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D 일냈다~!
Septimus님의 [우익테러작렬] 에 관련된 글.
HID, 특수임무수행자회. 사실 이런 조직이 한국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의 시스템이 얼마나 부실한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거다. 결국 이 개코메디같은 사회구조는 21세기 한국사회를 자유당시절로 되돌려 놓는다.
어제 밤에 진보신당 당사로 난입해 현판을 부수고 소화기를 집어던지고 당원들을 폭행했던 HID 사람들. HID는 술김에 저질러진 우발적 사건이고 본 회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오히려 지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5일부터 30일까지 진보신당 앞에서 집회를 하겠다고 집회신고를 냈다. 명예회복을 위한 집회란다. 적반하장도 이정도면 4차원 수준이다.
우발적이든 계획적이든 간에 현장에 있던 당원 한 명은 머리가 깨져 CT촬영을 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한 명은 기브스 하고 누워있고, 여성당원들은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욕설을 듣고 아직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고. 그런데도 경찰이라는 것들은 딴청피우고 그 난장판 다 벌어진 후에야 대충 연행하는 척 했다가 날 새고 난리가 나니까 그제서야 구속영장 신청한다고 설레발이를 치고 있다. "빨갱이" 운운하면서 개난장을 벌인 HID에 대해 명예회복을 요청해야할 곳은 진보신당과 촛불이다. 개처럼 두드려 맞은 당원들에게 손해배상도 해야할 거고.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런 조직이 움직인다는 것 자체다. 도대체 세상 어느 나라의 전직 스파이들이 이익단체를 만들어서 백색테러를 공공연하게 자행한다는 건가? 007로 유명한 MI5 전직 요원들이 이익단체만들어서 런던 시내에서 프로판 가스통에 불붙여가며 난리쳤다는 이야기는 듣도 보도 못했다. 미국 국가안전국(NSA)소속의 전직요원들이 워싱턴에서 데모질 했다는 이야기 들어는 봤나? 모사드 전직요원들이 예루살렘 시내 도로를 점거하고 명예회복시켜달라고 난리쳤다는 기사는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한국의 전직 스파이들은 왜 이렇게 된 걸까?
원래 특수임무수행자, 일명 북파공작원을 정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정부는 젊은 청춘들 데려다가 인간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을 시켜놓고 완전히 팽개쳤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1990년대까지도 북파공작원의 존재를 부인했다. 북한에 대한 간첩질을 한 적이 없다는 거다. 그러나 실제 북파공작원들은 존재하고 있었고 이들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보상도 받지 못한채 불명예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다가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 이들의 문제를 공론화했고 오랜 동안 정부와 싸운 결과 이들의 명예회복과 보상을 위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사회적인 관심을 받게 된 것이었다.
어느 나라든 전직 스파이들에 대해서는 그들이 사회적 불만을 가지고 반사회적 활동을 하거나 또는 적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선의 보장을 한다. 007이 뽀대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거다. 존재 자체가 드러나서도 안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관리를 하는 거다. 스파이활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 뭐 옳으냐 그르냐를 따지는 것은 열외로 하고 말이다.
결국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의 집권세력들은 스파이관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이들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사실 이런 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재향군인회니 성우회니 하는 집단들은 HID와는 또 다른 성격을 가진다. 재향군인회니 성우회니 대령연합회니 자유총연맹이니 하는 것들은 애초부터 잘 먹고 잘 살던 넘들이 죽을 때까지 잘 먹고 잘 살겠다고 저짓 하고 있는 거고.
제대로 시스템이 작동했다면 HID 전직 요원 같은 사람들은 개별적인 보상으로, 그것도 알려지지 않게 해결되었어야 한다. 이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가 난리가 나자 얼렁뚱땅 땜빵으로 처리를 하려다보니 무슨 법률까지 만들게 되고 이익단체가 결성되서 움직이게 되버렸다. 결국 이 단체는 기댈데라고는 힘가진 애들밖에 없고, 할 줄 아는 것은 몸 쓰는 것밖에 없다보니 돈 있고 권력있는 곳이 명박이와 한나라당이라는 판단이 드니까 거기 붙어서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거다.
얘들 삽질하는 통에 피해를 보는 곳이 또 있는데 그게 특수임무수행자유족회다. 지난 번 현충일에 HID 애들이 벌였던 위령제 과정에서도 이 유족회 회원들, 엉뚱하게 욕을 먹더니 지금도 그짝이 났나보다. 소모품으로 나라에 의해 이용되었다가 이젠 그 이름팔아먹는 넘들때문에 명예훼손 당하고... 참 안타까운 일이다.
백색테러라는 용어가 실감나는 이 사건은 진보신당 현판이 작살난 것 외에 중요한 문제들이 함의되어 있다. 언급했던 것처럼 국가의 시스템 부재, 그리고 촛불에 대한 수구의 증오, 백색테러를 조장하는 공권력의 엄호와 정권의 뒷배. 여기에 더하여 지금 상황이 수구세력들로 하여금 심각한 우려를 갖게 할 정도로 파급되고 있다는 것. 어차피 쟤네들에겐 선택지가 두 가지 밖에 없다. 걍 무릎 꿇은 후 5년간 암 것도 하지 않다가 대충 물러나는 것. 아니면 이판에 결사항전해서 반대집단을 작살낸 후 대운하도 하고 민영화도 하고 기타 등등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거.
그렇다면 반대편에 있는 촛불들 역시 둘 중의 하나다. 대충 상황정리하고 5년 간 꾹 참고 살던가, 아니면 이 참에 명박이가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던가. 나야 뭐 이미 뒤편의 것을 선택했다만... 조용히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원을 왜 자꾸 깨냔 말이다, 이 명박이 쉬배라리우스야...
행인님의 [HID 일냈다~!] 에 관련된 글. 과거사정리, 과거청산 이야기만 나오면 조중동은 주로 예산을 들먹이며 혈세낭비를 지적하곤 한다. 한 번 살펴보자. □ 각 과거사위원회 예산현황 (단위: 억원) 위원회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