걍 끄적 끄적
38년 전 자신의 몸을 사렀던 한 노동자의 기일이었구나. 뭐 거창하게 혁명하자고 설친 것도 아니고, 그저 근로기준법이나 지켜달라고 하소연 한 것이 다였는데, 그 알량한 소원이 무려 40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별로 지켜질 기미는 안 보이고. 하긴 뭐 근기법 자체가 이제 유명무실해지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으니...
엄숙한 기일을 코앞에 두고 그 노동자가 잠들어있는 동네 근처 어름에선 사람을 토끼처럼 몰아 잡아 가두는 사태가 발생했고, 장기투쟁을 벌이던 이랜드는 간부의 복직을 포기하는 선에서 합의가 되었다. 잡혀간 이주노동자들에겐 투쟁의 응원을, 다시 일터로 돌아가게 된 이랜드 조합원들에겐 힘찬 격려를.
근기법 지켜달라는 소원은 한 세대가 훌쩍 지나도록 요원한데, 종부세는 기껏 5년도 채우지 못하고 무용지물이 되었다. 헌재의 노련한 법관들은 전체 틀 자체는 합헌이라고 하면서도 핵심내용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하는 나름대로의 '정치력'을 보여준다. 강만수가 강남가서 뭐라고 할까?
"거봐, 내가 뭐랬어! 내가 한 자리 하는데 손해본 놈 있으면 나와봐~! 음홧홧홧홧~!!"
물론 강부자 고소영 있는 자리에서만 저런 소릴 해야겠지. 딴데 가서 했다가는...
11월 13일.
이렇게 날이 저물어간다. 그러고보니 올해는 처음으로 노동자대회 참여를 하지 않았구나. 허허... 잘했다. 내년에도 뭐 굳이 마음 내키지 않으면 걍 방구석에 처박혀 있던가...
그러고보니 오늘은 수능이네.
제발 올해에는 수능성적때문에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없기를.
이런 씨잘데기 없는 경쟁 없는 세상을 염원하더라도 살아서 하기를.
죽어봐야 1세기가 가기 전에 이 땅엔 그런 세상 오지 않으니까 죽는 넘만 손해라능...
다들 시험들 잘 치루시고 12년간의 감옥살이에서 하루쯤 해방되시기를...
저도 그냥 잊고 지났는데, 전태일 기일이었네요...
점점 전태일이 바라는 세상과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ㅡ.ㅡ;
그리고 말씀처럼 수능 때문에 엄한 짓하는 아이는 없었으면 좋겠네요.
민노씨/ 수능때문이라기보다는 '배틀로얄'같은 학교생활이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는 거죠. 생각할 기회는 주지 않은 채 기계가 되기를 요구하는 학교... 이젠 그러고보니 다 우리 탓이 되어버렸네요. 소위 기성세대의 책임. 걍 미안한 거죠, 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