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들은 뭐 믿는 구석이 있는 걸까?
일단, 임명직도 아니고 주민직선으로 선출된 시장이 스스로 신임투표의 장으로 만들어버린 주민투표에서 졌으면 깨끗이 물러나는 것이 정석이라는 것은 전제하고.
의아스러운 것은 오세훈이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야당들의 모습에서 일단의 호기로움이 발견된다는 점. 즉 오세훈이 빨리 사퇴해야 10월 보선이 이루어질 수 있고, 이 보선을 2012의 전초전으로 삼겠다는 의욕충만이 엿보이는데, 솔직히 말하면 야당들이 뭘 믿고 이러는지 알 수 없다.
지난 포스팅에서 간략하게 결과정리를 해봤는데, 그거 다시 한 번 꺼내놓고 이야기를 풀어보자.
구별 |
10.6.2 서울시장(오세훈) 총유권자 중 득표율 |
11.8.24. 무상급식 주민투표 투표율(순위) |
서초구 |
32.04 |
36.2 (1) |
강남구 |
30.57 |
35.4 (2) |
송파구 |
27.65 |
30.6 (3) |
용산구 |
26.91 |
26.8 (5) |
강동구 |
26.87 |
27.6 (4) |
양천구 |
26.51 |
26.3 (6) |
중구 |
26.28 |
25.4 (9) |
영등포구 |
25.81 |
25.1 (12) |
종로구 |
25.54 |
25.1 (11) |
도봉구 |
25.48 |
25.4 (10) |
노원구 |
25.42 |
26.3 (7) |
성동구 |
25.38 |
24.3 (13) |
동작구 |
25.16 |
25.6 (8) |
동대문구 |
25.08 |
24.0 (16) |
구로구 |
24.69 |
23.5 (19) |
강서구 |
24.41 |
24.2 (14) |
서대문구 |
24.26 |
23.9 (17) |
광진구 |
24.12 |
24.1 (15) |
마포구 |
24.00 |
23.3 (20) |
성북구 |
23.97 |
23.6 (18) |
중랑구 |
23.44 |
23.1 (21) |
강북구 |
22.90 |
21.7 (23) |
은평구 |
22.78 |
22.6 (22) |
금천구 |
22.68 |
20.3 (24) |
관악구 |
21.08 |
20.2 (25) |
전체 |
25.41 |
25.73 |
어떤 분이 댓글에서 이렇게 질문하셨다.
"......... (저 투표율에서) 6-9%는 차감해야 하지 않을런지요."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이번 투표의 성향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투표한 사람들 중 2번항목을 찍었거나 무효가 된 표는 아무리 많이 잡아도 5% 이상이 되질 않을 것이다. 유효투표 중 5%의 무효 혹은 반대는 전체 투표수의 비율로 볼 때 이번 경우 기껏해야 1% 안팎이 된다. 쉽게 말하면 무효표 또는 2번표를 감안한다면 저 투표율에서 맥시멈 -1로 종친다는 것.
이건 상당히 중요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데, 저 25.7이라는 숫자에서 -1을 한 24.7, 즉 서울시 전체 유권자 중 25% 가까운 사람들이 주민투표가 되었든 어떤 선거가 되었든 투표장으로 반드시 나갈 사람들이고 반드시 보수(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한나라당) 후보를 찍을 사람들이라는 것.
이번 주민투표를 기준으로 보면 서울시 유권자가 8,387,278명인데,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이 중 2,096,819명은 투표하는 날이 맑건 궂건, 평일이건 휴일이건 간에 투표장으로 '반드시' 나갈 사람들이고 '반드시' 그나라당을 찍을 사람들이라는 거다. 25%의 고정적인 그리고 열성적인 투표자들을 확보한 집단이 저들이라는 사실을 일단 염두에 두고 논의를 해보자.
1.
