다. 어쩐지 여가부 홈피를 들어가봐도 내용이 없더라니... 

 

참고로 청소년 보호위원회의 면면은 이렇다.

청소년 보호위원회 위원장 및 위원들

(캡쳐해서 짤방을 올리라고 하다가 아무래도 혐짤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여 링크로 대신함)

 

건 그렇고, 갑자기 그 옛날 호랑이 담배먹던 시절 생각이 나서 키보드를 또드락 거리게 된다.

한때 그넘의 청소년윤리위원회, 이거 폐지하자고 말을 꺼낸 적이 있었는데, 그닥 반향을 얻지 못했다.

다른 건 둘째치고 그 원인이라는 것이 유해환경에 노출된 아이들을 어떻게 건사할 것이냐는 것.

 

매체가 발달하고, 특히 온라인 같은 것을 통해 아이들이 유해한 환경에 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더욱 커지면서 이런 위험한 환경으로부터 우리의 자라나는 동량들을 아름답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청소년 무슨무슨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것이 그들의 논리였는데, 희안한 게 이게 그럭저럭 사회적으로 잘 먹혔다는 거.

 

이번에 문제가 된 '술'이나 '담배' 같은 노래 가사말이 청소년에게 유해한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게 청소년보호위원회라는 곳의 생각인 듯 한데, 이거 참, 그 동네 놀고 있는 분들은 인큐베이터에서 스무살까지 살다 나온 건지...

 

까놓고 메체환경 운운하기 전에 저 위원회에 있는 위원들이 커올 때 환경은 지금보다 청소년에게 더 유해하면 유해했지 덜 유해하진 않았다. 요새야 편의점이나 하다못해 동네 골목 쬐끄만 구멍가게에서도 애들이 술이나 담배 사러 오면 민쯩부터 까자고 할 정도지만 옛날엔 어디 그랬나?

 

점방 앞에 평상에 동네 어른들이 낮밤을 가리지 않고 자리를 틀고 막걸리에 소주에 젓가락 두드리며 한 잔 거나하게 빨 때, 그 앞을 애들이 무시로 지나다녔더랬다. 이 얼마나 청소년에게 위험한 환경이었단 말인가? 그리고 아마도 저 위원회에 앉아서 오늘날 청소년이 건강하고 아름답게 자라기를 학수고대하며 노래 가사에 술이나 담배가 들어가 있으면 생 난리를 치는 분들 역시 인큐베이터에서 살지 않았다면 그 모습 많이 봤을 거다. 그러나 그 열악한 술 담배의 유혹을 뿌리치고 지금 저분들 얼마나 훌륭하게 한 자리 하면서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는가?

 

이외수도 한 마디 하고 김여진도 또 말을 보태는 와중에 행인이 거기 더 살을 붙일 필요는 없는데, 관련해서 한 가지 딴 이야기를 하자면.

 

최근 논란이 되었던 인터넷 실명제라는 것, 이거 이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여가부에서 청소년 유해물을 뭘 지정하고 있는지 보려고 했더니 실명인증이 뜨더라. 이걸 할까 말까 하다가 결국 도대체 청소년 유해물의 실상이 궁금한 나머지 생전 하지 않던 실명인증이란 걸 다 해보고 들어갔는데, 아유 걍 청소년들이 한 번 보면 게거품을 물고 쓰러질 유해물이 어찌나 많은지...

 

기본적으로 청소년보호위원회 같은 곳에서 청소년 유해물이랍시고 뭔가 끄적거려 놓을 경우 문제가 되는 것은 고귀한 청소년 인권을 빙자해서 성인들의 문화적 권리를 막아버린다는 것. 남한사회의 어른들은 자신들의 즐거움보다는 청소년의 미래를 더 생각하는지라 이게 지금까지 먹혀들어갔다만, 도대체 청소년이라는 핑계로 어른들의 권리가 봉쇄되어야 할 이유가 뭘까?

 

더구나 이런 식으로 한다고 해서 청소년들의 인권이 보장된다거나 청소년들이 맑고 깨끗한 *성 사이다 같은 존재로 성장한다는 걸 뭘로 보장하나? 오히려 이 와중에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상당수는 어거지로 막아놓은 뭔가에 접근하고자 주민등록법 위반을 예사로 하는 범법자가 되어 간다. 그거 막자고 또 전자주민증 도입하자고 설레발이들을 치고.

 

온라인을 돌다보면 도처에 주민번호를 쳐야 하고 실명을 인증해야 한다. 왜 그럴까? 그 이유 중 중요한 한 축이 바로 청소년 보호라는 위대한 사명이다. 웃기지 않는가? 저 청소년보호위원회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 하나는 자신들이 그렇게 지정한다고 한들 청소년들은 그 위원들이 알지도 못하는 다양한 방식으로 지들이 즐길 거 다 즐기고 있다는 거다. 

 

오히려 문제는 청소년을 보호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청소년들이라는 후세대와 소통해야 한다는 거. 예들이 포르노 막아놓는다고 포르노 안 볼 아이들인가? 보고 싶은 넘들은 벌써 볼 거 다 봤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청소년들이 벌건 대낮에 포르노에서 보고 배운 온갖 성행위를 대놓고 하고 다니나? 

 

성이든 술이든 담배든, 그것이 잘못 접해지고 왜곡된 채 받아들여졌을 때 발생하는 문제가 뭔지를 함께 고민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지, 막아놓으면 더 하는 거, 이걸 이 위원들은 모르는 걸까? 

