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회의를 마치고, 막차가 아슬아슬한 시간이었어요. 컬트조가 사무실 열쇠를 빌려달래서 지하철 역 앞에서 만났죠. 열쇠를 주고 가려는데 술 한잔 하고 가라고 하네요. 싫다고 했는데 한사코 한잔만 하자더군요. 그래서 별 수 없이(?) 따라가 한잔 했습니다. 그러고 집에 걸어서 돌아오니 한 세시쯤 됐나봅니다. 이래저래 힘들었던지라 게임방송 조금 보다가 곯아떨어졌지요.
칼퇴근하고 주말은 즐긴다. 이게 제 목표가 됐지만 아쉽게도 오늘은 노대 서버 봐주기로 했고, 저녁엔 IT노조 모임에 가기로 했습니다. 영화인 결의대회도 있죠. 내일(일욜)은 환경련 멜서버 봐주기로 했습니다. 쩝. -_-; 담주부터 목표대로...
그래서 오늘의 계획은, 2시간 내로 노대 서버를 봐주고, 용산에 들러 필요한 것 좀 사고, 저녁엔 노조 모임, 밤에는 (그때까지 있다면) 영화인, 이렇게 되는것이었는데
처음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일어난 시각 = 약속시각 -(마이너스) 이동에 걸리는 시간 - 밥먹을 시간 - 씻을시간 + 30분. -_- 오늘도 여유롭게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하진 못하는군요. 하여간 서둘러 노대로 갔습니다.
길어야 2시간을 잡았던 서버 점검은 3시간, 4시간... 계속 늘어졌습니다.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과 "윈도우와는 친해지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에 차근차근 원리를 이해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보단, 휘릭~ 하나 해보고 또 휘릭~ 저거 해보고 안됨 말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죠. 뭐, 게다가 윈도 서버는 잘 알지도 못합니다. 하여간 시간이 길어지니 짜증이 나서 조심성 없이 다루다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습니다. 홈페이지가 안뜹니다. -_-;; 반응 속도 예술입니다. 명상의 시간 갖고 나면 겨우 화면 전환되고 있습니다.
9시가 조금 못되서 도곡에 있는 IDC(서버실)로 이동했습니다. 아무래도 직접 연결해얄듯 해서. 혹 몰라서 윈도2000 씨디도 가져갔습니다. 가방에 자알 넣고 지하철을 탔습니다. 함께 가는 분과 수다 떨다가 주제가 그만 내가 속한 곳이 되는 바람에 하소연, 분개, 한탄... 혼자 신나게 떠들다 보니 어느새 내릴 역에 도착했습니다. 깜짝 놀라 얼릉 뛰어나왔죠.
"다행이네요" "그러게, 어 근데 가방은?" "... -_-;;.... ㅡㅜ ... ㅠㅠ" 선반에 내 가방을 실은 차는 열심히 다음 역을 향해 달리고 있었습니다.
역무실에 가서 얘기를 하니 친절하게 알아봐주겠다고 합니다. 아직 찾은 것도 아닌데 고맙다고 고맙다고 하면서 밖으로 나와 IDC로 걸었습니다. 벌써 10십니다. 토요일... 잠에서 깬 뒤 내가 기억하는 장면중 즐거운 것이 거의 없습니다. -_- 아놔... 이거 넘하잖아. 빨리 끝나길, 잘 복구되길.. 이만하면 충분하다구 >.<
11시 20분경, 천만다행히도 어케어케 하다보니 시스템이 거의 복구되고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아... 그래도 막차타고 집에오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한다.. 안도하며 느긋하게 서버 한번 재부팅 시키고는 콘솔을 분리합니다. 테스트 PC앞에 앉아 계신 그분께 "잘 되져?" "잠깐만, 좀 전엔 잘 되던데" 되겠지... 하며 키보드, 마우스, 모니터선 뽑고, 파워도 뽑았습니다.
