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째 설사

잡기장
꼽아보니 벌써 한달째 설사를 계속 중이다. 어제야 병원에 갔는데 이것저것 묻고 배 몇 번 눌러보더니 별거 아니라고는 하는데..

당분간 굶으라고 해서 굳어버렸다.
굶기 싫으면 미음이나 죽을 해먹으라는군.
그런데 그 말을 듣는 딱 그 순간부터, 배가 무자게 고프기 시작했다.

어제는 노동넷 가서 일을 했는데
거기 가스렌지가 고장이 났네. 전자렌지도 없다.
결국 편의점에서 죽을 사먹었다. 죽 가게가 있긴 있는데 가격이 만만찮았던 걸로 기억나서 패스
하지만 그런거 먹고 만족하려면 열개는 족히 먹어야 할 거 같고...

결국, '뭐든지 잘 꼭꼭 씹어 먹으면 되겠지. 백번 씹어주자' 하고
밤 10시에 떡볶이를 사 먹었다. 그리곤 어제 밤새 일하고 아침에 본집으로 돌아와서 자고 일어나니
다시 설사..

흑. 결국 미음을 만들어 먹는데 당최 씹는 느낌이 없으니 허젆다.
수박이 있길래 먹으려니까 설사엔 과일이 안 좋다고 해서 그것도 못먹고...
미음에 조선간장 몇방울 떨어뜨리고 물김치 국물, 된장찌개 남은 국물 몇방울 넣으니 맛은 괞찮으나
역시 먹어도 먹어도 그렇게는 속이 허전하다.

난 옛날 주위 사람들이 동조 단식이다 뭐다 할때도 그것만은 못하겠다고 했는데
아... 먹고 싶은 걸 맘 놓고 못 먹으니 사는게 우울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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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3 18:11 2008/06/1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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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ri 2008/06/13 18:55 URL EDIT REPLY
아이고..여지껏 고생이네... 나는 트랜스미션 이후 일주일 빡세게 고생하고, 병원도 가서 생전 듣도보도 못한 약도 먹어가면서 겨우 나았는데.... 그때 내 생각은 이렇게 고생하지말고, 며칠 내 몸 추스리는데 최선을 다하자 하여, 아예 안 먹거나, 혹은 죽 먹고 매실즙 챙겨마시고.. 잠 잘 자고 하여 겨우 나았던 기억이... 그런데 의사샘 왈 열흘이 넘어가면 큰 병원에 가봐야 한다 하니, 당분간 몸 챙기시구려....
앙겔부처 2008/06/13 23:52 URL EDIT REPLY
장염 아니에요??? 물 많이 마시고... 배에게 사과하세연;ㅅ;
적린 2008/06/14 00:13 URL EDIT REPLY
빨리 나서라.
지각생 2008/06/15 04:49 URL EDIT REPLY
minari// 아예 안먹고 장을 쉬어주라는데 그게 잘 안되니..
앙겔부처// 흑 뉘우치고 있어요 미안해 용서해주 ㅜㅜ
적린// 고맙어
2008/07/03 22:52 URL EDIT REPLY
바보지각생!!바보지각생!!바보지각생!!바보지각생!!바보지각생!!
나루 2008/07/05 01:58 URL EDIT REPLY
이제 좀 나아졌어요?
결국 얼굴도 못보고 다시 서울을 떠났어요
건강 잘 챙기시길
지각생 2008/07/07 11:14 URL EDIT REPLY
존// 흥
나루// 고맙삼. 담에 꼭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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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말하기로 이순간 나를 소외시키지 마

잡기장
유이님의 [내 의견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에 관련된 글.

요즘 블질도 그나마 잘 안하니 표현하는 게 두려운 정도가 아니라 멍~하고 텅빈 느낌, 아예 아무 생각이 없는 듯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생각들은 나를 거쳐 쉭쉭 지나가버리고 언어로 전환할 시간마저 주지 않는 듯한.

가르친다는 것이 뭘까. 내 주위엔 똑똑한 사람이 너무 많다. 사생활이 별로 없이 일과 직간접적으로 (활동이랍시고 하는 것도 "일"이라고 한다면) 연관되서 사람을 만날때가 많다보니, 대화는 피상적이다가 갑자기 서로를 가르치고 뽐내는 식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 오히려 "가르침" 없는 대화가 더 적게 느껴지고 그만큼 목말라하기도 한다.

