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바뀌었다네
행인님의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징후가...] 에 관련된 글.
"무엇이 달라졌느냐? 묻는 사람들이 있네요. 이해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미국의 정권이 달라졌지요.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도, 세계도, 그리고 한국도 앞으로 금융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손질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사정인데도 옛날에 초안에 도장을 찍었으니 그냥 가자고 해야 하는 것일까요? 세상이 바뀌어도 꼭 같은 주장만 되풀이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노공이산
노무현이 다시 글을 올렸다.
재밌는 것은 한미 FTA의 내용에 대한 이야기는 앞의 글에서도 그랬고 뒤의 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는 거다. 더불어 이번 글에서 주된 요지는 이거다.
"미리 준비 해놓지 않으면 국회에서 이종 격투기나 하다가 게임 오버된다."
실로 고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게다가 세상이 바뀌었단다. 바뀐줄 모르는 사람들이 옛날 이야기만 하는 것이 문제라고 탄식까지 한다. 제대로 웃겼다.
노무현이 한 이야기에 대해 심상정이 여러 매체를 통해 날카롭게 비판 중이다. 정태인의 냄세가 솔솔 나는 심상정의 글은 어찌되었건 간에 노무현이 한미 FTA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개념박약을 적절하게 지적하고 있다. 심상정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노무현이 거의 의식불명상태에서 자판을 두들긴 이 글들에 대해 비판을 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노뽕의 마력에서 헤어나지 못한 무현교 신자들은 노교주의 구라에 미친듯이 환영하며 열광하고 있지만.
세상이 달라지긴 달라졌다. 이건희가 휠체어를 타지 않은 채 법정에 드나드는 것만 봐도 세상이 확 뒤집어졌다는 느낌을 받기 십상이다. 어차피 부르주아 독재체제의 한국사회에서 이건희가 휠체어를 탔든 타지 않았든 본질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표면적으로나마 그가 휠체어와 마스크 없이 법정을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로 비지니스 프렌들리한 세상이 되긴 한 거다.
게다가 의회를 장악한 수구집단을 보라. 탄핵정국을 틈타 어중이 떠중이 모아 날림으로 급조한 열우당이 의석 과반수를 차지했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할 정도다. 100년 가자던 정당은 흔적조차 사라지고, 반세기에 걸쳐 친일파와 친미파에 의해 명맥을 이어오던 자들이 이름만 바꿔 운영하는 한나라당은 앞으로도 반세기는 더 가게 생겼다. 또다시 당명이 바뀔 지라도.
한반도 내에서만 세상이 바뀐 게 아니다. 태평양 건너 샘아저씨의 나라에선 이런 세상에, 유색인종이 대통령에 당선되었다는 거 아닌가? 이거야말로 상전벽해, 말 그대로 세상이 바뀐 것으로 느껴질 수 있겠다. 더불어 잘나가던 신자유주의 맹주국 미국이 사회주의 국가로 탈바꿈 하게 생겼다는 우파들의 오바질도 보일정도로 시장원리주의자들의 기세가 꺾이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러니 심약한 노공이산이 "세상이 바뀌었다"라고 화들짝 놀랄만도 하다.
그러나 실제 세상이 바뀐 건 없다. 5년 간 청와대 주인장 노릇하다가 봉하마을에서 오리랑 소일을 하던 노무현, 어느날 불현듯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보니 이젠 대통령이 아니네? 뭐 이정도 수준에서 세상이 바뀐 것인지도 모른다. 그거야 지 머리속에 들어있던 세상이 깨진 건데 이걸 노무현의 사고수준에선 지 바깥의 모든 세상이 다 변한 것처럼 느끼고 마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정권의 위기를 국가의 위기로 등치시켰던 박정희나 전두환과 마찬가지로, 지 신세가 바뀐 것을 세상이 바뀐 것으로 등치시키는 노무현의 닭성 개념을 확인할 수 있겠다.