그리곤, 하루를 마감하는 기분을 끌어올려 느껴볼려 하는데 들리는 소리 : "어, 어랏, 안돼, 전혀 안뜨 ㅡㅜ"
ㅤㅅㅞㅅ! 재부팅하고 보니 잘 되던 기능이 또 갑자기 안됩니다. 도대체 이유도 몰겠구요. 아.. 피곤, 졸음, 짜증이 무섭게 몰려옵니다. 이리 저리 해보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네요. 별수 없이 프로그램들을 지우고 다시 깔려고 하는데, 아놔 CD를 느라카네요. CD는 수서역에 있을 거란 말입니다!! 혹은 중간에 어떤분이 들고 나가셨거나 ㅜㅜ 아직 이정도로 쓰러지지 않아. "그래? 어디 그렇다면" 하듯 진작 와있던 메시지를 그때 발견하고 맙니다. "죄송합니다. 수서역에서 찾아봤는데 습득물이 없다함다"
아... 가방에는 데비안 티셔츠, 내 최근 지적 활동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메모장, 그리고 반밖에 못읽은 두권의 책이 들어있었고요, 그 책 중 하나는 생각할 꺼리를 많이 던져줘서 다 읽고 추천 글을 쓰려했던 겁니다! <해커, 디지털 시대의 장인들>이라는 책이에요. 책을 못 찾으면 또 사서라도 볼껀데.. 보고 소개해 드리죠.
12시, 1시.. 이제부터 시간은 비채속도로 달려갑니다. 피곤과 짜증은 시간이 흐르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저.. 굉장히 말하기 모하긴 한데 오늘은 그냥 집에 가고, 제가 꼭 윈도 2000 어드밴스드 구해서 CD구워 가져와서 마저 하면 안될까요 ^^;;;"
"..."
"네, 계속 하겠습니다. -_-;"
이렇게 제 개인 운은 최악으로 흐르는데 그 분의 운은 아직 남아 있었던 모양이더군요. 마침 그곳에서 아는 분을 만난 겁니다. 하드 증설하러 왔다가 금방 돌아가시려던 분을, 첨 뵙는 분임에도 이것저것 다 팽개치고 붙잡고 "도와주삼" 해서 겨우 도움의 손길을 얻었죠. 그래서 혼자 하던 개 헤딩 삽질을 두 사람이 시작했고, 엄청 감사하게도 그 분의 도움으로 서비스를 겨우 살렸습니다. 그 분 차를 타고 돌아오며 곯아떨어졌습니다. 구로에 사신다길래 그럼 오늘은 영등포 삼실에서 잘 생각으로 얻어타고 왔는데요. 졸음에 넋이 나갔지만 그래도 "고맙삼. 담에 뵈면 밥 같이 먹어요" 하고 어케어케 해서 삼실에 왔습니다.
아... 어케 하루가 이렇게 꼬이고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흐르냐.. 노조사람들에게 미안해 죽겠슴다. 라면3개와 우유 하나를 사서 들고, 졸리고 허탈해서 우울하지도 않은 그저 멍한 상태로 계단을 올라와 문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열쇠를 찾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순간, 전 굳었습니다. 아... 아직 끝나지 않았었군아. 그렇죠. 처음에 말했듯, 난 그 전날 컬트조에게 삼실 열쇠를 빌려줬던거죠. 마지막 희망은 컬트조와 내가 못 만날 경우 어디다가 열쇠를 놨두기로 한것. 과연 잊지 않고 그대로 했을까? 별 기대는 안하고.. 맘을 완전히 비우려 노력하며 신발들을 뒤집니다. 뭐.. 결과는 그린대로. -_-; 에혀..
문 앞에 털퍽 앉아 우유를 마시고 잠시 그렇게 있다가 일어났습니다. 마지막 남은 운이랄까요. 어제 홍대근처에서의 회의 때문에 자전거를 사무실에 놓고 왔고, 그걸 타고 집에 올 수 있었던거죠. 그리고... 별로 쓸 기분이 아녔지만 다시 이곳에서 "쓰기"를 누르고 말았습니다.
오늘 저녁쯤이나 내일(이제 오늘) 새벽쯤엔 나도 "기획"에 의한 글을 좀 써볼까 했는데요. 결국 또 다시 이렇게... -_-;
액땜 제대로 했다고, 한 주간의 악재는 다 끌어다 겪었다고 생각하고, 담주에는 맘 놓고 지랄맞게 뛰어다니렵니다.
지금 주무시는 분들 스윗 드림 하시고 7월, 2006년 하반기를 즐겁게 시작하시압~