꼭 어떤 내용을 얘기하기 때문에, 사회와 철학과 뭐 어려운 뭔가를 얘기해서 "가르친다"는 느낌을 받고 거부감을 갖게 되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내가 평소에 관심 있고 지금 내게 필요한, 그래서 내가 원하던 내용에 대해서는 누가 뭘 얼마나 많이 얘기하던 한동안은 거부감없이 기꺼이 얘기를 받아들일 수가 있다. 근데 내가 관심이 없거나, 어느 정도는 아는 얘기를 A부터 Z까지 한다거나, 내가 듣던 안 듣던 자기가 신나서 하는 얘기는 금방 싫증이 나고, 계속 되면 짜증이 나고, 그래도 안 그치면 이후 한동안 계속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듣기 싫어지게 되기도 한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 어떤 관계로 "대화"를 하느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공명하면서 주고 받느냐, 얼마나 서로 이해를 추구하며 말 이상의 말을, 생각을 나누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까 한다. 듣는 사람의 상태, 관심, "대화 기술적 훈련도" 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얘기한다던지, 얘기가 진행되면서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그리고 서로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계속 인식하면서 조율하지 않는다던지. 즉 "혼자 마이크 너무 오래 잡고 있지" 않아야 한다는 것. "가르치려 들지 말아라"라는 말은 "얘기에서 나를 소외시키지 말아라"는 말이고, 워낙에 운동하는 사람 중 그런 개념이 미탑재된 사람들이 일대다의 말하기, 글로 자기 생각만 끊김없이 한참 말하기 방식만을 고집한 것이 오래되서, 그런 사람들이 하는 내용, 그런 방식, 상황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게 된 건지도 모른다. 피로가 쌓여 있달까.

길게 쓸게 아니었는데.. -_-

"일대다"의 말하기, 확성기와 마이크 잡고 연단에서 말하기, 이런 말하기는 그 순간에 한명의 목소리가 여러 청중을 압도하고, 일방적으로 개입없이 끝까지(자기 성찰 때까지) 말하게 된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을 소외시키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을 아예 안할 순 없을 거다. 텔레파시를 통해 비언어적 수단으로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지거나, 공각기동대에서 나온 것처럼 하지 않는 바에야 이런건 필요하겠지. 대신 그런 말하기 방식은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두 다 아는 얘기하지 말고 자기 생각, 의견을 깔끔하게 얘기하고 마이크를 더 많은 사람들이 잡을 수 있게 돌려주는 것. 기왕 마이크 잡았으면 모두가 공명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 (노래를 하던가 ㅋ) 그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몰(mole)과 분자"에 대해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마이크 잡고 일대다로 말하는 것은 "몰"이고, 인터넷 게시판에서 너도나도 동시에 생각을 꺼내고 말한 순서와 위치와 상관없이 계속 뭔가 오고갈 수 있는 방식은 "분자"다. 한 명 한 명의 개성이 드러나지 않는 "청중"에 대한 말하기는 "몰"이고 바로 옆에 있는 한 사람 그리고 몇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는 것은 "분자"다. 자기 말 다 끝날때까지 듣고만 있으라고 하는 것은 "몰"이고, 내가 말하는 도중에 듣는 사람이 더 들을 필요 없이 이해를 했거나 더 좋은 생각과 표현이 떠올랐는지 관심 갖고 말할 기회를 넘겨주고 다시 넘겨 받는 것은 "분자"다. 87년과 08년이 뭐가 달라진 것이냐면, 이젠 "몰"의 정치에서 "분자"의 정치로 넘어가야 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바뀌길 원해? 그럼 나를 이해해봐. 나를 이해할 마음 없이 바뀌기만을 바라지마. 이렇게 얘기하는 누군가를 상상하고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겹치는 모습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일까.