 

사실 청소년보호위원회가 해야 할 일은 따로 있다. 오마이에 좋은 글 하나 났던데, 함 일독이 필요하다.

"그깟 여자때문에 처벌? 난 죽지 않아"

 

성희롱에 여성비하에 폭언에 기타 등등 남녀관계의 왜곡된 현상을 마치 당연한, 아니 아주 훌륭한 것으로 청소년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유해한 인물들이 있다. 문제는 이런 인물들이 버젓이 한 자리 하면서 사회지도층의 행세를 하고 있다는 것. 이런 모습을 청소년들이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일단 국회의원이 되려면 저정도는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 혹은 굳이 국회의원이 되지 않더라도 아유 걍 저렇게 사는 것도 재미가 찰지겠구나, 뭐 이런 생각 하지 않겠나? 이보다 더 청소년에게 유해한 환경이 어딨단 말인가?

 

그렇다면 청소년보호위원회는 만사를 제쳐두고 저런 인물들이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청소년 유해인물들로 지정해서 공직생활을 할 수 없도록 막는 조치를 해야할 것이다. 애들이 기껏 가수들 노래말 몇 마디에 오, 썅 이제부터 술만 처먹고 살아야지 혹은 여한없이 담배를 빨아야겠군 뭐 이런 생각하는 게 아니다. 

 

아니 저런 분들이 국회의원을? 저런 분들이 도지사를? 군수를? 한 자리를?

나도 그럼... 이거 아닐까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청소년보호위원회 같은 조직은 진작에 지구 밖으로 보냈어야 한다. 이건 뭐 21세기에 중세 암흑기를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암튼 보일러가 거꾸로 타더니 개념까지 거꾸로 태우는 인간들 여럿 본다.

 

<추가> 여가부 음반심의위원회 위원장은 강인중이라는 사람인데, 이사람 블로그를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올 여지가 충분함. 참 재밌는 나라여. ㅋㅋ 위원장 블로그는 아래 주소로

 

강인중 - 그리스도인과 대중문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8/22 23:07 2011/08/22 23:07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hi/trackback/1378
  1. 자추자코는 불질의 기본이라고는 하나 내 그동안 참고 참았는데, 꼭 궁금한 건, 저 태그 지정할 때 굳이 가나다순으로 정렬할 필요가 있는 건가? 영 거시기 하네. 이거 진보블로그에 문의하기도 뭐하고...

    • 문의 안 하셔도 봤으니 답변을.. 저도 처음부터 오류 보고했던 건데요! 오류도 아니고 바꾸기도 아주 힘들다고 안 바꿔줘가지고.. 참 저도 맘에 안 드큰 정책이에요 강제정렬 ㅡㅡ

    • 부처/ 오홐... 그런 일이... 부처님도 해결못하시는 건 어쩔 수 없겠군요. ㅎㅎ 그나저나 침체된 진불 안에서 그나마 부처님만이 살아 움직이고 있더구만요. 행복하세용~!!

  2. 어떤 의미로 참 어색합니다. 예전에 형이 레포트를 작성한 적이 있잖아요. 70-80년대 금지곡 목록.
    연령만 청소년으로 규정했을 뿐 그 본질적인 것은 21세기인 현재에 다시 반복되는군요.
    술,담배 또 그 이유를 달면 끝없이 나올 단어, 구절들.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21세기 대한민국은 여전히 80년대 물레방아 돌던 방화시대를 추억으로만 남겨두지 않을 성 싶습니다.

    • 어익후, 올만.

      아이구야, 그게 벌써 몇 년 전이냐... 15년이 넘었네 그랴...

      그때 금지곡 사유들 참 재미났는데. 퇴폐는 아마 오늘날 술담배 정도에 해당할 것이고, 왜색은 그 뭐 되도 않는 소릴 해대던 거고, 제일 깨는 건 지금 생각해봐도 '시의부적절'이라는 거. ㅋㅋㅋ

      그래도 뭐 이거 얼마나 가겄어? ㅋ
      잘 지내게~!!

  3. 너무 자주 행인님 글을 e노트에 옮기는 것 같네요^^

    그래도 여러 사람이 읽었으면해서 또 옮겼습니다.

    • 아, 말씀드렸다시피 제 글에는 어떤 제한도 없습니다.
      전혀 부담가지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오히려 머쓱하네요. ^^;;;

  4. 불질할 시간이 없어 요즘 어쩌다가나 진보블로그에 들어오는데 행인 블로그 가끔 눈팅만 하다가 오랫만에 댓글 남기네요.^^ 아내에게 '나가수'에서 장혜진이 부른 '술이야' 같은 노래도 19금 당했다는 얘기를 했더니 "옛날로 돌아가는 거야 뭐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정권이 촌스러워서 그래!" 나쁜 건 둘째치고 너무 촌스러워요. (근데 '촌스럽다'는 표현 말고 뭐 없을까요? '촌'을 동경하면서도 '촌스럽다'라는 말은 안좋은 뜻으로 쓰는 이 불일치를 어케 해결해야 할까요?)

    • 그러게요... ㅎㅎ
      그게 아무래도 村이라는 어떤 대상이 연상되어서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寸정도면 되는데, 이게 발음이 같은 관계루다가설라므네...

      사실 뭐에 비유한다는 거, 이거 굉장히 어려운 일인듯 합니다. 저도 자주 저 부류의 사람들을 닭에다가 비유하는데, 닭은 참 훌륭한 동물이거든요. 쩝...

      그냥 다 이해해주려니 하고 쓴답니다. ^^;;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