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지저분한 이야기...(비위 약한 분들은 읽지 마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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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발이라는 '곤충'(?)이 있다. 이게 쉽게 이야기하자면 왜 옛날 시골 얼라들 마빡에 기생하던 '이'같은 건데, "사면발이 걸렸다"고 하면 대충 그넘이 어디 엄한데 가서 불결한 환경의 응응응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종의 성병인 거다. 실상 그렇고...
이 희한한 흡혈곤충의 이름은 공식적으로 '사면발이'라고 하는데, 일종의 통용어로는 "쎄맨발이" 간혹가다가 군대에서는 "갈갈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걍 표준어인 "사면발이"로 표기한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직한 공장에 자칭 타칭 "갱상도 싸나휘" 또는 "부산 갈매기"라고 불리던 선배가 하나 있었다. 이 사람은 일도 잘하고 사람이 재미도 있고 축구도 잘하고 족구도 잘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술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암튼 좋게 말하면 다재다능, 좀 거시기 하게 말하면 잡질에 능한 그런 사람이었는데, 어쩌다가 그만 사면발이에 걸리고 말았다.
처음에는 그게 그건지 잘 모르고 지나가는데, 이 쬐깐한 녀석이 알을 까고 피를 빨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고통이 엄습한단다.
어느날 부턴가 이 선배가 기숙사에서건 현장에서건 수시로 사타구니로 손을 넣어 벅벅 긁기 시작하는데 그게 워찌나 꼴불견인지... 병원에 한 번 가보라고 해도 걍 가려울 뿐인데 뭐하러 병원엘 가느냐고 버티기를 며칠.
하루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잠깐 휴게실에 들렸는데, 여늬때처럼 거시기에 손을 집어넣고 벅벅 긁고 있던 이 청춘, 갑자기 바지춤을 벌리고 한참 그 안쪽을 들여다보다가 뭔가 발견한 것처럼 사람들을 부르기 시작했다. 뭔가 싶어서 가봤는데, 지도 쪽팔린지 후배들은 쫓아내고 지 동기들과 함께 구석탱이로 들어가 신체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폭소와 함께 야유가 터져나왔다. 선배 동기 하나가 웃음을 참지 못해 인상을 달마대사처럼 구기면서 튕겨져 나오더니 큰 소리로 외쳤다. "푸하하하하하~!! 저 쉑 쎄맨발이 걸렸어! 와하하하하~!"
그게 뭔지 몰랐던 행인,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사면발이에 걸린 선배에게 물었더랬다. "형, 그게 뭐야? 사면발이??"
쪽팔림과 황당함에 얼굴이 벌겋게 물들어 있던 이 선배, 애꿎은 행인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가라, 임마~!"
그리곤 그 악몽의 사건들이 시작되었다... 뚜시궁~!
하루는 퇴근을 하고 기숙사로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가는데 문이 빼꼼히 열려 있고, 어스름한 방 한 구석에 어떤 덩어리가 쪼그리고 앉아 뭔가를 꼼지락 거리고 있었다. 더욱 괴기스러웠던 것은 이 덩어리가 자기 앞쪽으로 렌턴을 켜놓고 있어 문쪽으로 보이는 그의 등짝이 무슨 개기일식때 해 안으로 들어간 달처럼 꺼무칙칙해 보이는 거였다.
흠칫 놀란 행인, "뭐여? 누구여?"하고 묻자 렌턴에 반쯤 반사되는 괴기스러운 얼굴을 돌린 사람은 바로 그 사면발이 걸린 선배. "내다(나다)"
"어라? 형. 어떻게 들어왔어?"
"문이 열렸더라."
"근데 불도 안 켜고 뭐해?"
불을 켜려 하자 갑자기 당황한 이 선배. "불 켜지 마라, 고마."
행인이야 뭐 그러거나 말거나 불을 확 켰다. 그러자 보이는 이 어이 없는 시츄에이션. 이 인간이 바지를 거의 벗고 돌아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아, 거 불 키면 안 되는데..."
"뭐하는 거여?"
"쎄맨발이 잡고 안 있나."
"??"
"이건 스폿 롸이트를 비춰야 잘 잡히는 긴데..."
알고 봤더니 이 가증스러운 선배님께서 랜턴으로 지 거시기를 비추고 터럭 사이를 활보하고 있는 사면발이들을 포획하여 행인의 방에 방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 쉬파... 뭐하는 짓이여?"
성질난 행인이 이 인간의 등짝을 걷어차며 나가라고 소리치자 이 선배 왈, "내 혼자 당할 수 있나? 같이 당해야지..."하면서 고이춤을 주섬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거다.