가르쳐도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가르침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최대한 찾아서 그 사람이 필요한 방식으로 가르치면 된다. 그런 노력 없이 그냥 주위에 모든 사람에게 목소리만 높여 얘기하는 것은 당연히 폭력적이다. 요즘 인터넷 보면 필요한 말은 다 나온다. 굳이 똑똑한 몇 사람이 아니래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주고 받다 보니, 정말 "필요한 말은 누군가가 거의 다 한"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확신하게 된다.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 꼭 지금 여기서 모든 것을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물론 지금의 상황에서 대체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그러니 나는,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유를 갖자"고 제안한다. 분노가 치밀면 분노를 담아 원껏 싸지르는 거 좋다. 건강에도 좋고 듣는 사람도 시원할 지 몰라. 대신 설명을 너무 오래할 필요는 없다. 든는 사람들이 지금 바로 모든 걸 이해하고,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행동으로 옮겨질 것을 기대하지 말자. 시간이 필요하고, 더 주고 받고 오고가며 확신이 필요하고, 그 동안 개인의 역사적 흐름을 바꿀 만한 동기와 힘이 필요하다. 그 힘이 얘기를 오래 하고 그 말에 스스로 무게를 더한다고 해서 바로 되는 건 아닐꺼다. 과연 듣는 한 사람의 일상 전체와 마주해서 바꿔 놓을 만한 사람이 있을까? 그럴 수 있다면 종교 지도자는 될 수 있겠지.

"가르치려 들지 말라"는 말은 듣게 만들려는 사람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그리고 일방적인 것 말고 서로 조금씩 계속 주고 받는 대화를 하자는 의미로 받아들여서 안될 것 없다고 본다. "너 나 알어? 내가 무슨 생각하고 있는지는 알어? 너의 말하기로 이순간 나를 소외시키지 마"

근데 이 글도 가르치는 방식인가... 요즘 글이 계속 길어지니 큰일이야. 옛날처럼 짧게 자주 생각나는대로 싸지르는 블질을 해야... orz 유이님이 마침 계기를 제공해서 옛날에 하고 싶었던 말을 좀 꺼내놨네요. 내 스스로도 안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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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13 14:51 2008/06/13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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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이 2008/06/14 04:19 URL EDIT REPLY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여유를 갖자"고 제안한다 --> 참 공감이 되는 부분입니다...^^
지각생 2008/06/15 04:49 URL EDIT REPLY
말은 쉬운데 실제로는 잘 안되죠 ^^;;
18송이민들레 2008/07/15 11:47 URL EDIT REPLY
히~...굉장히 공감되는 글입니다...이번에도 저희 연대회의 뉴스레터에
글을 좀 훔쳐가겠습니다...^^; 연대회의 김희웅 간사(011-786-2411)
지각생 2008/07/16 22:57 URL EDIT REPLY
아이고... 여기 글들이야 얼마든 맘껏 가져가셔도 좋으나.. 어찌 이 부끄러운 글을..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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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봉기와 IT

잡기장
지각생[모든 곳에 우리의 미디어를!] 에 관련된 글.

오늘은 아침을 거리에서 맞지 않았다. 2주에 걸친 설사로 체력이 떨어진 탓일까, 며칠 새지도 않았는데 어제 저녁은 너무 피곤해 서 있기도 힘들었다. 구호를 외치려 해도 목소리도 잘 안나왔다. 양말을 안 갈아신고 그냥 나온 탓인지 발이 금방 아파왔다. 그래서 오늘 새벽도 사람들이 무탈하지 않을 거란 걸 알면서, 사실은 더 겁이 나서 밤 10시도 안되서 광화문을 떠났다. 대신 집에 가지 않고 사무실에 와서 내가 할 일을 하기로 했다. 근데.. 와서 좀 있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요즘은 밤을 새지 않은 날엔 아침에 눈이 번쩍 떠진다. 그리고는 바로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뉴스를 본다. 사무실에 한겨레가 오지만 종이 신문을 읽지 않는 것은 이제 거의 습관이 됐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뉴스는 별로 업데이트가 안됐다. 아니면 "참사"가 없었거나. 그럴린 없을 것 같다. 계속 몇 곳을 왔다갔다 하고 다시 페이지를 열어보지만 뉴스가 올라오는 속도는 답답하다. 검색을 해보고 몇군데 커뮤니티를 들어가본 후 인터넷 생중계를 해주는 몇군데 사이트를 가본 후, 아프리카에 들어가 생중계를 켜 놓고 다른 일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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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검색해보니 경찰의 폭력 진압에 대한 영상과 사진이 쏟아진다. 검색어를 굳이 "폭력" 으로 하지 않고 "촛불" 정도만 넣어도 어렵지 않게 찾아진다. 이미 많이 알려진, 쓰러진 학생을 군화발로 짓밟고 걷어찬 장면에는 그저 분노가 치솟는다 (알고 보니 그 후에도 또 폭행을 당했다고 한다.) 그런 분노를 나만 느낀 것이 아니기에 곧 인터넷 게시판들은 성토와 처벌 요구로 들끓는다. 영상을 찾아낸 사람들은 계속 이곳저곳에 퍼나르며 아직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애쓴다.