중앙선관위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2000년 이후 지자체관련 재보궐선거(2007년 대선동시실시는 제외)의 평균 투표율은 30%다. 30%. 여기서 누가 당선이 되고 어느 당 후보에게 표가 많이 갔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 30%라는 산술적 수치이다. 실제 이 통계는 국회의원 재보궐이 함께 이루어졌던 선거까지 포함된 것이므로 전적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관련된 투표율을 따로 계산한다면 투표율은 더 떨어지지만 자세한 건 생략한다.
2.
이 재보궐 평균 30% 투표율이라는 것을 앞에 두고 이번 주민투표에서 나온 25.7%, 아니 무효표와 반대표를 뺐다고 치고 딱 25%로 계산해보자.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아무리 이것이 단순 수치비교라고 할지라도 여기엔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있다. 즉,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이루어진다고 했을 때, 맹목적 충성표 25%를 가지고 있는 한나라당과 대적하기 위해서 필요한 투표율은 최소 50%가 되어야 한다는 것. 즉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이 50% 이상이 나올 때 한나라당 후보와 대적해 볼 수 있다는 산술적 결과가 나온다.
3.
물론 이것은 거듭 강조하지만 산술평균에 의한 예상이다. 한나라당의 반대편에서 온 서울시민이 우러르는 사람이 떡 나타난다면 이런 계산은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스코어는?
홍준표와 청와대가 25.7%면 사실상 승리한 것이라고 하면서 쩌는 정신승리를 보여주는 것이 우습기는 해도, 그게 단순히 웃고 넘길 일이 아니라는 이유가 여기 있다. 쟤네들 계산으로 따지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투표율이 50% 미만만 나오면 이건 한 번 해볼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다.
4.
이게 가능한 이유는 또 있다. 다시 앞의 포스팅에서 또 긁어와 보자.
총 투표율 누적추이 시간대별 투표율
7시 : 1.68 0
9시 : 6.57 4.89
11시 : 11.55 4.98
12시 : 13.40 1.85
13시 : 15.82 2.42
14시 : 17.13 1.31
15시 : 18.39 1.26
16시 : 19.60 1.21
17시 : 20.84 1.24
18시 : 22.13 1.29
19시 : 23.52 1.39
20시 : 25.73 2.21
이게 어제 주민투표 실황이다. 물론 아직 휴가시즌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방학이다 뭐다 해서 약간 여유가 있었다고는 할지라도 정부여당은 물론 예배당과 군대까지 동원된 완전 관권선거에도 불구하고 이번 주민투표 실황중계의 내용은 이러하다.
즉 평일에 치루어지는 보궐선거에서 특별한 이슈가 없는 한 이러한 투표율 추이를 막을 방도는 사실상 없다는 거. 그런데 만일 오세훈이 빨리 물러나고 10월에 바로 보궐이 이루어진다면 그 날짜는? 10월 26일이다. 아... 그러고 보니 이날은 썬글라스가 얼굴 반을 덮었던 어떤 각하가 몸으로 총알을 막으셨던 그날이 아닌가... 어쨌든 그건 별일 아니고, 중요한 건 이 날이 수요일이라는 거. 어제도 수요일, 그날도 수요일. 물론 빨간 날 아님.
5.
이 대목에서 시선을 돌려 야당을 함 보자. 오세훈 빨리 나가라고 목청을 돋우고 있는 야당들, 10월 26일 보궐 선거에 내보낼 사람은 누구? 어떤 이슈로?
더욱 중요한 건, 평일에 치루어지는 보궐선거에 야당은 50%이상의 투표율을 만들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가?
실상 50%라는 건 미니멈이고 사정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오세훈의 장렬한 산화는 '세금폭탄'의 위협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을 결집시킬 수도 있고, 이번 주민투표결과를 보고 분노하거나 혹은 오세훈에게 지못미의 심정을 가지게 된 보수성향 유권자들로 하여금 한나라당 지지율을 더 높이도록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오세훈이야 이제 낙동갈 오리卵이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게 마냥 야당에 좋은 일만 시킨 건 아니라는 뜻.
6.