혹시나 방구석 어디엔가 잠복하고 있을지 모를 사면발이에 대한 공포로 기숙사 관리인 아저씨에게 초강력 진공청소기(공장청소용)를 급히 빌려와 평생 하지 않던 방청소를 하고 하이타이 푼 물을 방구석에 뿌려 걸레로 닦아낸 후 바퀴벌레 잡는 스프레이를 온통 뿌려놓고 한 이틀을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물론 방문 밖에 "출입금지" 딱지를 커다랗게 붙여놓고...
그러고 나서 며칠 후, 야간 근무를 하는 주였는데, 낮 동안 퍼질러 자고 일어나 슬슬 출근준비를 하고 있었더랬다. 세면장에 가려고 도구를 챙기는데 면도기가 보이질 않는다. 이곳 저곳 아무리 찾아봐도 이넘의 면도기가 도대체 어디로 갔는지 완전 행방불명. 내가 어디 놓고 잃어버렸나,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세면장으로 가는데 세면장 앞에서 그 선배와 마주쳤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지나가려는데 이 선배가 뭔가를 불쑥 내민다. 그렇게 찾던 면도기였다. 어라, 이게 왜 여기 있지? 아, 내가 쓰고 걍 세면장에 놔뒀었나 보군. 이렇게 생각하고 면도기를 받아들었다. 후배의 물품을 챙겨준 선배에게 내심 고마운 마음까지 드는 순간이었다. 순진하기는...
그런데 이 선배가 면도기를 건넨 후 하는 말이, "잘 썼다."였다. 어? 그럼 이게 내가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선배가 쓰려고 집어갔던 거였던가?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러고선 아무 생각없이 지나치려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머리속을 스쳤다.
분명 "잘 썼다"고 했는데, 이 선배의 턱과 코 밑에는 들쭉날쭉한 수염이 그대로 붙어 있는 거다. 그리하여 또 궁금해진 행인, 친절하고 알흠다운 대화를 시작하는 거였다.
"면도한 거야?"
"응!"
"면도 했는데 어째 코털이며 턱털이며 그대로여?"
"아, 거가 아이라(거기가 아니야)."
"엥? 그럼 어디다 쓴건데?"
"아, 고 쎄맨발이 없앨라카믄 거시기 털을 밀어야 안 되나? 거(거기) 밀었다."
워... 이 충격. 뭐 이런 깓뗌같은 일이... 지 거시기 털을 내 면도기로 밀었다고 자신있게 대답한 후 쒱하니 사라져버리는 선배의 뒤통수와 손에 들고 있던 면도기를 번갈아 쳐다보던 행인, 결국 몇 번 써보지도 못한 당시 최고급 면도기를 쓰레기통에 쳐넣어버리고 말았던 거다.
털을 밀어버린 그 선배, 어디서 들었는지는 몰라도 가려움증이 생길 때마다 바지춤을 벌리고 그 안에 에프킬라를 쏴대기 시작했다. 아, 쉬바... 더런 짓은 골라서 다 하고 있다. 도대체 시도 때도 없이 뿌려대는 통에 불과 이삼일만에 에프킬라 한 통을 다 써대다니. 저러다가 혹시 에프킬라 부작용 생겨서 나중에 장가도 못가면 어쩔라고 저러나 걱정까지 되는 거 아닌가? 하긴 뭐 니꺼 고장나지 내꺼 고장나냐는 심정으로 모른 척하고 지냈더랬다.
그러고선 며칠 후, 분석실에 있던 동기넘이 쫓아 올라와 희안한 것을 보여주겠노라고 행인을 데려갔다. 공정 중에 뭔가 잘못된 샘플이라도 나왔나 싶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며 실험실로 간 행인. 동기넘이 들이미는 광학현미경에 눈을 들이미는 순간, 생전 처음보는 기괴한 생명체로 인해 악! 소리가 튀어나왔다.
이건 뭐 에이리언 사촌같이 생긴 넘이 다리도 몇 개 달린데다가 그 다리마다 갈쿠리가 하나씩 붙어 있고 뭐 하여튼 형용할 수가 없을 정도로 망칙하고 무시무시하게 생긴 넘이 떡하니 지 몸을 보여주고 있는 거 아닌가?
"워... 이게 뭐야?"
"이게 그 쎄맨발이래."
"헉... 이걸 어떻게..."
"000선배가 샘플을 제공했지."
에... 디러... 워매, 토쏠리는 거...