거리에 있을 때 인상 깊은 것은 경찰이 폭력을 행사할때 "번쩍"하고 나타나는 수많은 "눈"들이다. 캠코더, 디카, 그리고 폰카까지, 경찰이 함부로 굴려 하면 즉시 사람들은 그 장면을 포착해 둔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너도나도 인터넷에 그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경찰 폭력의 실황을 알린다. 누가 시켜서, 몇몇 사람들이 하는 게 아니기에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그게 거짓이라고 부정할 수도 없다. 심지어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면, 정말 어떤 전문가도, 권력자도 움직일 수 없는 "진실"이 그대로 전해진다.



바로 그런 "수많은 눈"과 인터넷이 있어, 예전부터 있었지만 알려지지 않은, 숨겨지고 왜곡되고 피해자를 비난해서 정당화하던 경찰 폭력과 비인권적 만행이 이제 온세상에 명백히 드러나게 됐다. 지금까지 경찰들이 수 많은 노동자들, 농민들을 무자비하게 때려 죽일 수 있었던 것은, 그 사실을 숨기거나 경찰을 동정하는 여론을 조성하거나, 피해자가 "맞아 죽을 만한" 일을 한 것으로 몰아가는 시도가 대체로 성공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젠? 끝났다. 이 건방진 검,경찰들아. 알바들, 그동안 애썼지만 이제 너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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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에서도 경찰에 뒤지지 않는다. 모바일 장비를 이용해 서로 소식을 전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행동 방침을 세우고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은 경찰의 무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어제도 거리에 있을때 내가 아는 분이 "지금 XXX에 있어요. 여기 경찰이 얼만큼 있네요. 저쪽엔 이만큼 있고요. 이쪽으로 오면 좋을 것 같은데.." 라고 몇번을 알려주신다. 뭐 그래봐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지만서도. 경찰이 버스를 불법 주차해서 부당하게 도로를 막아놓은 곳을, 어떻게 돌아 돌아 틈을 발견해 나아가는 시민들, 그 안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이 정말 즐겁다.

마음은 굴뚝이나 어쩔 수 없이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도 인터넷 생중계를 보며 멀리서나마 함께 하고 응원한다. 인터넷 생중계는 일반적인 뉴스가 주지 못하는 것들을 준다. 편집과 통제가 없는 "투명한" 영상은 (물론 찍는 사람이 보여주고 싶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이지만) 거짓 정보의 홍수 속에서 참으로 "믿을 수 있는" 소식이다. 언제부터 몇명이 모였고, 언제까지 했고, 몇명 잡혔다. 이런 숫자 놀음이 아니라 부분적으로나마 현장의 상황과 느낌을 그대로 전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인터넷 중계를 보는 사람이 며칠 후에는 거리에 직접 참여하게 되고, 또 어제 나온 사람이 오늘은 생업을 하며 인터넷으로 참여한다. 이런 것이 벌써 꽤 오래 진행됐으니, 실제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리에 있는 사람들만이 아니라 생중계를 보고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해서 얘기한다고 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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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것들을 보며 감동과 즐거움, 그리고 의욕이 솟는다. IT강국이라했지만 사실은 인터넷만 빠르지 활용 문화나 정부 정책등은 떨어진다고 생각했고, 이명박과 한나라당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인터넷에서는 예전부터 활발했지만 실제 오프라인 선거등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것을 보며 힘이 빠졌던게 사실이다. 그들을 "키보드워리어"라고 매도하는 사람들의 비판을 부정하고 싶지만 속으론 인정하기도 했으니까. IT장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스스로를 표현하고, 자발적으로 협력, 조직화하는 이들을 보니 "한국이 IT강국"이란 말이 이제는 부끄럽지 않다. 이명박 개인적으로, 그리고 한나라당은 국제사회에서 욕을 먹겠지만, 이렇게 즐겁게 저항하는 시민들은 전세계의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멋진 모습이다.

이제 불은 붙었고, 이명박 정부는 계속 기름을 부었다. 그리고 불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옮겨 붙었다. 나는 그 불이 좀 더 오래 오래 더 넓게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그러려니 할 일이 많다 싶다. 기술적, 정책적으로 몇가지를 더, 뜻있는 분들과 힘을 모아 해나갔으면 좋겠다.