사실 정치를 논하면서 표계산만으로 앞뒤를 잰다는 건 가장 하수나 할짓이라는 건 맞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건 바로 이 표계산이다. 진보진영(이라는 말이 영 거슬리긴 하지만 통상 사용하는 말이니 쓰긴 쓴다만)의 통합이 어쩌구 하는 거, 실상 그 내막이라는 게 바로 이 표계산 아닌가?
그렇다면 야당들은 표계산이라도 정확히 하는 모습을 좀 보여주어야 한다. 그리고 그게 수권을 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 암시하는 일이기도 하다. 물론 행인처럼 건성건성 계산기 두드리는 인간도 이번 주민투표 투표율이 미니멈 23%에서 맥시멈 28%가 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마당에, 이바닥에서 닳고 닳은 수퍼컴같은 사람들이 이런 계산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문제는 이런 걸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는 거. 보여주지 못함으로써 신뢰를 쌓지 못한다는 거. 보질 못하니까 제대로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거다. 그래서 그런지 아직까지도 행인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쩌는 정신승리의 홍준표와 청와대를 비웃기 위해선 그들의 실낱같은 희망조차도 뭉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지금 야당들, 그런 자신감이 있는 건지, 있다면 그 자신감의 근거는 뭔지 참 궁금하다.
저도 그게 무지 궁금...
이 글도 e노트로~~
궁금증에 대한 답변이 나오게 될지 그것도 궁금합니다. ㅎㅎ
25% - 굉장히 높은 벽이라 느끼고 뭔가 근질근질 했는데 시원하게 긁어주시네요.
이게 얼핏 보면 4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라 쉬울 거 같은데, 정작 뚜껑을 열어보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서 말이죠. ㅜㅜ
조국이 있잖아요-_-:::: 지금 분위기로는 유시민이 나와도 될 것 같은 분위기인데요.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겠죠.
작대기만 꽂아놔도 된다던 식이라면 글쎄요... ㅎㅎ
설마 그정도로 헐하게 생각하고 있진 않겠...이라고 생각하다가도 능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 참 난감해요. ㅡ.ㅡ;;;
반대표와 무효표의 비율이 생각보다 더 많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볼만한 데이터가 있더라고요. 데이터 개수가 작다는게 문제지만.
어제 써놓은 글이 하나 있는데, 관련된 내용이지 싶어 링크합니다.
http://seethrough.tistory.com/12
훌륭한 분석 잘 봤습니다. 데이터의 표본이 적다는 것보다도 그렇게 협소한 범주 안에서 대단히 명쾌한 분석을 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일단 본문의 수치는 님이 적용했던 변수들이 적용되지 않은 것은 분명합니다. 또 기왕의 님께서 인용한 몇 가지 표본들이 보여줬던 어떤 가능성들을 적용할 때 유의미한 다른 해석도 가능할 겁니다.
다만, 이번 서울시 주민투표의 경우, 중앙일보의 통계는 실제 결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므로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으로 보이고, 주민투표 자체가 무기명 비밀투표가 아니라 공개투표가 되어버렸다는 점, 그리고 실제 반대표(및 무효표)가 얼마일지는 모르겠지만, 투표율 자체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총 유권자 수 중 오세훈 지지표와 의미있는 범위 내에서 거의 일치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문의 이야기처럼 그것이 곧장 다음 보궐에 투표율이 50% 이상이 되지 않으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은 매우 단순화된 결론이며, 오히려 님이 분석하신 내용이 더욱 정합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과는 별개로, 선거'공학'이라는 측면에서 한나라당에게 대적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인지를 야당에게 묻는 것이 제 글의 주된 목적이라는 것을 밝히는 것으로 족할 듯 합니다. 어쨌든 제 본문의 내용이 아주 정밀한 것은 아니므로 대강의 경향만을 엿볼 수 있는 수준에서 봐주시면 될 듯합니다.
다시 한 번 님의 분석이 매우 돋보인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좋게 봐 주셨다니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