오바마가 자동차분야 재협상을 요구한다고 하더라도 한미 FTA 전체 틀을 획기적으로 바꿀 가능성은 전무하다. 한미 FTA 뿐만 아니라 NAFTA조차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오바마의 입장을 검토하더라도, 말이야 그렇지 그게 어디 오바마 맘대로 되는 일인가? 아닌 말로 메케인에게 돈 찔러줬던 메이저 곡물브로커가 오바마 주머니엔 돈 찔러 넣어주지 않았던 것도 아니고.
세상은 변한 것이 없다. 바로 변한 것이 없기 때문에 한미 FTA는 여전히 폐기되거나 원점에서 다시 논의되어야 하는 거다. 노무현이 정권의 최정점에 앉아 있을 때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었고, 노무현이 봉하마을 오리대장이 된 지금도 이 사실은 변함이 없다. 세상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꼭 같은 주장만 되풀이"하는 거다. 문제는 세상이 바뀐 게 없는데 세상이 바뀌었다고 착각하고 있는 노구라의 두뇌기능이다.
한국의 온라인 구라계를 선도하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는 뻥구라닷컴의 입장에서 보수구라계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노구라가 이런 식으로 자멸하는 것이 심히 안타깝다.
그냥 끝내기 좀 아쉬워서 몇 마디 더 붙여보자면, 한미 FTA 만이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노무현이 벌려놓은 일들이 지금 여러 사람 마빡 터지게 만들고 있다. 나열해보자면,
1. 비정규직 악법 - 비정규직 보호한답시고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씩이나 해서 통과시켰던 "비정규직 보호입법 3종 세트", 지금 그거 무슨 역할을 하고 있을까? 아주 걍 내년 7월이 두려워 덜덜 떨고 있는 비정규직이 지금 한 둘이 아닌데...
2. 쌀 직불금 - 설명 필요없고.
3. 정보통신규제입법 - 이것도 뭐 설명 필요 없겠다. 한마디만 붙이자면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 신설은 노무현 정권에서 자행한 온라인 통제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라는 거.
4. 미군기지 이전 - 계엄령도 없이 군대 동원한 것이 엊그제 일처럼 선하게 눈에 떠오르는데, 자국민들 머리통을 깨놓는 그 순간에 미군에겐 쓰지도 않을 돈을 갖다 바쳐 지금 미군이 한국땅에서 이자놀이 하려고 놀리는 돈이 1조가 넘어간단다.
5. 이라크 침공 - 이거 나중에 누가 책임지려고 그러나? 베트남때처럼 걍 지나간 일 잊자고 쌩까면서 토낄라고 그러나?
6. 한미 FTA - 이것도 설명 불요.
대충 지금 막 생각나는 것만 해도 이정도다. 애초 개념이라는 것 없이, 정치인인 주제에 정치는 하지 않고 경영이나 하려고 하는 이명박이야 앞으로 안 봐도 비디온데, 그나마 정치한답시고 깝죽댔던 노무현 일당은 어째 이런 짓들을 해버렸을까? 그런데 이제 와서 세상이 바뀌었다굽셔? 뉘뮈...
수고한다, 노명박. 민주주의 2.0에서는 왜 '노공이산'이란 아이디를 쓰고 있을까나? 노명박이 딱인데...
노명박에 한표요!!!
열나라당이나, 닫힌너거당도 좋았는데..ㅎㅎ
" 어차피 부르주아 독재체제의 한국사회에서 이건희가 휠체어를 탔든 타지 않았든 본질은 달라질 것이 없지만, 표면적으로나마 그가 휠체어와 마스크 없이 법정을 들락거릴 수 있을 정도로 비지니스 프렌들리한 세상이 되긴 한 거다."
요 부분은 정말 인상적이면서, 참으로 씁쓸한 지적이십니다...
동치미/ 노무현은 노명박이라는 별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나봐요. ㅎㅎ
산오리/ ㅎㅎㅎ
민노씨/ 지금 보니 저도 씁쓸하네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