1. 무선 인터넷 커버 영역 확대
  지금 인터넷으로 생중계하는 분들은 대부분 와이브로를 사용하는 것 같다. 오마이뉴스, 진보신당의 칼라TV도 그렇게 방송을 하는데, 아직까지는 와이브로 무선인터넷이 속도도 느리고, 안정적이지도 않다. 보통 인터넷으로 영상을 송출하려면 적어도 300k 정도의 업로드 속도가 끊김없이 나와야 적당한 화질의 영상과 스테레오 오디오를 보낼 수 있다. 지금 진보신당 칼라TV는 그 속도가 나오지 않아 200k 정도로 맞춘 영상을 보내는데, 그래서 음성은 제법 들리지만 화질이 그닥 좋지 않다.
 
  유력한 대안은 역시 Wi-Fi 무선랜 영역을 확대하는 것일테다. 집회 현장 예측 지점 주변에 몇군데 연결지점(HotSpot) 을 만들어 놓고 그 정보를 생중계할 사람들과 공유한다. 근처 사무실에서 무선 공유기를 설치하고 방향성 안테나를 조정해 가면서 몇몇 사람만 인증해서 쓸 수 있게 한다면 와이브로가 문제일 때 임시로라도 쓸 수 있지 않을까? 사무실이나 집에서 무선랜을 공유할 분이 있으면 방송하려는 사람에게 이메일을 받아 확인한후 인증을 통해 임시로 접근할 수 있게 해주면 좋을 듯.

2. 서버와 대역폭 확충
 아프리카(http://afreeca.com)가 훌륭한 역할을 해주고 있긴 하지만 여러 이유로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싶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진보신당 칼라TV도 처음에는 노동네트워크가 지원해주는 미디어서버를 통해 스트리밍을 하다가 이후에 아프리카로 넘어가곤 한다. 지금 정부, 경찰의 통제와 간섭으로부터 자유롭다고 말할 수 있는 진보넷(http://www.jinbo.net)과 노동넷(http://nodong.net) 등의 시스템은 영리업체에 비해 자원이 넉넉치 못한 경우가 많다. 또 이번처럼 워낙 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를 시청할 경우 그들이 갖고 있는 대역폭은 금방 가득차게 되며, 지금보다 더 나간 새로운 시도를 하기엔 부족하다.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서버와 대역폭이 있다면 한시적이라도 이런 방송을 위해 지원해 줍시다.

3. 아카이브(archive) 사이트 구축
 자발적으로 여러 사람들이 컨텐츠를 생산하고 있어 그 당시에는 풍요롭고 좋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 이게 정리가 안되고 연결이 안되서 차츰 기억에서 사라져갈 가능성이 크다. 분산해서 생산하되, 이후에는 관련 컨텐츠를 몇 곳으로 모아 체계화할 수 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고 계속 생명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알기로 정부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고, 자원도 넉넉하며 잘 구조화된 비디오 공유/아카이브 사이트는 거의 없다. 포털의 영상들은 어디까지나 포털의 것이고 그걸 이후에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구워삶고 찜쪄먹을 순 없으니. 호주의 잉게이지미디어(http://engagemedia.org) 나 archive.org 같은 곳을 한국에도 여럿 만들면 좋겠다. 최근 세계적으로 "트랜스미션" 프로젝트 등을 통해 "사회정의를 위한 비디오 공유/가공 CMS"가 여럿 개발되고 있는데, Plone 의 "Plumi" (일본 노동넷은 이걸 이용해 UnionTube 란 걸 만들어 쓴다), Drupal의 "FilmForge" 등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혹시 서버와 대역폭을 지원해 줄 분 있으면 이런걸 설치해서 비디오 아카이브 사이트를 만들어보고 싶다.

4. 방송 소프트웨어
 역시 아프리카가 훌륭하게 이런 걸 제공하긴 하는데, 현재 ActiveX를 꼭 깔아야하는데다가, 역시 이런것도 자유소프트웨어가 있으면 좋지 않겠는가. 아프리카 스튜디오에 필적할 만한 자유소프트웨어가 한국에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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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책적으로는, 인터넷 자유를 확대할 수 있게끔, 최근 특히 악화된 제도를 원래대로 돌리자.