이 흉칙한 거를 달고 다녔더란 말인가...
이걸 내 방에 풀어놓고...
이넘 잡겠다고 내 면도기를 갖다 쓰고...
워... 이 원수...
결정적 사단은 그로부터 며칠 후에 벌어졌다. 12시간 근무도 모자라 잔업까지 하느라 완전 녹초가 되어 퇴근했던 그날 밤. 날은 후텁지근 하고 해서 방문 활짝 열어놓고 선풍기 쎄게 틀어놓고 깊은 잠에 빠졌더랬다. 근데 자는데 왜 그리 꿈자리는 사납고 몸은 더 더워지고 숨까지 차는지, 결국 그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새벽녘에 잠이 깼다.
비몽사몽간에 깨어나 몸을 일으키다가 그만 거의 기절 직전까지 가버렸다. 뭔가 시커먼 것이, 그것도 홀라당 벗은 덩어리 하나가 바싹 달라붙어 코를 골고 있었다. 에그머니나, 몽롱했던 정신이 확 깨면서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얼른 불을 켠 행인, 그만 경악을 하고 말았다.
그 선배가, 알몸으로 드러누워 행인과 밀착해 잠을 자고 있었던 거다. 이건 뭐 변태도 아니고... 화가 머리 꼭대기까지 치밀어 완전히 뚜껑이 열린 행인, 선배를 걷어차고 소리를 버럭버럭 질렀다.
"아, 쉬파, 뭐하는 거여? 지금 제정신이여? 아, 안 일어나??"
난리 버거지를 피우자 그때서야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그 선배.
"어라? 니 안 잤나? 우째 벌써 일났나(일어났냐)?"
아니 그걸 말이라고... 행인, 썽질을 버럭 버럭 내면서 뭐하는 짓이냐고 재차 따졌다. 그랬더니 아직 덜깬 잠에 푹 절은 눈을 끔뻑거리면서 이 인간이 하는 말...
"쎄맨발이 옮길라꼬..."
"아니, 뭐여? 형,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 지금 제정신인 거?"
"누가 그카데(그러데). 쎄맨발이는 옮기뿌면 낫는다 카던데(옮겨버리면 낫는다고 하던데)..."
그날 이후 확인해본 결과 이 인간, 행인에게만 그랬던 것이 아니라 기숙사에 사는 거의 모든 후배들에게 똑같은 짓을 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런 짓의 결과로 사면발이에 걸린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천만다행이랄까.
이후 기숙사에서는 000 주의보가 내려졌고, 전방 100m 이내에서 그 선배가 발견되면 즉시 대피하는 한편,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도 출몰상황을 전파하기로 하는 대응책이 마련되었다. 항상 방문을 걸어잠그고 다니기로 했고, 기숙사 사감님과 협의하여 이 선배가 다른 방의 열쇠를 요구할 때는 가차없이 거부하기로 결정했더랬다.
그러나 어쨌건 이 지독한 사람이 근 한 달 이상을 그렇게 에프킬라 뿌려대면서 버티다가 결국 지풀에 못이겨 병원엘 갔다. 제 딴엔 병원 가는 것이 쪽팔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온 공장 안에 소문이 나돌아 남자동료들은 물론 여자동료들에게도 알려짐으로써 인간이 건전치 못하고 칠칠맞기까지 하며 게다가 동료들을 고통의 도가니에 함께 끌고들어가려 하는 물귀신적 기질까지 있다는 평가를 받게 되어 더욱 심각한 개쪽의 크레바스에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병원다니고 불과 얼마 가지 않아 사면발이 소동은 잠잠해졌다. 그러나 그 선배는 뭔 일 있을 때마다 사면발이 걸렸던 전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술안주감이 되어야 했다.
문득 만 17년 전의 이 사건이 생각나는 이유는...
이명박이 단행한 "사면" 때문이었다.
이런 류의 "사면"은 "사면발이"를 연상케 한다.
디러운 것들...
[080813_신문보기]4년마다 찾아오는 블랙홀 '올림픽'에 빨린 한국사회 교활한 2MB, 그동안 베이징올림픽과 광복절만 기다려온 듯.... 오늘 신문보기에 앞서, 요즘 도서관에서 불질을 하다 틈이 나면 <국방부 불온서적 23권>으로 선정된 책 '김남주 평전(한얼미디어)'를 읽고 있습니다. 그동안 시인 김남주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는데, 그의 삶을 쫓아가다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의 세계관과 생각, 행동과 실천들. 공감하고 배워야 할 부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