- 이명박을 대통령이 되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는 "선거시기 인터넷 실명제"를 비롯 일정 규모 이상의 사이트는 실명 확인을 거치게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악 등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여러 제도를 폐지시켜야 한다.

- 인터넷과 휴대폰 사용 내역을 마음껏 조회하고 감시/감청할 수 있게 하는 "통신비밀보호법" 개악도 바로잡자. 이번에 시민들이 보여준 힘때문에 앞으로는 국정원과 경찰이 이런걸 감시/통제하기 위해 열을 올릴지 모른다. 이명박을 몰아내고, 통신비밀을 보호합시다.

-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하고, 민간 중심의 개인정보보호기구를 설립하자. 주민등록번호, 지문날인 등 반인권적인 제도도 타파해서 국가가 개인을 쥐고 맘껏 뒤흔들 수 있는 바탕도 무너뜨립시다. (사실 저도 며칠전 지문 찍었다는 -_-)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이런 시도들을 무력화하지 않고서는, 이번에는 이명박이 굴복하더라도 이후에 다시 어떤 짓을 할지 모른다. 물론 이번에 보여 준 것처럼 사람들은 그런 것에 굴하지 않고 잘 극복해낼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나빠진 후에 원래대로 돌리는 것은 너무 힘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받는 고통은 모두 당하는 사람의 몫이니까.

마침 진보넷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 정리한 글을 올렸다.
http://blog.jinbo.net/jinbonet/?pid=23 "이명박 정부는 일체의 인터넷 통제 시도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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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인터넷 생중계에 직접 참여할 생각인데, 전에 했던 경험을 살려 다원 생중계로 가볼까 한다. 지금은 캠코더-노트북 세트가 따로 따로 채널을 열어 방송하는데, 여러 카메라팀이 협력/분담해서 촬영하고 그걸 모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것을 시도해 볼 생각. 관심 있는 분은 언제든지 같이 해 봅시다. 곧 계획을 잡아 제안하겠습니다.

덧붙여, 지금 인터넷 생중계를 볼 수 있는 곳들입니다.

1. 진보신당 칼라TV
 - 홈페이지 http://newjinbo.org 오른쪽의 배너 클릭. 노동넷 미디어서버를 이용하다가 아프리카로 옮기곤 합니다. 서버와 대역폭 지원이 절실함. 진중권, 정태인씨가 진행.

2. 참세상
 - http://www.newscham.net/live/ 여기는 인력 지원이 필요할 듯. 자기 캠코더는 없지만 생중계에 참여하고픈 분이 있으면 자활로 참여하시면 좋겠군요.

3. 오마이뉴스
 - http://www.ohmynews.com/nws_web/flash/live/live0.htm

4. 아프리카
 - http://www.afreeca.com/web_search.htm?szSearchType=broad&szSearchValue=촛불
 "촛불"로 검색한 페이지. ActiveX설치하고 아프리카 전용 플레이어 설치하면 방송 볼 수 있다.

 촛불 집회를 생중계하는 채널이 여럿 있는데 예를 들면,
   * http://afreeca.com/rkparadigm R.K PARADIGM - 베스트BJ 라쿤의 방송
   * 라이[촛불문화제]중계방(생방)
   * (촛불뒷이야기)★박한별 프리스타일
   * [류신쇼] 촛불문화제 [특방1]
   * 그 외 다수...

5. 민중의소리
 - http://www.vop.co.kr/

6. 진보미디어 청춘
 - http://www.chungchun.net/live/view.php 액티브X설치해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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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6/02 18:10 2008/06/0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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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 2008/06/08 04:22 | DEL
지각생님의 [촛불 봉기와 IT] 에 관련된 글. 촛불집회 생중계 - 비디오 스트리밍의 시청 규모도 엄청난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시청하는지, 주로 어떤 생중계 서비스를 보는지에 대한 분석도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광화문-시청 일대에서 매일 밤 벌어지는 집회 시위와 문화 난장은 - 직접 가서 보고 참여할 수 없다면 - 밤잠을 설치게 하는 볼거리일텐데요, 생중계를 하는 곳들의 행복한 고민의 하나는 이 수많은 접속자들을 서버가 감당을 못하는 지경에 이르
처절한기타맨 2008/06/05 04:16 URL EDIT REPLY
오옷 칼라티브이에 퍼다 나를게용~ ^^*
지각생 2008/06/08 23:02 URL EDIT REPLY
기타맨// ㅋ 퍼나를만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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